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삼단 같은 머리칼을 가진 ‘라푼젤 아기’가 있는 반면, 돌잔치가 다가오도록 실핀 하나 꽂기 힘들어 엄마 아빠를 애태우는 아기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그저 ‘우리 아이는 머리숱이 많구나’ 하지만, 머리숱이 적은 후자라면 속상한 일이 종종 생긴다. 얇고 하늘하늘 힘없는 머리라 아무리 예쁜 핀을 꽂아도 주르르 흘러내리고, 앙증맞게 묶어줘도 듬성듬성 하얀 두피를 드러내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는 것.
이렇게 머리숱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얼까? 아이의 머리숱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이미 결정된다. 외배엽에서 나온 머리카락은 임신 3~4개월 무렵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해 5~6개월이 지나면서 점점 짙어지고, 임신 8개월에 이르면 1~2cm 정도 자란다. 아이의 머리숱은 모낭 수에 좌우되는데 이는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 바뀌지 않는다.
빡빡 밀어주면 정말 숱이 많아질까?
조금이라도 숱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아이 머리를 빡빡 밀어주는 엄마도 많다. 하지만 배냇머리를 밀면 숱이 많아진다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앞에서도 밝혔듯 머리카락 굵기와 숱의 많고 적음은 유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후천적 조치로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아이는 배냇머리 밀어줬더니 정말 숱이 많아지더라. 우리 조카도 그랬다’라는 이야기 역시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 모근에 가까울수록 모발이 굵기 때문에 빡빡 밀고나면 머리카락의 밑동만 남아 좀 더 진하고 굵어 보이는 것이지 실제 머리숱에는 차이가 없다.
빡빡 밀었더니 머리숱이 더 많아졌다는 속설이 널리 퍼지게 된 근거 있는 이유는 또 있다. 보통 아이들은 백일 무렵부터 배냇머리가 빠지기 시작해 돌 전후를 기점으로 새 머리카락이 자라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무렵 새로 자란 신생모는 여린 배냇모와 달리 더 굵고 진하다. 마침 굵은 머리카락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타이밍에 머리를 잘랐기 때문에 모발의 밀도가 더 촘촘해 보이는 것. 그러니 아이 머리를 밀어주는 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딸내미 머리를 과감히 밀었는데 갓난아기 시절의 ‘처음 머리’로 돌아갔을 뿐이라며 하소연하는 엄마들이 꽤 많다.
연약한 모근을 사수해라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쯤 상태가 나아질까. 다행인 것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머리숱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태어날 당시, 민머리에 가깝던 아이들도 배냇머리가 빠지고 두 살, 세 살이 지나면 전반적으로 굵고 검은 머리카락이 조밀하게 자리 잡는다. 과연 ‘그날’이 언제 오느냐는 모발의 생성 사이클에 달렸다.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피부 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새 피부가 생성되듯, 머리카락 역시 일정 주기에 따라 새로운 모발을 만들어내는데, 보통 2~6년을 발모 주기로 잡는다. 아이의 힘없던 머리카락이 두 살 무렵 좀 더 진해 보이고 해를 거듭할수록 숱이 늘어나는 것은 발모 사이클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자 자연의 순리라 할 수 있다.
단, 머리숱 적은 아이라면 연약한 모근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헤어를 관리해줄 필요는 있다. 귀여워 보이라고 색깔 고무줄로 총총 땋거나 묶어주는 것은 피하자. 확실히 앙증맞아 보이긴 하지만 아기의 연약한 모근을 자극하는 스타일링이다. 과감한 포니테일, 상투머리 등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고정하는 스타일링은 모근에 물리적인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할 것. 이밖에 자극적인 샴푸를 사용하거나 머리를 감긴 후 충분히 헹구지 않을 경우 샴푸 찌꺼기가 두피에 남아 모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평소 꼼꼼히 잘 헹궈주는 습관을 들이자.
TIP. 머리숱 적은 아이를 위한 헤어 스타일링 팁
화려한 장식의 핀은 그만큼 무게가 있어 자꾸 아래로 흘러내린다. 대신 선배맘들의 검증을 거친 ‘적은 머리숱 아이용’ 핀을 사용해보자. 남대문수입상가나 인터넷쇼핑몰에서 파는 ‘구디사’의 구디핀은 잘 흘러내리지 않는 유아용 핀으로 유명하다. 머리숱 없는 딸 엄마들 사이에 잘 알려진 핀인데, 잔머리 정리용으로도 적합해 발레하는 꼬맹이들도 애용하는 제품. 스프링을 살짝 벌려 헤어를 고정하는 아령 핀도 인기다. 이밖에 ‘논슬립 헤어핀’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이 나오니 우리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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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시전 기자 / 사진 김진섭 / 모델 로저스 폴 김 / 도움말 김영훈(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 헤어 박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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