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0년째 400여 개의 섬들을 순례하고 있는 섬 시인 강제윤은 오늘도 섬에 가고, 섬을 걷고, 섬에 머문다. 강제윤이 섬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이토록 많은 섬에 대한, 이토록 많은 이야기. 며칠쯤 발이 묶여도 좋은 날, 온전히 숨어들기 좋은 섬. 그 섬에 사람이 있고 사랑이 있고 시가 있다. <당신에게, 섬>은 꽃보다 아름답고 보석보다 빛나는 우리 섬 여행 이야기다.
이 책에는 섬의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짠 내 나는 섬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향기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꽃게잡이에 김발 작업에 ‘그 이쁜 손가락’을 세 개나 잃고도 아이들 모두 어엿하게 키워낸 보람으로 시름을 잊는다는 삽시도의 할머니부터 시 쓰고 요리하는 전직 조폭 출신의 지도 사나이, 고아로 절에 버려져 평생을 절간 밥 먹으며 도 닦다가 이제는 도통 도통할 생각도 않는 팔순의 노승, 돌담 밑에 앉아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보고 사는 아흔한 살의 할머니까지.
이 책에는 섬에 직접 가서, 걷고, 먹고, 자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생생한 팁 또한 가득하다. 서이말 등대가 바로 최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라는 것, 금오도 선착장 부근의 ‘백야리 손두부집’에서 낭도 젖샘 막걸리를 꼭 한 잔 먹어봐야 한다는 것, 흑산도에는 홍어 말고도 장어간국이 있다는 것…. 그의 안내를 따라 섬을 만나다 보면 어느 샌가 섬이 마음속에 들어와 앉게 될 것이다.
강제윤 지음. 꿈의지도. 정가 1만 4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