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 끌려가…” “그 정돈 각오했잖아”
몇몇 드라마와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경력이 있는 H양(26)을 통해 쉽게 믿지 못할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H양은 이제 연예인이 되려는 꿈을 접고 뒤늦게 대학을 다니고 있는 중이다. 어렵게 H양을 수소문해 만나보았지만 그는 쉽게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 다시 전화통화가 되었을 때 H양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그는 연예기획사를 운영했던 사장과 1년 가까이 ‘동거생활’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기획사에서는 H양의 부모한테 “연기지도를 받고 있다”는 말로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덕분에 H양은 주로 사장의 집과 또 다른 오피스텔을 오가며 생활했다. 그렇게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H양은 물론 소속사의 관리를 통해 연기공부도 했고 조그마한 배역을 맡기도 했지만 ‘대가’도 치러야 했다.
“사장이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야 했다. 솔직히 말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다. 물론 나 역시 그것이 싫지만은 않았기에 응했고, 사장의 눈에 들었다는 것은 내게 기회를 잡은 거나 다름없었다.”
H양이 사장과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소속사의 실장으로부터 ‘스폰서’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였다고 한다. 소속사에서는 H양에게 “준재벌급 회사의 사장 아들이 널 보고 싶어 한다”며 자리를 주선하려 했다. H양은 “그 즈음부터 사장은 날 멀리하려 했고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연예계를 떠났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처음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훨씬 혹독했고 비참했다”며 몸서리를 쳤다.
그런가 하면 한 매니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해당 매니저를 고소한 한 연예인 지망생의 사연을 들어보면 그 실태가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 느낄 수 있다. 한때 스타가 되기를 꿈꾸며 몇몇 기획사를 전전한 A양(22)이 겪은 일은 연예계 실태의 단면을 보여준다.
A양이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기억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말이었다. 한 연예관계자를 통해 기획사를 소개받은 A양은 톱스타 K의 매니저 B씨와 그 외 몇몇 사람들과 함께 회식을 했다고 한다. 사건이 터진 것은 술자리가 끝난 뒤였다. B씨는 A양에게 “친구들이 곧 올 테니 술 한잔을 더 하자”며 모텔로 갈 것을 권유했다. 주저하던 A양은 B씨가 친구들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고 별다른 걱정 없이 동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텔방으로 함께 들어간 뒤 B씨는 돌변했고, A양의 옷을 벗기고 스타킹을 찢으며 때리기 시작했다. A양은 결국 성폭행을 당했고 B씨는 혼자 모텔을 나서며 A양의 휴대폰까지 가져가 버렸다. 다음 날 A양은 경찰서로 달려가 고소장을 제출하려 했으나, 어이없게도 경찰서 담당자로부터 심한 성적 모멸감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A양이 겪었던 일에 대해 해당 연예기획사는 너무나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기획사 관계자는 “그 정도 일 가지고 뭘 그러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고, 이에 더 큰 상처를 받은 A양은 B씨를 상대로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B양이 겪은 사건은 비단 운이 나빠 겪게 된 사소한 사건이 아니다. B양에 따르면 이전에 함께 일했던 매니저는 연예인 지망생들을 자신의 ‘성노리개’로 여길 정도였다는 것. 이와 같은 연예계의 감춰진 실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A양은 B씨와 기획사에서 사과 한마디 했더라면 고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연예계에 대한 환상과 미련을 모두 접은 A양은 이번 일이 해결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