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일단 와서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군대를 가게 되면 너는 한국 사람이 되고, 우린 미국 국적이니 만나기도 힘들다. 가기 전에 얼굴만 보고 인사드리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인사 목적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올 계획이었다.
부모님의 설득이 가장 컸다. ‘가족이 전부 미국에 있는데 네가 그러면 안 되지 않느냐’, ‘군대를 가는 것이 더 이기적일 수 있다’는 거였다. 제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상황이었고, 회사와의 앨범 계약도 남아 있었다. 회사의 소속 연예인이 저밖에 없었다. 영주권 유지 때문에 항상 6개월 만에 한국에서 앨범 준비와 활동을 끝내다보니 너무 힘들기도 했다. 제가 일을 하지 않게 됨으로써 주변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이 (시민권 취득의) 가장 큰 이유였다. 그 때 전 이미 성인이었고 부모님을 탓하고 이런 것은 아니다. 탓할 수도 없다. 저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너무 어렸고, 사인 한 장에 수십억 대의 거래가 오가고 그랬다. 제가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하면 아무도 제재를 못했다. 참 교만했다.”
우선 의문이 가는 부분은 스티브 유가 언급한 아버지의 발언이다. 스티브 유가 한국 사람이 되면 미국 국적의 가족을 만나기도 힘들다는 게 무슨 뜻일까. 2002년 당시엔 이미 대한민국 국민의 해외 출입국에 제한이 사라져 국적이 서로 다를 지라도 가족끼리 자주 만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스티브 유의 국적이 한국이라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하느라 바빠 미국에 있는 가족과 자주 만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된다. 만약 당시 아무런 문제없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이어갔다면 그가 한국 국적으로 군대에 다녀왔을 때보다 더 자주 미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스타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바쁜 일인가.
또한 스티브 유의 발언이 앞뒤가 맞지 않는 정황도 포착된다. 다음은 스티브 유가 심경고백에서 언급한 발언이다.
“군대에 대해서는 전혀 거부반응이 없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 단체생활을 강조하셔서 늘 군대 가서 군인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군대는 늘 어릴 때부터 가려고 생각했었고,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셨다.”
이런 아버지가 돌변해 군대에 가는 것이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말을 바꿨다. 앞서 그는 “제가 생각해보고 결정 내린 것이 아닌 상황에서 그렇게 보도가 나와, 그 이후부터는 군대 간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군대에 가려고 생각했다는 발언과 이 부분은 또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또 이해해야 할까.
차라리 2002년 당시 스티브 유 측이 밝힌 약혼녀의 미국 영주권 취득을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주장은 일정 부분 순애보로 들리기도 한다. 순애보 대신 파파보이를 선택한 이번 스티브 유의 심경고백은 보기 안타까운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는 정작 중요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연예계 최고의 이슈는 바로 2001년 3월 27일부터 시행된 병역법 개정이었다. 이중국적자가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제한하며 이를 어길 경우 군에 입대시킨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이중국적자 연예인의 경우 60일 이상 국내에서 연예계 활동을 할 경우 군 입대 대상자가 된다. 이로 인해 10여명의 이중국적자 연예인에게 관심이 집중됐는데 그 중심이 바로 H.O.T의 토니 안(안승호)과 유승준이었다.
결국 토니 안은 미국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선택해 나중에 군복무를 했으며 유승준은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당시 스티브 유의 미국 시민권 취득에는 이런 병역법 개정이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됐으며 병역법까지 개정하며 이중국적자 연예인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도입한 병무청은 이를 위반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스티브 유에게 대한민국 입국 금지라는 철퇴를 내렸다.
물론 스티브 유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의 설득이 미국 시민권 취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수 있지만 당시 병역법 개정이 가장 결정적 원인이자 상황이었음에도 그는 이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당시 병역법이 개정되지 않아 스티브 유가 이중국적자로 한국에서 계속 가수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군에도 입대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래도 스티브 유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을까. 기자는 13년 째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