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사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박 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 43분경 경북 상주 공성면 금계리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6명이 나눠 마신 사이다에 고독성 살충제를 탄 혐의로 20일 구속됐다. 박 씨는 살해 동기 여부는 물론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마을회관에서 모인 7명의 할머니들은 평소에 ‘화투’를 즐겨온 사이로, 주민들 사이에 ‘원한관계’가 있다는 구체적 증언이 나왔다. 사이다를 마시고 현재 중태에 빠진 민 아무개 씨(여·88)의 아들 A 씨는 “여기 고도리 치는 멤버가 있다. 10원짜리 가지고 거의 매일 화투를 쳤다. 항상 우리 엄마가 돈을 많이 따는 편이다. 못 따는 사람이 화도 내고 한다더라”라며 “화투치다가 왕따 당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 B 씨는 “그 멤버들 매일 화투쳤다, 오전엔 농사일하고 오후 2시에 모여서 민화투 10점짜리 치다보면 100원도 잃고 150원도 잃고 그랬다. 나도 구경 간 적이 있다”라고 증언했다. 다른 마을주민 C 씨 역시 “아낙네들이나 화투쳤지, 원한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경찰은 “평소 화투를 치는 멤버가 맞다. 멤버 중 왕따가 있는지 등 그에 따른 원한관계를 파악 중이다”고 강조했다. 앞서의 A 씨는 “동네 사람들도 다 알고 있을 거다. 누구네하고 누구네하고 원한 관계다. 객지에 사는 나도 최근에 어머니랑 통화하면서 들어 알고 있다”며 “물론 화투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우리 엄마하고도 원한 진 사람이 있다더라. 최근에 불만이나 이런 것들을 나한테 토로했다. 나도 고향에 내려와서 그 아줌마하고 싸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추가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0일, 경찰은 ‘살충제 사이다’ 사건의 용의자 박 씨가 사건 발생 전날 마을회관에서 피해 할머니들과 어울려 소액을 건 화투를 하다 할머니 1명과 다퉜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박 씨와 피해자 사이에 다툼이나 갈등이 있었는지에 대해 마을 주민과 박 씨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하고 있다.
현재 화투 도중 다퉜다는 할머니 1명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마을 주민들 사이에 ‘원한관계’를 암시하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어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박 씨의 가족은 “살충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누군가가 고의로 누명을 씌우려고 한 것이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