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성·최수호·황민호·김수찬·박서진·신유 등 현역 남성 트롯 가수들 줄줄이 승선
여기서 ‘현역가왕2’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트롯 가수들의 ‘등용문’이었던 기존 오디션과 달리, ‘현역가왕’은 이미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완성형 가수들의 대결을 그린다는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그만큼 무대의 만듦새가 뛰어나다. 아울러 각 가수들의 대결은 자존심을 건 싸움인 동시에 그들을 응원하는 팬덤의 경쟁이기도 하다.
‘현역가왕2’는 ‘제2의 미스터트롯1’을 노린다. 무슨 의미일까. ‘미스터트롯1’은 2019년 ‘미스트롯1’이 송가인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한 이듬해 방송됐다. 트롯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할 때였고, 임영웅을 필두로 영탁, 이찬원, 정동원 등 소위 ‘톱7’을 발굴하며 웬만한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시장을 형성했다.
통상 성공한 오디션은 두 번째 시즌이 소위 ‘대박’을 냈다.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인 Mnet ‘슈퍼스타K’의 경우 시즌2의 허각 대 존박의 대결이 백미였다. 당시 두 사람이 맞붙은 결승전은 케이블채널 예능 최고 시청률인 18%를 기록했다. SBS ‘K팝 스타’로 마찬가지다. 시즌2의 우승자는 악동뮤지션(AKMU)이었다. 이들은 싱어송라이터로서 흠잡을 데 없는 실력을 과시했고 지금도 여전히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프로젝트 K-팝 그룹을 결성하는 오디션인 Mnet ‘프로듀스 101’은 어땠을까. 시즌1이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탄생시켰고, 그 배턴을 이어받은 시즌2가 배출한 보이그룹 워너원은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제 ‘현역가왕2’다. 지난해 방송된 여성 편인 ‘현역가왕1’의 시청률은 6.8%로 출발선을 끊은 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종회인 12회의 시청률은 17.3%였다. 방송되는 내내 상승세였다. 송가인이 우승을 차지한 ‘미스트롯1’은 어땠을까. 5.9%로 시작해 18.1%로 막을 내렸다. ‘현역가왕1’의 추이와 유사하다.
그래서 ‘현역가왕2’의 첫 회 시청률이 자못 궁금해진다. ‘미스트롯1’의 배턴을 이어받은 ‘미스터트롯1’의 1회 시청률은 12.5%였다. 이후 2회 만에 17%를 뚫었고, 최종 시청률은 35.7%였다. 물론 이는 꿈의 숫자다. 트롯 오디션의 전성기가 한풀 꺾였기 때문에 ‘현역가왕2’가 이 같은 성적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첫 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제2의 미스터트롯1’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내로라하는 현역 남성 트롯 가수들이 줄줄이 ‘현역가왕2’에 승선했기 때문이다. 우선 ‘미스터트롯2’의 톱7 출신인 진해성과 최수호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지난 9월 TV조선과의 전속계약이 만료된 직후 ‘현역가왕2’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미스터트롯2’ 톱7 중 5명이 ‘미스터트롯3’에 마스터로 출연하는 것을 고려하면, TV조선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이탈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스터트롯2’에서 톱7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작은 거인’ 황민호도 ‘현역가왕2’에 참여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각종 화제 인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얼마 전 가슴 아픈 가족사가 알려지며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김수찬도 합류했다. 그는 ‘미스터트롯1’에 참여했으나 당시 임영웅과 1:1로 붙으며 탈락했다. ‘만약 상대가 임영웅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들기 때문에 한층 성장한 그의 참여가 기대를 모은다.
또한 ‘장구의 신’이라 불리는 박서진도 등장한다. 그는 워낙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어서 “우승해도 본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실력자다. ‘미스터트롯2’ 참여 때는 인기투표에서 내리 1위에 올랐고, 그가 탈락한 직후 시청률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던 박서진이 다시금 출연자로 참여한다는 것은 ‘현역가왕2’로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트롯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신유도 힘을 보탠다. 그는 그동안 ‘현역가왕1’을 비롯해 다수 MBN 트로트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이력이 있다. 그런 그가 이제 무대 위에서 평가받는 위치에 섰다.
박서진과 신유가 예선을 거치지 않고 합류한 것에 대한 논란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경연 방식이 방송 전 미리 유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논란은 여러 기사를 낳으며 ‘현역가왕2’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실제 방송을 통해 적절한 조치로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에 대한 이해를 구한다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면 대중적 눈높이에 부합하는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면 이 논란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올 수밖에 없다.
‘현역가왕2’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약 한 달 뒤 시작되는 TV조선 ‘미스터트롯3’와의 대결이다. 방송 요일이 같진 않지만, 방송 기간이 한 달여 겹치기 때문에 시청률 등 여러가지 면에서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원조 격인 TV조선 트롯 오디션이 시청률 면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지도 높은 가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현역가왕2’의 잠재력이 만만치 않다. 과연 두 방송사 간 시청률 역전 현상이 벌어질지 여부도 흥미 요소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