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믿지 마세요
▲ 아파트 광고에 출연한 고소영 최지우 이영애 김남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
최근 건설회사 아파트 브랜드마다 톱스타를 CF 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어떤 제품의 CF를 찍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제품만 사용하란 법은 없다. 아니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유독 아파트 브랜드 CF 모델만큼은 실제로 그곳에 살 거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아파트가 의식주 가운데 하나인 주(住)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의(衣)나 식(食)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데 반해 주는 대개 거주지 한 곳으로 한정된다.
그렇다면 아파트 브랜드 CF 모델로 활동 중인 톱스타들은 실제 어디에 살고 있을까. 또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본 한국의 베벌리힐스는 어디일까.
최근 이영애가 출연한 CF가 화제가 되고 있다. ‘나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연말연시를 맞아 한강자이 부녀회의 독거 노인 김장 나눔 행사에 동참한 모습이 CF를 통해 공개된 것. GS건설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전속 모델인 이영애는 요즘 아파트 이미지를 홍보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아예 자이 주민들의 삶과 커뮤니티를 보여주고 있다. 반복·지속적으로 자이 CF를 접하다 보면 일반인들 사이에선 당연히 이영애는 자이에 살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고정 관념이 생길 정도다.
김남주는 얼마 전 한 잡지를 통해 신혼집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남편 김승우, 그리고 딸 라희 양이 함께 살고 있는 이 집은 센스 있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데 대부분 김남주가 직접 낸 아이디어로 인테리어를 개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잡지 내용이 소개된 블로그에 달린 댓글을 보다 보면 그 집이 푸르지오(대우건설)라고 생각하는 네티즌들을 접할 수 있다. 이는 김남주가 결혼 직후 촬영한 푸르지오 CF가 신혼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멋진 인테리어 등에 반해 샘을 낸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남주가 실제 살고 있는 집은 삼성동 소재의 개인 주택이다.
당연히 자이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이영애가 실제 살고 있는 곳은 경쟁사인 현대건설의 아파트. 그리고 현대건설에서 새롭게 선보인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의 CF 모델 고소영이 실제 살고 있는 곳은 논현동 소재의 개인 주택이다. 알려져 있듯이 고소영은 최근 청담동에 100억 원대 빌딩을 신축하고 있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아이원(풍림건설)의 모델 송윤아 역시 아이원이 아닌 경쟁 회사의 대표 아파트 브랜드에 살고 있다.
주요 건설회사 아파트 브랜드 CF 모델로 활동 중인 톱스타 26명을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자신이 CF 모델로 활동하는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고급빌라나 개인 주택에 거주 중이었고 간혹 경쟁 건설 회사에서 만든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요즘 연예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CF는 단연 고급 아파트 브랜드다. 그만큼 높은 CF 모델료를 받게 되고 연예인 입장에서도 자신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아파트 브랜드 CF에 모델로 기용됐다는 얘기는 곧 톱스타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 다시 말해 한국의 베벌리힐스는 어디일까.
4~5년 전에만 해도 방배동, 동부이촌동, 한남동 등이 한국의 베벌리힐스로 손꼽혔으나 최근 들어 그 중심이 삼성동, 청담동 등으로 옮겨진 분위기다.
▲ (시계방향으로) 김희애, 김희선, 배용준, 김현주, 이미연, 비. | ||
또한 롯데캐슬(롯데건설)의 장진영을 비롯해 퀸덤(영조건설)의 고현정, 굿모닝힐(동문건설)의 유동근-전인화 부부, 그리고 지난해 신인에게 자리를 물려줬으나 오랫동안 e편한세상(대림건설) CF 모델로 활동해온 채시라 등은 청담동 소재의 고급 빌라에 살고 있다.
서초동도 빼놓을 수 없다. 더 샤프(포스코)의 장동건과 브라운스톤(이수건설)의 김정은 등이 서초동 소재의 고급 빌라에 거주 중이며 뷰(SK건설)의 지진희 역시 서초동 소재의 주상복합건물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있다.
이 외에도 미소지움(신성건설)의 김호진-김지호 부부와 내안애(양우건설)의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각각 논현동과 방배동 소재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모두 그들이 CF 모델로 나서는 건설회사에서 만든 아파트는 아니다. 해피트리(신일)의 최지우 역시 강남 소재의 빌라에 살고 있고 꿈에그린(한화건설)의 김현주는 여의도 소재의 주상복합건물에 거주 중이다.
강북권에선 한남동이 여전히 오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안(대우자동차판매건설부문)의 김희선, 에버빌(현진종합건설)의 노주현 등이 한남동 소재의 고급빌라에 살고 있으며 피오레(대주건설)의 정준호는 최근 한남동에 개인주택을 마련했다. 센트레빌(동부건설)의 박주미는 가회동 소재의 개인 주택에서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경기도 양평의 개인 주택에 신혼집을 마련한 데시앙(태영건설)의 감우성이 유일하게 서울 밖에서 생활한다.
이처럼 건설회사 아파트 브랜드 CF 모델로 활동 중인 톱스타들이 대부분 고급빌라나 개인주택, 내지는 고급 주상복합건물에 살고 있는 이유는 사생활을 보호받기 위해서다. 물론 이들이 출연 중인 CF의 아파트 브랜드 역시 고급화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톱스타의 사생활까지 완벽히 보호해주기엔 부족함이 있다는 것.
그만큼 집값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최근 이찬-이민영 폭행공방에서 최지우가 30억 원대 집에 산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최지우 측은 강남의 한 빌라에 살고 있으나 집값이 30억 원이라는 얘기는 사실무근이라 주장했다. 그런데 아파트 브랜드 CF 모델로 활동 중인 톱스타 26명이 살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수십억 원대의 집에 살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30억 원대 이하인 이들이 대부분이나 그 이상의 값어치를 가진 집에 사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