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모래알’…무대에선 ‘찰떡궁합’
걸그룹 시크릿의 팬미팅 모습 페이스북 캡처. 왼쪽은 시크릿 멤버 한선화가 같은 멤버인 장하나가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올린 SNS 글.
후자의 경우 방송 녹화 중 전화 연결은 대부분 사전 조율이 된다는 것이다. 몇 시쯤 어떤 내용으로 전화를 할 테니 받아달라고 부탁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선 연예인들은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다. 또한 방송 녹화인지 모르고 전화 통화 중 말실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전자의 경우는 어떨까? 함께 활동하는 팀의 멤버라고 해서 관계가 좋을 거라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매일같이 부대끼며 힘든 일을 겪다보면 서로 성향이 맞지 않아 트러블이 생길 때가 많다. 인기를 얻으면서 서로의 인지도 격차가 벌어지면 이런 일이 더욱 빈번해진다.
최근 걸그룹 시크릿의 한선화는 SNS에 글을 올렸다가 불화설에 휩싸였다. 시크릿의 멤버인 정하나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동료들의 주사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한선화는 취하면 세상에 불만이 많아진다. 투덜투덜한다”고 언급했다.
여기까지는 웃고 넘길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선화는 이 프로그램의 화면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3년 전 1, 2번 멤버 간 분위기 때문에 술 먹은 적 있는데 그 당시 백치미 이미지 때문에 속상해서 말한 걸 세상에 불만이 많다고 말을 했구나”라고 적었다.
네티즌은 같은 걸그룹의 멤버가 3년 전 술자리를 한두 번밖에 갖지 않았다는 것은 멤버 간 뭔가 불편한 관계가 있는 것이라 추측했다. 불화설이 확산된 후 또 다른 멤버 전효성이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를 해명하자 한선화는 또 다시 SNS에 “잠이 들려다 깬다. 그게 아닌 걸”이라는 글을 올려 오해를 증폭시켰다.
소속사 측은 한선화가 개인적인 이유로 쓴 글일 뿐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방송이 송출된 시점과 한선화가 글을 올린 시점이 공교롭게 들어맞으며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시크릿의 불화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화해 무드를 조성한 그룹 샵의 여성 멤버였던 이지혜와 서지영이 해체 전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이 익히 알려진 것처럼 겉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관계가 곪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 적지 않다.
걸그룹 A의 경우 멤버 B의 인기가 워낙 높아지면서 타 멤버들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B는 개인 활동이 많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그룹 공식 활동 외에는 스케줄이 거의 없다. B 역시 그룹 동료들을 잘 챙기지 않아 이들의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많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A는 앨범 재킷을 촬영하며 B와 나머지 멤버들이 따로 찍은 후 합성했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A의 활동 재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보이그룹 C 역시 공식석상에서는 멤버들 간 사이가 좋지만 스케줄이 끝나면 따로 연락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이들은 소속사의 다른 그룹의 멤버들과는 관계가 좋지만 각 멤버들의 개성이 강해서인지 내부 결속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C의 경우 멤버들 간 관계가 소원할 뿐, 불화설이 회사 밖으로 새 나오진 않고 있다. 각 멤버들이 현재 몸담고 있는 그룹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부른다. 일적인 면에서 있어서 서로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C의 관계자는 “회사원이 모든 회사 구성원들과 친할 순 없다. 하지만 몇몇 동료들과 친하지 않다고 회사를 그만둘 순 없지 않느냐”며 “아이돌 그룹 역시 개인적으로 친하진 않아도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하며 팬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걸그룹 D 역시 C와 비슷한 사례다. 각 멤버들의 기가 세기로 유명한 D의 경우 특정 멤버가 또 다른 멤버를 괴롭힌다는 악성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표면으로 불거진 문제는 없다. 워낙 프로 정신(?)이 투철하기 때문이다.
D의 멤버들은 그룹으로 공식 활동할 때만 만난다. 평소에는 각 멤버들이 솔로, 연기, 피처링 등 개인 활동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챙길 여력도 없다. 원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의 인기가 높아지니 굳이 외부에 친한 척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룹 공식 활동이 시작되면 멤버들의 모습은 백팔십도 달라진다. 서로에게 누구보다 살갑게 대하며 팬들 사이에 퍼진 불화설을 진화한다.
이는 몇몇 선배 그룹의 사례를 보며 학습된 결과다. 5명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에서 1명이 빠진다고 ‘n분의 1’로 따져 80% 전력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팬들은 믿고 추종하던 그룹의 균열을 극도로 꺼린다. 1명이 전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나머지를 보는 시선도 곱지 않게 된다. 빠진 1명을 유독 좋아했던 팬들은 나머지 4명에게 안티팬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팀에서 빠져 솔로를 선언한 가수 역시 20%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그룹은 시너지 효과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각 멤버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으며 팀의 균형을 유지한다. 때문에 1명이라도 빠지면 전체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인기를 얻은 그룹들은 선배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팀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에 멤버 간 불화가 있어도 드러내지 않고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