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어라 혜진아 쭈~욱
▲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혜진. 아직은 스포트라이트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고. | ||
한혜진은 요즘 ‘밀려드는’ 인터뷰 세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에 그 자신도 어리둥절한 듯했다. 이 같은 인기를 그는 어떻게 ‘실감’하고 있을까.
“예전 아침드라마를 했을 땐 주로 아주머니 팬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젊은 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길을 지나가면 ‘야, 금순이다~’ 하는 소리가 들려요. 한번은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어유, 통통한 줄 알았는데 날씬하네?’ 그러시는 거예요. 제가 화면에서는 볼이 통통하게 나오거든요.(웃음)”
‘드라마 왕국’의 자존심이 무너졌던 MBC도 <굳세어라 금순아>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MBC 드라마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 원래 24일로 예정된 인터뷰가 다음날로 미뤄진 것도 갑작스런 MBC 최문순 사장의 ‘호출’ 때문이었다. 한혜진은 사장실을 방문해 20여분간 ‘격려말씀’을 전해 들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한혜진이 <굳세어라 금순아>의 시놉을 처음 받은 것은 KBS 아침드라마 <그대는 별>에 출연중이던 때였다. 당시의 ‘인경’역과 같은, 내내 차분하고 다소곳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는 처음 섭외를 받았을 때 부담보다는 욕심이 앞섰다고 한다. 화제가 되고 있는 금순이의 ‘퍼머머리’도 직접 고민해 아이디어를 냈을 정도.
금순이의 모습 중 특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남편 정완(김남길 분)이 갑작스런 죽음을 당했을 때였다. ‘눈물콧물 다 짜는’ 한혜진의 리얼한 연기를 보며 시청자들은 금순이에게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이 장면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다.
“제가 원래 예쁘게 못 울어요.(웃음) 이상하게 울면 콧물까지 나오더라구요. 감독님이 콧물 나왔다고 다시 가자고 했는데 제가 괜찮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나중에 화면 보니까 진짜 심하긴 심했더라구요.(웃음)”
만약 극중에서와 같이 ‘혼전임신’을 하고 구박을 받으며 시댁살이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 올해 스물다섯의 한혜진은 평소에도 ‘결혼을 빨리 하고 싶다’는 바람을 종종 내비친다.
“저라면 그런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금순이처럼 꿋꿋하진 못하더라도 결혼하고 아이도 책임질 거예요. 저는 결혼하더라도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아침에 늦잠도 못자고, 여러 가지로 불편할 거라고 말하는데 전 시어머님한테 말씀드리고 늦잠도 자고 그럴 것 같아요.”
▲ <굳세어라 금순이> 한혜진 | ||
사실 한혜진은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002년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를 통해 데뷔해 원빈, 이동건과 호흡을 맞췄지만 그후 그는 언제나 ‘조연급’ 연기자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낭랑18세>에서 한지혜가 연기했던 주인공역에 물망에 올랐다가 고배를 마시고는 한동안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애초 단막극으로 방영된 적이 있는 <낭랑18세>에서는 한혜진이 주연을 맡은 바 있었다.
“데뷔와 동시에 스타로 떠오르고 CF 찍고 미니시리즈 주인공 맡고 그런 친구들과는 달리 전 순서를 밟아서 이 자리에까지 온 것 같아요. 요즘 ‘금순이’ 컨셉트로 CF 촬영하자는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전 인기몰이 삼아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아요. 영화도 마찬가지구요. 모든 것을 좀더 신중하게 결정하고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이에요.”
끝으로 그는 속상한 속내를 고백했다. 사실 한혜진이 요즘 인터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집안 형편’에 대한 얘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인천의 한 건설현장 ‘함바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여배우’로서 적잖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 그는 조심스럽게 “부모님께는 정말 죄송하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대단한 효녀도 아닌데 너무 부풀려진 것 같아 민망해요. 한 기자분은 부모님이 일하시는 식당이 어디냐며 취재하고 싶다고 묻기도 하더라구요. 아빠 엄마가 저한테 오히려 미안해하시는데 그것 때문에 참 속상해요.”
기자 또한 속상했던 속내를 고백하건대, ‘금순이’로 분한 한혜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으나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한혜진이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얼굴에 두드러기가 생겨 드라마 촬영조차 힘든 상황이었던 것. 결국 피부과에 들러 주사를 맞고 방송국으로 부랴부랴 도착한 한혜진은 사진촬영을 정중히 거절했다. 지면에 실린 사진은 매니저가 ‘구해온’ 사진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