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인 ‘중국한류’ 푹 꺼지면 어쩌나
마스크를 착용한 외국 관광객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우선 급한 것은 중국이다. 요즘 연예계에서 중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일본 한류가 주춤한 상황에서 중국 한류는 연예인들의 가장 중요한 해외 활동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국 한류가 메르스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중국에 출장을 간 한국인 남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중국 여론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통으로 알려진 한 중견 연예기획사 이사의 설명이다.
“당장은 이달에 중국 공연이 잡힌 가수들 가운데 행사 취소를 고민하는 회사(연예기획사)들이 문제겠지만 자칫 메르스 공포가 중국 한류의 불꽃을 순식간에 사그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더욱 크다. 사실 중국은 일본보다 먼저 혐한류가 본격화된 곳이다. 다행히 중국에서 혐한류가 심했을 시절에 일본 한류가 뜨거웠기 때문에 이를 피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 한류 열풍이 식어갈 무렵 중국의 혐한류도 잦아들어 자연스럽게 중국 시장이 열렸다. 그렇지만 언제든 중국에서 혐한류가 다시 불거질 여지는 있다. 행여 이번 메르스 공포가 그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메르스 후폭풍은 국내에서 더욱 심각하다. 계획돼 있던 공연과 행사 등이 연이어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장은 물론이고 극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무뢰한>과 <은밀한 유혹>이 기대 이하의 관객 동원으로 시름하는 가운데 오는 11일 개봉 예정인 외화 <쥬라기 월드> 측도 시름이 깊다. 공룡을 소재로 한 영화 <쥬라기 월드>는 과거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흥행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메르스 공포’ 라는 더욱 거대한 공룡을 이겨내야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개봉 예정이던 <연평해전>은 메르스 공포로 인해 아예 개봉일을 24일로 변경했다.
행사 취소는 연예인의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각종 지역축제 등 대규모 행사가 연이어 취소되면서 갑작스런 스케줄 취소 통보를 받는 연예기획사들의 시름이 깊다. 행사는 비교적 시간 대비 높은 개런티를 받을 수 있는 데다 현금 결제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더욱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콘서트 등 공연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주말인 6일과 7일로 예정됐던 이은미 콘서트, 김장훈 콘서트, 그리고 더 바이브 패밀리 콘서트 등이 모두 연기됐다. 메스르 공포가 장기화될 경우 다른 콘서트와 공연들도 취소나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방송가에선 방청객을 불러 모아 녹화를 진행하는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는 지난주 손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나름의 안전 대책을 마련해 녹화를 진행했지만 ‘메르스 공포’가 지속 내지는 확산된다면 녹화에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연예인의 감염을 방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행여 연예인 감염자가 등장할 경우 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는 특정 병원 등 제한된 공간을 중심으로 감염이 진행돼 연예인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속 남자 연예인 A가 최근 한 대형병원을 다녀왔다. 해당 병원은 메르스 병원으로 알려진 곳이지만 부인이 그곳 산부인과를 다니고 있다. 하필이면 주기적으로 산부인과를 찾아야 하는 시점에 메르스 공포가 엄습했다. 그렇다고 안 갈 수는 없어 A는 최근 부인과 함께 그 병원을 다녀왔다. 마스크를 쓰고 내내 조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