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6’ 고비 넘어야 막힘없이 고고씽~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국내차 역시 디젤 세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산 준대형 세단 가운데는 처음으로 그랜저 디젤을 출시했고 올해 1월에는 국산 중형 디젤 더 뉴 i40를 출시했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쏘나타 1.7 디젤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할 예정이며 기아차는 오는 7월에 신형 K5 출시와 동시에 1.7 디젤 모델을 내놓는다.
수입 세단 디젤이 시장을 재편한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의 발전 덕분. CRDI와 같은 직분사 기술, 여기에 터보차저, 그리고 조금 더 압축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됐다. 이 결과 디젤 엔진 자체가 발생시키는 출력은 점점 더 높아졌고, 그와 동시에 DPF라 불리는 후처리 장치로 배기가스를 처리하는 기술이 도입되면서 디젤 엔진에게 씌어졌던 환경오염의 주범, 소음의 원인과 같은 죄목들이 조금씩 벗겨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고 해도 아직까지 디젤은 친환경적이지 않다. 디젤차에서 내뿜는 오염물질은 크게 이산화질소와 질소산화물이 있다. 이중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질소화합물이 디젤차에서만 내뿜지는 않지만, 가솔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하는 게 문제다. 이는 점화방식이 아닌 압축 착화방식을 이용하는 디젤 엔진 특유의 구동 방식 때문이다. 디젤 엔진은 연료 자체를 고압으로 압축하면서 높은 열을 발생시킨 후 그 열로 연료를 폭발시키는 방식을 쓴다. 이 과정에서 가솔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열에 노출된 연료가 산화 및 탄화하면서 더 많은 질소화합물을 만들어 낸다. 때문에 질소화합물의 비율을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
유럽연합은 ‘유로6’라는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를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유로5에 비해 질소산화물은 80%, 미세먼지는 50%를 감축해야 한다. 기술이 어렵더라도 환경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9월부터 시행되는 유로6에 맞춘 디젤차를 내놓으면서 배기가스 저감장치 등을 새로 탑재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올뉴 투싼
현대자동차 차종 가운데 유로6 대응으로 가장 많이 오른 차는 올뉴 투싼이다. 올 3월 출시된 올뉴 투싼 1.7모델은 2250만~2950만 원이다. 이전의 2.0 모델이 2090만~261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160만 원에서 340만 원 인상된 셈이다.
올뉴 투싼 다음으로 인상폭이 컸던 차종은 올 초 새로 나온 i30다. 신형 i30은 2014년형 모델보다 150만~160만 원 인상됐다. 지난해 유로6 대응을 마친 엑센트도 차값이 23만~103만 원가량 올랐다.
신형 i30
기아자동차도 주력 차종인 쏘렌토를 비롯해 카니발, 프라이드 디젤에 대한 유로6 기준을 통과했다. 쏘렌토는 종전 모델보다 25만~60만 원 인상됐다. 2014년형 모델보다 가격이 낮아진 것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꼼수다. 일부 편의사항을 제외한 덕분이다. 제외된 편의사항을 옵션으로 추가하면 이전 모델에 비해 가격이 높다. 올 3월 출시된 2015 카니발은 트림별로 15만 원에서 25만 원이 인상됐으며 지난말 유로6 대응을 마친 더 뉴 프라이드도 최고 트림 가격이 25만 원 정도 올랐다.
왜 항상 소비자만 봉이어야 할까.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