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가요계가 오랜 불황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본래 한국 연예계의 중심은 가요계였습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연예기획사 모임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의 근간 역시 가요계로 불법음원분쟁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사단법인 대한가수협회(회장 남진)가 창립식을 갖고 가수권리찾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자살로 세상을 떠난 유니의 빈소는 너무도 쓸쓸했습니다. 각종 협회와 모임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경조사를 챙겨주는 것입니다. 유니가 이런 단체들에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아닙니다. ‘그가 회원이 아니라 챙길 겨를이 없었다.’ 충분히 그럴듯한 이유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코미디언(개그맨 포함)들은 달랐습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형은의 빈소엔 개그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코미디협회장인 엄용수가 애도사를 발표하며 “지상파 방송3사 코미디언실장들에게 연락해 모든 코미디언들이 조문을 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은 현실이 됐습니다. 방송 3사 코미디언 대부분이 모두 빈소를 찾은 것은 물론이고 신동엽 정선희 등과 같이 고인과 생전에 친분이 없던 선배들까지 빈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김형은 역시 코미디협회 회원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런 모습이 요즘 부쩍 성장하는 코미디계와 오랜 불황에 시름하는 가요계의 모습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요. 몇몇 아이돌 스타와 한류스타의 맹활약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는 한국 가요계의 전성시대가 이제야말로 종언을 고하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합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2.13 1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