▲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제작사와 홍보사는 무엇보다 ‘마지막 반전’에 대한 함구를 부탁했다. 그리고 또한 이은주의 노출수위에 대한 ‘구체적 표현’도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홍글씨>는 이미 한석규와 이은주의 베드신과, 이은주의 파격적인 변신을 필두로 기대를 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과연 이은주가 그동안의 이미지를 깨고 이번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주홍글씨> 같은 경우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바로 다시 한 번 읽게 될 정도로 무언가 다른 느낌이 있었어요. 시나리오가 담고 있는 사랑에 대한 다른 시각, 아픔, 고통…. 그런 내용들이 기존에 해왔던 작품과는 달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어요.”
이은주는 자신이 갖고 있는 ‘지적인 이미지’에 대해 “부담스럽기 보다는 기분 좋은 일”이라며 “배우가 억지로 변신을 하려고 하다 보면 자신이 가진 고유한 느낌마저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주홍글씨>를 통해 분명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 될 거란 ‘장담’도 덧붙였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트렁크신’이 있는데 그 장면은 정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굉장한 에너지를 필요로 했어요. 그때는 한석규 선배님이나 저나 뭔가에 홀린 듯이 연기했던 것 같아요.”
이은주뿐 아니라 한석규 역시 ‘가장 힘들었던 신’이라고 털어놓은 ‘트렁크신’이란, 두 사람이 자동차 트렁크 속에 갇히면서 이틀간 겪게 되는 적나라한 인간의 본능을 표출한 장면이다. 극중 강력반 반장 기훈(한석규 분)과 재즈싱어 가희(이은주 분)는 아슬아슬한 불륜을 이어가며 살아간다. 아내 수현(엄지원 분)의 동창인 가희를 정부로 두고, 살인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경희(성현아 분)에게서도 묘한 유혹을 느끼는 기훈, 그는 결국 트렁크에 갇힌 채 어긋난 사랑의 대가를 처절히 치르게 된다. 마치 지옥에 들어간 것처럼.
▲ 영화 <주홍글씨>의 한 장면. | ||
한편 영화에서 ‘재즈싱어’로 등장하는 이은주는 직접 피아노를 치고 노래하는 수준급 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노래 지도를 따로 받은 적은 없어요. 워낙 음악을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쳐왔기 때문인지 음악적인 감각은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그냥 차 안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 부른다거나 촬영 전에 몇 번 연습한 게 다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웃음)”
보다 사적인 질문도 던져 보았다. 콤플렉스나 스캔들과 같은…. “외모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입가에 있는 점인데, 본인도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나”라는 조금은 엉뚱한 질문까지.
“저도 마음에 들어요. 점이 있는 배우들은 복이 많을 것 같다는 자기암시를 하면서….(웃음) 개인적으로 제 외모 중에는 특히 눈이 좋아요. 그냥 눈빛이 깊어 보인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서인지 몰라도 눈이 맘에 들어요. 특별한 콤플렉스는 없어요. 사실 콤플렉스를 따지기 시작하면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감사하고 살고 있어요.(웃음)”
“음…스캔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리법은 없구요.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스캔들이 안 나는 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시간이 나면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고 지내요. 한국영화는 극장에 직접 가서 표를 사서 보는 편이에요. 한국영화는 많이 봐주어야 한다는 생각이거든요.(웃음)”
이은주는 ‘이상형’을 묻자 “서로에게 성실한 사람”이라며 “그야말로 ‘이상적인’사람인가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결혼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저 어린데…”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영화 <오!수정> <번지점프를 하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불새>에 이어 <주홍글씨>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이은주는 “다음엔 어딘가 외국에서 서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예쁜 연인, <비포 선라이즈> 같은 느낌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와 같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배우의 얼굴을 갖고 싶다는 그녀는 “언젠가 악역 연기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또다른 변신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