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못 보지만 용기 내 신청합니다”
안익태 기념 음악회 ‘국민참여합창단’ 모집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참여합창단은 8월 24일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애국가’와 ‘한국환상곡’을 부른다. 사진은 지난해 안익태국제음악제 공연 모습.
# 윤두현 (지원 부문 : 테너)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신문을 갑자기 건네셨습니다. 살펴보니 국민참여합창단을 통해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 같은 애국가를 ‘합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사를 읽은 후 애국가를 흥얼거렸는데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지금껏 살면서 나 스스로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되물은 적이 더러 있었습니다.
국민참여합창단은 이런 제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나라 사랑뿐만 아니라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존재의의와 대한민국의 일부로서의 존재감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합창이라는 것이 주는 조화의 의미를 애국가와 코리아 판타지를 통해 표현하고 싶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를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합창단에 지원합니다.
# 남지영 (지원 부문 : 소프라노)
안녕하세요. 저는 예향의 고향 경북 영덕 영해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한 형편에 집안은 어려워도 근본이 있어야 하며 예의를 가지고 인간의 도를 다 하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6·25동란을 겪으면서 어른들의 군사 훈련을 기억했는지 제가 네다섯 살 무렵 애국가를 부르면서 동네를 다니던 기억이 아련히 생각납니다. 세월이 지나 21세에 수녀원 입회하였고, 종신서원 후 아들이 없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고 혼자서 94세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힘들고 어려운 일들도 많았지만 노래를 합창하며 극복해 나갔고 음악은 제 인생이 되었습니다. 30여 년간 여러 합창단에서 단원으로 노래하였고 현재 서울대교구 국악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KBS홀에서 국악합창단 정기공연을 하였습니다. 성당에서는 지휘를 하면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많아 오르골 연주와 하모니카를 즐겨 연습합니다.
국경일이 되면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이른 새벽에 태극기를 게양하면서,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희망이 솟구치는 애국가를 가슴으로 불러 보았습니다. 이렇게 사회 다양한 분들과 함께 애국가를 합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저도 그 일원이 되어 제 인생인 음악을 함께 노래하고 싶습니다.
꼭 참가하고 싶습니다. 각기 다른 인생의 소리가 합창을 통해 하나의 소리가 되고 더 나아가 관객석에 계시는 모든 분들과 하나로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저도 함께하고 싶어 ‘국민참여합창단’에 참가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 최상도 (지원 부문 : 미정)
저는 개인적 사정으로 ‘낫 놓고 기역자 모른다’는 말처럼 18세가 되어서 글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당연 콩나물 대가리(음표)도 볼 줄도 몰랐고, 음악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열심히 연습하여 대한민국 애국가만큼은 잘 불러보고 싶은 마음에 큰 용기를 내어서 신청합니다. 만약 안익태 선생님의 50주년 기념음악회 참여할 수 있다면 참가 자체만으로도 제게 큰 영광이며, 앞으로의 삶에 용기를 가지고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조중운 (지원 부문 : 테너)
몇 년 전 가을 안익태기념재단에서 초대권이 당첨되어 음악회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안익태 선생님의 ‘논개’, ‘어부사시사’, ‘한국환상곡’을 들었을 때 여느 클래식 음악과는 다른 울림이 퍼졌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이었던 ‘한국환상곡’에서의 ‘애국가’ 부분은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서 부르는데 등골이 오싹하고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때 저는 ‘나도 한번 나가서 더욱 큰 목소리로 불러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안익태기념재단에서 ‘국민참여합창단’을 모집한다는 것을 보고 그때의 소망을 실천해 보고 싶어 신청합니다. 요즘 저의 또래 중에는 애국가의 1절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또래에게도 우리나라 국가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리고 싶습니다.
# 강정옥 (지원 부문 : 알토)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애국가’를 부를 때면 가슴 뜨겁고 뭉클함을 느껴 왔습니다. 청소년기 때에는 많은 합창활동을 하면서 무대에 서거나 행사에 참여해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식순에 의해 합창단으로서 ‘애국가’를 부를 때면 매번 새로웠습니다. 정성을 들여 4절까지 부르면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결혼을 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뉴스에서, 혹은 공식적인 행사에서 애국가를 접할 때면 그전의 감동과 그 자리에 있었던 저를 생각했습니다. ‘애국가’가 나오는 자리에는 ‘내가 꼭 불러야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며 정말 많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다른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형식적이거나 의례적으로 식순에 의해 불러야하는 노래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설거지를 하다가도 전주만 들리면 어느새 TV를 신경 쓰게 됩니다. 늘 그립고, 참여하고 싶고, 부르고 싶은 노래 애국가! 제대로 된 무대에서 경건한 분위기와 함께 온전한 마음으로 애국가를 불러보고 싶습니다. 수십 년 동안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부를 때마다, 들을 때마다 생생한 감동의 애국가를 꼭 불러보고 싶습니다.
# 양상순 (지원 부문 : 소프라노)
저는 경력 32년의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교직 32년 동안 어린이 합창단을 지도하여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힘쓰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및 도교육청 주최 경연대회에 출전하여 여러 번 수상한 경력도 있습니다. 이번 ‘국민참여합창단’에 참여하는 좋은 기회를 통해 국가를 의미 있게 합창해 보고 합창단 학생들과 반 학생들에게 애국을 교육하는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광복 70주년, 애국가 작곡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싶습니다.
한편 이번에 소개되지 않은 사연들 중에서도 절절한 참가의지를 밝힌 지원자들이 많았다. 행사 진행 총괄을 맡고 있는 조문수 안익태기념재단 사무총장(숭실대 교수)는 “참가 의지가 대단하고 독특한 이력이 많다. 지원 접수가 꾸준히 계속되고 있어 ‘국민참여합창단’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며 “지원서에 적힌 다양한 사람들의 가슴 벅찬 사연과 참가 열정을 안익태 선생이 살아 계셔서 봤다면 분명 벅찬 감동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자격조건 : 애국가를 사랑하는 국민, 단체, 동아리, 외국인 누구나 참여 가능 합창곡목 : 애국가, 한국환상곡(KOREA FANTASY) 선발인원 : 총 250명(소프라노, 테너, 알토, 베이스) 공연일시 : 2015년 8월 24일(월) 20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활동기간 : 2015년 7월~2015년 8월 24일(연습 6회, 본 공연 1회) 지원방법 : 안익태기념재단 홈페이지(www.ahneaktai.or.kr)에서 참가신청서를 내려받아 이메일(etahnmf@gmail.com)로 접수 모집일정 : 서류접수 마감 2015년 6월 15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