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배우 아니랄까 봐 <슈퍼맨이 돌아왔다> 속 송일국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도 남달랐다. 드라마의 대사를 연기하듯 실감나게 읽어 내려가는 그의 동화구연 신공에 빠져드는 건 비단 삼둥이뿐만이 아니다. 사랑이도 서언이, 서준이도 마찬가지. 방송에서는 삼둥이가 전래동화·명작동화 속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자주 비춰졌는데, 이야기의 흐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역할극을 하며 ‘까르르’ 즐거워하는 세 아이를 보면서 그의 특별한 능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동화구연은 입으로 실감 나게 책을 읽어주는 걸 말한다. 아이들은 혼자 책을 읽을 때보다 누군가 읽어줄 때 잘 집중한다. 이때 계속 일정한 목소리 톤으로 읽어주기보다 적절히 강약을 주고 제스처를 더해 실감 나게 읽어주면 아이가 그림책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효과적이다.
동화구연에 재미를 느낀 아이는 자기 스스로 책을 읽으려 하고 듣는 힘과 말하는 힘을 길러지며 자기표현력도 향상된다. 또한 상상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엄마가 아이와 시선을 교환하고 반응을 살피며 동화구연을 하는 동안 아이는 생각하고 상상할 충분한 시간을 얻는다. 이렇듯 아이에게 구연동화는 꼭 필요한 경험이다.
아이들 사로잡는 동화구연 기술
1. 어떤 책을 고를까?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 가운데 어떤 걸 택할지 고민스럽다면 먼저 아이의 연령에 맞는 책인지 확인하고 엄마가 읽었을 때 재미있는 책을 고르자. 어른이 보기에 재미난 책은 아이도 재밌어하게 마련. 의성어와 의태어 표현이 많고 같은 문장이 자주 반복되는 책은 아이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다. 또 문장이 ‘~까’나 ‘~대’로 끝나기보다는 ‘~다’, ‘~요’로 끝나는 것이 좋다. 바른말과 고운 말을 익히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존칭으로 씌여진 책이 좋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책을 보면 전래동화가 많은데 이는 엄마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라 부담 없이 읽어줄 수 있기 때문. 또한 기승전결이 확실해 아이들의 몰입도가 높고, 동물이나 물건이 의인화된 경우가 많아 더욱 재미있어한다.
2. 엄마가 먼저 책 내용 파악하기
책을 읽어주기 전 엄마가 먼저 훑어 내용을 파악해두면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야기의 흐름을 알고 있으면 기승전결에 따라 목소리 톤을 조절하거나 리듬감을 줄 부분을 놓치지 않아 더욱 효과적으로 읽어줄 수 있다. 유아기 아이들은 집중력이 짧아서 책을 보다가 이해가 안 되거나 빈틈이 생기면 금세 흥미를 잃으므로 엄마가 적절히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3. 따스한 스킨십은 기본
18개월 이전 아이는 엄마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자. 손가락으로 그림을 짚어주면서 읽어주면 되는데 다정한 어투와 부드러운 미소는 기본. 엄마의 눈빛과 목소리, 체온을 느끼며 이야기를 듣는 동안 아이와 엄마 사이에 따뜻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4. 큰 소리보다 목소리에 강약 주기
등장인물은 물론 동물이나 물체도 의인화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읽어준다. 내용에 따라 목소리를 크게 내도 좋다. 구연동화를 할 때 엄마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지나친 ‘오버’. 강약 없이 무작정 큰 목소리로 과장된 제스처를 하다 보면 한 권만 읽어도 금세 지쳐 장기 레이스에 대비할 수 없다. 목소리를 무조건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강약을 조절해 재미를 주는 게 효과적이다. 예컨대 ‘하늘에서 뭉게구름이 두둥실 흘러가요’라는 문장의 경우 ‘두둥실’이라는 의태어에서 목소리를 크게 하고 손으로 반원을 그리며 구름이 둥실 떠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 몸짓은 3~4회 정도가 적당하며 ‘개굴개굴’, ‘멍멍’ 같은 의성어는 실제 소리와 비슷하게 내면 아이가 더욱 흥미를 갖는다.
5. 시작은 차분하게
처음 시작할 때는 편안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천천히 걸어간다는 느낌으로 읽어준다. 기본적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내용에 따라 표정에 변화를 줄 것. 동화 속 인물이 행복한 상황일 때는 기쁜 표정, 슬픈 내용일 때는 속상하거나 우울한 표정과 감정으로 아이가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유도하자.
6. 높은 목소리 톤으로 천천히~
일반적인 어조보다 한 톤 높게 천천히 단어를 길게 늘이는 방식을 구사한다. ‘정~말 예쁘다’, ‘아~주~아~주 큰 사과를 발견했어요’ 식으로 읽어줄 것. 이를 패런티즈 화법이라고 하는데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언어 감수성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동화구연 하기 좋은 그림책 4
1.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자식이 오래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오히려 긴 이름 때문에 곤란에 처한 아버지의 이야기.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전래동화로 계속 반복되는 ‘김수한무~’를 운율에 맞춰 소리 내 따라해보면 아이가 더 즐거워한다. 소중애 글, 이승현 그림, 1만2000원, 비룡소
→ 이렇게 읽어요 ‘김수한무~’를 읽을 때 속도를 점점 빨리하거나 점점 느리게 하면 아이가 무척 재미있어한다.
2. 너무 너무 화가 나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달콤한 사과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던 마빈은 기다리다 지쳐 결국 잠들고 만다. 하지만 그 사이 여자 친구 몰리가 사과를 먹어버리고 마는데…. 기분이 상한 마빈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이상한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익살맞게 그렸다. 조지프 테오발드 글·그림, 8500원, 킨더랜드
→ 이렇게 읽어요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장면에서는 목소리 톤을 낮추고 천천히 읽어주고, 마빈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장면에서는 실감 나게 읽어주는 게 요령. 단,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면 아이가 겁을 먹거나 놀랄 수 있으니 서서히 목소리 톤을 높여 주인공이 화가 났음을 알려준다.
3.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을 소재로 한 베스트셀러 그림책으로 주인공 두더지가 땅 위로 얼굴을 쏙 내미는 순간 머리에 똥이 떨어졌다. 화가 난 두더지가 범인을 찾아 나서는데….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8500원, 사계절
→ 이렇게 읽어요 누런 쇠똥을 싸는 소는 ‘쫘르륵!’, 새알 초콜릿 같은 똥을 싸는 염소는 ‘동당동당!’, 커다란 똥을 싸는 말은 ‘쿠당탕탕!’ 등 동물들이 똥을 쌀 때 내는 소리를 실감나게 읽어주는 것이 포인트. 팝업북, 사운드북을 같이 활용하면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4. 팥죽 할멈과 호랑이
호랑이가 팥죽을 맛나게 잘 끓이는 할멈을 잡아먹으려 하자 할멈은 추운 겨울 팥죽이나 실컷 먹고 잡아먹으라며 죽는 날을 미룬다. 콜라주 기법의 그림이 인형극을 보는 듯한 재미를 더한다. 백윤규 글, 백희나 그림, 8500원, 시공주니어
→ 이렇게 읽어요 일반적으로 전래동화는 창작이나 명작 동화를 읽을 때보다 조금 낮고 굵은 톤으로 읽어야 몰입도가 높다. 자라, 똥, 송곳, 멍석, 지게, 알밤 등 의인화된 사물들이 호랑이로부터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등장하므로 목소리 톤을 달리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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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아란 기자 / 사진 이주현 / 모델 유서진(14개월), 홍주연 / 도움말 문수정(색동회 동화구연가) / 스타일리스트 김유미 /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살롱드뮤사이(1544-7442) / 의상협찬 리틀그라운드(02-592-7589), 유니클로(02-3442-3012), 키블리(www.kive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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