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할 수 없는 끼 ‘몰바’로 줄줄
▲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 ||
이는 분명 좋은 일이다. 연예인이 불법적인 사안에 휘말리는 사례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는 것 같다. 검·경의 조직폭력배(조폭) 소탕 뉴스에 몇몇 연예인의 이니셜이 거론되는가 하면 바다이야기 파문에 관련된 연예인의 이니셜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 발을 담가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연예인이 상당수이지만 좀 더 지능화되고 세밀해진 수법으로 인해 그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검·경의 저인망 수사는 물론 언론의 날카로운 낚시질까지 피한 이들 연예인들의 어두운 부업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묻지마투자 사채업·성인오락실
가장 대표적인 재테크는 ‘금융업’에 현금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저금리 시대에 은행권 투자는 왠지 손해인 것 같고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증권은 두렵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상이 바로 불법 고리대금업(사채)이다. 사채는 은행 금리와 비교조차 어려워 ‘고리대금’이라 불리는 높은 이율이 보장되나 원금보장성은 증권보다 훨씬 위험하고 불안정하다. 따라서 믿을 만한 시스템을 갖춘 전문 사채업자와 뒤를 봐줄 수 있는 조폭이 조화를 이루면 안정성이 눈에 띄게 높아지기 마련. 이런 구도에 따라 몇몇 연예인이 친분 있는 조폭의 소개로 믿을 만한(?) 사채업자에게 현금을 투자해왔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이런 의혹은 최근 경찰을 통해 이뤄진 조폭 신촌 이대 식구파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서 그 실마리가 드러났다. 일부 연예인이 조폭과의 친분을 이용해 사채업에 돈을 투자하곤 했다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급전이 필요한 동료 연예인에게 사채업자를 소개해줘 소개비까지 챙긴 연예인도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경찰의 수사는 이들 연예인이 관련됐다는 증언을 확보하는 수준에 그쳐 법적 처벌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번 바다이야기 파문에서도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사채업자를 통해 상품권 시장에 돈을 투자해 연 60%의 높은 금리를 챙긴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조폭 소개로 성인오락실에 지분을 투자해 쏠쏠한 수익을 올린 연예인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사채를 통해 이뤄지는 연예인의 어두운 재테크 중심에는 늘 조폭이 있다. 이제 다소 멀어져 보이지만 여전히 일부 연예인과 조폭은 지근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각종 출연료와 계약금으로 현금을 확보한 연예인과 사채업 관련 시스템과 인맥을 갖춘 조폭이 서로의 친분을 이용해 그 관계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발전시켜온 것이다.
몰래바이트 바지사장·고급콜걸
신촌 이대 식구파 관련 수사 당시 불거진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는 그들이 운영한 텍 가라오케에도 일부 연예인이 관련돼 있다는 사안이다. 몇몇 남자 연예인이 그 업소에서 ‘바지사장’으로 일했는가 하면 ‘룸DJ’로 활동했던 연예인도 있다는 사실이 비록 이니셜이지만 경찰을 통해 거론돼 눈길을 끌었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텍 가라오케 외에도 상당수의 유흥업소가 연예인을 바지사장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개그맨 A의 성공 사례가 그 시초다. 그는 부업 삼아 시작한 포장마차로 큰돈을 벌어 텍 가라오케로 가게를 확장해 유흥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의 성공을 지켜본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유명 연예인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손님몰이를 시작했다. 이는 텍 가라오케의 주된 고객층이 방송 및 연예계 관계자이기 때문으로 이들 연예인의 인맥이 영업에 큰 힘이 되는 게 당연하다. 또한 연예계 데뷔를 꿈꾸며 룸DJ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아 잘나가는 룸DJ를 모으기 위해선 그 업소에 연예 관계자 손님이 많다는 소문이 필수적이다. 실제 영화배우 B의 경우 룸DJ로 활동하며 연예인을 꿈꿨고 손님으로 찾아온 C와 당시부터 절친하게 지내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이렇게 바지사장이 끌어오는 손님들을 통해 올린 매상의 일부는 바지사장인 연예인의 몫이 되고 바지사장으로서의 기본적인 수입도 보장된다. 잘만 하면 매월 수천만 원대의 수입이 가능하다는 얘기.
반면 여자 연예인이 몰래 바이트 삼아 나가요걸 내지는 고급 콜걸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업소는 논현동 소재의 한 VIP 회원제 룸살롱이었는데 2년 전쯤 문을 닫았다. 당시 소문에 의하면 해당 업소 나가요걸의 대부분이 가수 지망생들이며 방송국 고위 관계자가 손님으로 방문할 때에는 현직 여가수가 호출돼 룸으로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 2차까지 나갔다고 하니 말 그대로 고급 콜걸인 셈이다. 특히 당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여가수 D가 이 업소에서 새끼마담 역할을 하며 직접 손님도 받았다고 알려져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렇게 한 업소에 가수 지망생과 현직 가수가 접대부로 몰려든 이유는 업주가 가요계의 유명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업주에게 잘 보이거나 손님으로 오는 방송 및 가요계 관계자들의 눈에 띄면 가수 데뷔가 가능해지고, 현직 가수의 경우 슬럼프를 벗어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수익도 올리게 된다. 비교적 비슷한 수준의 다른 업소에 비해 수입이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적당히 2차를 나가면 월수입 500만 원 이상은 기본이었다고 한다.
은밀한 비즈니스 채홍사·다단계
문제가 된 몇몇 텍 가라오케의 바지사장 연예인들은 성매매 알선이라는 혐의까지 받기도 했다. 그 이유는 소위 ‘2차’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2차가 더해지면 유흥업소도 윤락업소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런데 유흥업소에서의 2차는 워낙 흔한 일이라 딱히 특별한 사안에 해당되진 않는다. 반면 매춘에 나서는 여성이 연예인일 경우 문제는 또 달라진다. 이는 룸살롱에서 ‘마담(나가요걸을 관리하고 일정 지분을 소유한 여성 중간 책임자)’으로 활동하는 몇몇 연예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는 이미 <일요신문> 724호에서 소개된 바 있는 전직 여성 연예인 E다. 비슷한 처지의 전직 여성 연예인, 그러니까 한동안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유명세를 얻었지만 금세 잊혀져버린 여성 연예인들이 ‘왕언니’로 통하는 E를 통해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는 것. 유명세에 따라 화대가 달라지나 수백만 원대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이 가운데 20~30%가량이 E와 같은 마담에게 돌아간다.
톱스타로 분류되는 여성 연예인들이 ‘채홍사’로 불리는 이들을 통해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과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몇몇 중견 여자 연예인이 ‘채홍사’로 활동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다만 참여정부와 17대 국회가 시작되며 이들 채홍사의 활동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불법 다단계 사업에 연루된 연예인도 있다. 중견 탤런트 정욱 부자가 불법 다단계 업체를 운영하다 적발돼 물의를 빚었는가 하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다단계 업체 제이유와 깊이 관련된 인사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