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거래’ 파헤치면 정관계도 평지풍파
현재 준비 중인 연예계 비리 수사의 핵심은 2002년 수사 당시 그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연예인 성매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 검찰은 ‘연예인 성상납 및 성매매’ 관련 사안에 대한 수사에서 상당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가 종결되고 만 것. 게다가 수사 도중에 담당 책임자인 서울지검 강력부장이 교체되면서 ‘연예인 성상납과 성매매’에 관련된 윗선의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었다. 결국 이번 연예계 비리 수사가 ‘연예인 성매매’를 핵심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기는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의 불명예를 되갚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지검 내부 관계자에 의하면 연예인 성매매와 관련된 핵심 수사 대상으로 연예 관계자 A 씨가 지목되고 있다고 한다. A 씨는 지난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에도 주목을 받았던 인물로 여자 연예인과 고위층을 연결시키는 채홍사 역할을 도맡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예기획사 고위 간부였던 A 씨는 소속 연예인에게 고위층 인사를 스폰서로 붙여주는 방식으로 거액을 벌어들여 회사를 확장시켜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이후 회사가 기울면서 연예계를 떠났는데 여전히 물밑에서 채홍사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한다.
A 씨를 잘 아는 연예 관계자들은 그가 여전히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과 탄탄한 인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한 연예 관계자는 “요즘도 가끔 청담동 일대의 몇몇 미용실에서 여자 연예인을 만난 후 함께 어딘가에 가곤 했다”면서 “그를 통해 여자 연예인과 인연을 맺은 바 있는 고위층 인사들이 여전히 그를 찾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여자 연예인 B 씨에 대한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아직 정확한 B 씨의 혐의점이 포착된 것은 아니지만 몇 년 전 다른 사안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B 씨가 교묘히 수사망을 빠져나간 바 있어 검찰이 B 씨를 벼르고 있다고. 검찰의 한 관계자는 “B 씨 역시 워낙 성매매 관련 소문이 많은 인물이라 수사가 시작되면 구체적인 혐의점이 포착될 것”이라며 “교묘한 수법 따위로 두 번 수사망을 빠져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연예계 관련 사안, 특히 성매매에 대한 정보 수집은 국정원을 통해서도 광범위하기 이뤄져왔다. 국정원 직원들이 1년여 전부터 연예부 기자 등과 접촉하며 관련 정보를 수집해온 것. 최근 분위기에 대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검찰에서 연예계 비리 수사를 준비 중인지 여부는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국정원에서 수집한 정보가 검찰 수사로 연결된 사례가 종종 있어왔다”는 말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물론 가장 큰 과제는 검찰의 대대적인 연예계 비리수사를 통해 연예인 성매매의 실체가 들어날 수 있을지의 여부다. 워낙 겹겹이 숨겨져 있는 내용인데다 성 매수자에 해당되는 정관계 고위층의 압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서 연예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 연예 기획사 간부는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검찰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얘기가 오가기는 한다. 그러나 지금도 연예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우리도 잘 모르겠다”면서 “오히려 더 큰 걱정은 2002년처럼 연예인 성매매에 대한 수사가 흐지부지해지고 몇몇 연예 기획사의 비리를 표적 수사하는 엉뚱한 내용으로 불거지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고위층 관계자의 압력은 수사에 방해가 되기보다 수사 원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 당시에는 고위층 관계자의 압력으로 수사가 흐지부지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당시 정관계 역학 구도 역시 이런 정황과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연예계 비리 수사가 몇몇 정치인과 재계 인사에 대한 표적 수사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예계 비리 수사가 정계재편이나 대권 구도 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은 연말 연시가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빠르면 11월에 시작돼 연예계에 나도는 11월 괴담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얘기해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안타까운 대목은 유독 연예계 비리 수사 시점이 대통령 선거(대선)와 묘하게 맞물린다는 점이다. 지난 2002년 연예계 비리 수사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데 이어 이번 연예계 비리 수사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으로 추측된다. 검찰이 가시적인 수사 성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괜한 의혹만 양산하고 말 가능성이 크다.
이런 다양한 의혹들에 대해 지난 75년과 90년 두 차례에 걸쳐 연예계 비리 수사를 지휘한 심재륜 변호사는 “매니지먼트사의 기업화에 따라 예전엔 비리에 해당되던 행위가 요즘에는 교묘한 변칙으로 합법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어 증거 잡기가 쉽지 않다”면서 “검찰이 이런 부분까지 잡아내기 위해서는 더욱 치밀한 사전 준비와 세밀한 수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