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린 뒤 산 채로…” 이럴 수가
중학교 동창 소녀에게 생매장당해 피살된 노구치 마나에 양의 트위터 사진(왼쪽)과 졸업 앨범 사진.
“며칠 전부터 노구치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생매장 당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들린다.” 4월 21일 지바현 후나바시 경찰서에 익명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경찰에 따르면 “노구치 마나에 양은 19일 밤, 길거리에서 누군가의 차에 동승한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한다.
실종 5일 만에 소녀는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깊이 1.5m 땅속에서 정좌상태로 발견된 것. 양손은 단단히 결박돼 있었고, 양말이 재갈로 물린 채였다. 더욱이 소녀의 입은 테이프로 봉해진 데다 포대자루 같은 것이 머리에 씌워져 있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질식사로 확인됐다. 경찰은 “외상은 있지만 치명상이 아니라 생매장되어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이들은 모두 4명. 그 가운데 주모자로 지목당한 A 양은 피해자와 중학교 동창인 것으로 드러나 일본인들을 경악케 했다. 경찰은 A 양 외에도 무직인 나카노 쇼타(20)와 이데 유키(20), 그리고 A 양의 남자친구 B 군(17)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노구치 마나에 양 납치·살해 용의자인 A 양, 이데 유키, 나카노 쇼타(왼쪽부터).
수사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4명은 혐의를 일정 부분 인정한 상태다. 특히 나카노와 이데, 두 용의자는 “노구치의 지갑에서 현금을 빼앗았다. 그 뒤 구덩이에 무릎을 꿇게 한 다음 산 채로 묻어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범행 전날 삽으로 땅을 파뒀으며, 손을 묶을 끈과 테이프를 구입하는 등 미리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였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이렇게 해서 그들이 손에 넣은 돈은 불과 30여 만 원이었다.
하지만 동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은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부분이 많다. 먼저 A 양과 남자친구 B 군을 제외한 두 명은 피해자 노구치 양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경찰은 “A 양이 나카노와 이데, 두 용의자에게 살인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하고 있으나, 설령 그 둘이 A 양의 말을 곧이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대체 그 대가가 무엇이었을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당초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피해자 소녀가 A 양에게 졸업앨범과 옷 등을 빌렸고 이를 돌려주지 않자 A 양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친구를 살해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단지 ‘짜증이 나서 살인을 계획했다’는 사실에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대체 두 소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지인은 최근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노구치가 대략 10만 엔(약 90만 원) 정도의 돈을 A 양에게 빌렸다”고 전했다. “돈을 돌려주지 않아 화가 치민다”고 A 양이 자주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노구치가 행방불명됐다고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역시 ‘돈 문제인가’였다. 인근에서는 비교적 유명했다. 노구치가 호스트클럽에 빠져 선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리러 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고 덧붙였다.
살해당한 노구치 양은 평범하고 밝은 아이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헌신적이며 친구를 사귈 때도 깊이 사귀는 타입”으로 기억했다. 그런데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금발로 염색을 하는 등 급격히 변했다”고 한다.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학교까지 중퇴. 그녀의 복장은 날로 화려해져만 갔다. 이때쯤 친구들 사이에서 “노구치가 호스트클럽에 자주 출입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한 호스트의 유혹에 푹 빠져 하룻밤에 100만 엔(약 900만 원)짜리 ‘샴페인 타워’까지 바쳤다”는 얘기도 들렸다. 시간이 갈수록 돈에 쪼들린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유흥업소였다. 이와 관련, <제이캐스트>는 “지바현의 유흥업소에서 피해자 소녀가 일했다는 정보가 여럿 있다”고 전했다. 보통 일본 유흥업소에 취직할 때 사진이 첨부된 신분증이 없는 젊은 여성의 경우 졸업앨범을 사용하는 일이 빈번한데, 노구치는 여러 유흥업소를 전전하다보니 그 수만큼 졸업앨범이 필요했던 것 같다. 점차 그녀는 친구들을 찾아가 졸업앨범과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아졌다.
이 가운데 유독 A 양은 노구치에 대해 “진짜 열받는 X”이라며 여러 번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언젠가는 단단히 혼내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한 지인은 “4월 17일 A와 통화할 때 20세 남자 선배 이야기를 들었다. ‘폭력단 대행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여러 명을 살해했는데 한번도 들킨 적이 없어서 괜찮을 것 같다’고 A가 말했다”고 털어놨다.
증언을 종합한 결과, <주간신조>는 “놀랍게도 A 양은 살인에 대한 죄의식이 거의 없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가령 메신저 앱 라인(LINE)을 통해 범행 전후의 사정을 거리낌 없이 친구에게 공개하기도 했는데, 내용은 “지금부터 (납치를) 할 거야” “붙잡았다” 등의 메시지였다.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도 A 양은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노구치 입에 양말을 물리고 흠뻑 때린 다음 생매장시켰다”면서 “그 녀석 정말 부들부들 떨지 뭐야”라고 웃으면서 말했다고 한다. 친구는 “사람을 죽였는데도 마치 유원지에 갔다 온 듯한 말투라서 소름끼쳤다”고 증언했다. 덧붙여 A 양은 “만약 사실을 발설하면 너도 똑같이 죽일지 모른다”고 그를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구를 산 채로 매장하는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반성의 빛이 없는 10대 소녀에게 일본인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에 수사 관계자는 “용의자 네 명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고, 이들 관계에도 의문점이 많아 정확한 범행 경위를 더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