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슬아슬’지난해 6월 있었던 이주현의 ‘올댓누드’ 콘서트 모습. | ||
하지만 콘서트라고 해서 그냥 노래하고 춤만 출 수는 없는 일. 가수들은 자신의 무대를 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싶어 하고 관객 역시 색다른 묘미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 중간에 선 공연 기획자들은 늘 이색적인 기획을 내놓아야 한다.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무대 뒤편에 선 이들의 가슴은 공연 내내 긴장의 연속이다. 현직 공연 기획자들이 털어놓은 각종 에피소드를 통해 콘서트 무대 뒤편을 살짝 훔쳐봤다.
유리상자의 ‘사랑담기’ 콘서트에선 관객의 사연에 그들의 노래 <신부에게>를 더해 프러포즈 기회를 제공하는 ‘노래를 불러드립니다’라는 이색 코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 코너로 몰려드는 사연 이메일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하루에 수십 통씩 사연을 보내는 스팸성 메일부터 애원성 메일에 협박성 메일까지 인기 만발이다.
“지난해 겨울 공연에선 한 관객이 갑자기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와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스팸성 메일을 보내던 분인데 사연이 채택되지 않자 직접 무대로 뛰어든 것”이라고 말하는 공연 기획사 빅마우스의 김은영씨는 “다행히 유리상자가 적절한 애드리브로 대처해 깜짝 이벤트로 마무리됐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 최현우 매직콘서트 | ||
유진컴퍼니의 임유진 실장은 “콘서트 당일 최현우씨가 강동원씨를 무대 위로 불러 예정에 없던 깜짝 마술쇼를 함께 펼쳤다. 관객의 반응은 너무 좋았는데 문제는 다음날 그 모습이 기사화되면서 이상하게 꼬이고 말았다”며 당시의 난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강동원은 편안한 복장에 메이크업도 안한 상태였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 콘서트장을 찾았던 강동원은 최현우의 즉석 부탁으로 갑자기 무대에 오른 것. 하지만 무대 위에 선 강동원의 모습이 기자의 카메라에 담긴 게 문제였다. 강동원 측과 임 실장이 이날 촬영된 사진을 기사화하지 말아줄 것을 여러 차례 부탁했는데도 바로 다음 날 그 사진이 실린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오고 말았다. 그 덕분에 최현우와 임 실장은 지금까지도 강동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대형 스타들이 한자리에 서는 조인트 콘서트의 경우 공연 관련 사기가 문제다. 대형 스타가 두 명 이상 한 무대에 서면 대박은 떼어 놓은 당상. 이런 이유로 너무 일을 크게 벌이다 도중에 감당이 안돼 공연기획자가 잠적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사기를 작정하고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월5일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송대관&태진아 우정콘서트’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위닝엔터커뮤니케이션의 장일환 이사는 “지난해 두 가수를 상대로 조인트 콘서트를 열자며 접근한 이들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이었다”면서 “우리가 공연 기획을 제안하자 사기꾼이 아닌가 하는 경계의 눈길로 바라보는 바람에 섭외가 무척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두 트로트의 거장을 한 무대에 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게 사기꾼이 아니라는 신뢰는 받았지만 그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던 것. 뉴욕 콘서트를 앞두고 미국 무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송대관이나 이미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태진아 모두 국내 대규모 콘서트를 갖는 데에는 무리가 따랐다. 하지만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으로 방문한 일본 관광객에게 한국 트로트 거장의 힘을 보여주자는 장 이사의 거듭된 설득으로 어렵게 콘서트가 성사됐다.
▲ 송대관 & 태진아 콘서트 | ||
이날 콘서트의 파격적인 무대는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각종 매체를 통해 기사화됐다. 하지만 제작진과 누드모델 사이에 초상권 관련 계약이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채 콘서트가 진행되는 바람에 법적 다툼이 불거졌다. 매스컴에 사진이 실린 누드모델 몇몇이 해당 매스컴을 상대로 초상권 관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선 것. 결국 소송은 제기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해당 사진만 삭제하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공연 관계자들의 가슴은 이미 시커멓게 타들어간 뒤였다.
경험이 많은 대형 가수들의 경우 공연 기획자의 속은 더욱 썩어 들어간다. 공연 기획자는 회의에 회의를 거듭해 큐시트를 완성하고 이색 이벤트를 마련하지만 경험 많은 가수일수록 이를 ‘듣는둥 마는둥’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 하지만 이런 마음 고생은 콘서트 당일 오전 리허설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상황일 뿐이다.
무대에만 서면 달라지는 이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곧 본 공연으로 이어지고 그들의 완벽한 무대 소화 능력에 공연 기획자들 역시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