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에 흘리면 막차 타고 운다
지금까지 연예인 관련 주식 뉴스는 주로 연예기획사의 우회상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실제 몇 백 원대에서 몇 천 원대에 불과하던 코스닥 상장사가 연예기획사를 계열사로 인수 합병하면서 주가가 4만~5만 원대로 급등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형식은 코스닥 상장사가 연예기획사를 인수 합병하는 것이지만 실제는 연예기획사가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 합병한 것이라 증권 관계자들은 이를 우회상장으로 분류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연예기획사와 소속 연예인이 엄청난 주가 차익을 벌어들였다.
이렇게 증권가에서 연예인 관련주가 테마로 떠오르면서 연계 관련 정보가 증권가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증권가 정보지에 연예인 관련 정보가 언급되곤 했지만 대부분 가십거리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연예기획사의 우회상장이 주가 변동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증권가의 연예인 관련 정보가 가십거리에서 주요 주가 관련 정보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이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회사 운영을 위해 연예부 기자들과 잦은 술자리를 갖던 연예기획사 고위층 관계자들이 최근 들어 술자리 파트너를 증권 관련 경제부 기자들로 바꿨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술자리에서 풀어 놓는 연예인 관련 정보의 주인 역시 연예부 기자에서 경제부 기자로 뒤바뀌게 됐다.
예를 들어 요즘 JYP 엔터테인먼트(JYP)와의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수 비의 경우 연예계 일각에선 비가 스타엠 엔터테인먼트(스타엠)로 소속사를 옮길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비의 스타엠 이적설에 연예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스타엠이 비의 아시아 투어 공연에 대한 독점 계약을 체결하며 출연료 및 판권료로 100억 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공연 자체의 수익성을 겨냥한 투자일 뿐이라고 보기에는 100억 원이라는 금액이 다소 파격적이었던 탓에 영입까지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비의 JYP와의 계약만료가 임박한 까닭에 연예계에선 과연 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소문에 대해 경제부 기자들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 증권거래소 출입 기자들은 스타엠 엔터테인먼트의 주가 변동을 언급한다. 스타엠이 비의 아시아 투어를 독점 계약할 당시에는 상당한 주가 급등이 뒤따랐다.
본래 2000원대이던 코스닥 상장사 반포텍은 우회상장해 스타엠이 되면서 주가가 10배가량 급등했다. 이후 우회상장 효과가 퇴색하며 8000원대까지 하락했던 스타엠의 주가는 비의 아시아 투어 독점 계약을 기점으로 두 배가량 오른 1만 6000원대로 급등한 바 있다. 그런데 이후 급락을 거듭한 스타엠의 주가는 다시 2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소문처럼 비의 영입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기엔 스타엠의 주가 흐름에 그 어떤 징후도 포착되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타의 움직임에는 일반 투자자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요즘에는 톱스타와 코스닥 상장 연예기획사 관련 뉴스가 연예부가 아닌 경제부에서도 자주 다뤄지고 있다.
스타엠의 주가 변동에서 알 수 있듯이 우회상장을 통해 급등한 연예기획사 관련 주가는 대부분 거품이 빠지며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급등했을 당시 주식을 처분한 이들은 상당한 차익을 올렸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재벌닷컴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연예인 가운데 주식 평가액 1위는 배용준으로 300억 원대에 이른다. 한때 배용준이 1000억 원대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는 그가 최대 주주로 있는 코스닥 상장사 키이스트의 주가가 5만 원대까지 급등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평가액이 1000억 원대에서 300억 원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스타엠 소속인 장동건 역시 현재 15억 원가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역시 스타엠의 주가가 급등했을 당시에는 주식 평가액이 100억 원을 넘은 바 있다.
이렇듯 우회상장 거품이 빠진 상황에서 연예기획사들은 톱스타 영입을 통해 주가 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톱스타를 직접 영입하거나 톱스타를 거느린 다른 연예기획사를 인수 합병하는 게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와 관련된 가장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팬텀 엔터테인먼트(팬텀)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한다. 채 500원도 되지 않던 코스닥의 골프공 업체 팬텀은 이가기획이 우회상장해 팬텀 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나면서 주가가 4만 원대까지 치솟았다가 거품이 빠져 2000원대로 하락했다. 이후 중앙일보와 엔터테인먼트 사업 제휴, 일간스포츠와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계속 확장했고 팝콘필름과 DY 엔터테인먼트(DY) 등을 계열사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은 곧 주가 반등으로 연결됐다. 2000원대이던 주가는 사업 영역 확장으로 8000원대까지 반등했다 다시 6000원으로 하락했는데 윤정수 등을 영입하며 다시 7000원대 가까이로 치솟았다. 그런데 주가는 한 달 사이 다시 5000원대로 하락했고 김성주 영입과 DY 인수가 결정되면서 주가는 7000원까지 반등했다. 이후 4000원 대로 떨어졌던 주가가 최근 CJtvN과 드라마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5000원대 중반으로 상승했다. 여타 연예기획사와 달리 비교적 우회상장의 거품이 늦게 빠진 데다 계속적인 사업 확장 및 스타 연예인 영입에 적극적인 팬텀은 코스닥 시장에서 연예기획사 돌풍이 잠잠해진 지금까지 증권가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연예인 투자자가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한 증권사 VIP지점 관계자는 “한창 연예기획사의 우회상장이 증권가에 화두로 떠올랐던 시기에 비하면 지금은 거품이 많이 빠지면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연예계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기업화된 연예기획사들의 체계적인 회사 경영으로 여전히 주가를 반등시킬 호재는 많아 수면 밑으론 뜨거운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한다. 우회상장 당시처럼 급등은 어렵겠지만 톱스타 영입이나 드라마 영화 등으로의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해 주가 반등을 노리는 연예기획사가 많다는 것.
톱가수 비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곳은 현 소속사인 JYP도 마찬가지다. JYP 역시 코스닥 직상장을 준비 중이라 반드시 간판스타인 비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예기획사들이 계약기간이 끝난 톱스타를 두고 쟁탈전을 벌여온 것은 이미 오랜 관행이지만 이제는 주가 띄우기라는 또 하나의 이유가 더해진 형국이다. 코스닥 상장 연예기획사들이 톱스타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증권관계자나 일반 투자자는 관련 정보 수집에 혈안이 된, 말 그대로 연예계 주가 전쟁이 한창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톱스타 영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가 전쟁에서 실질적인 승자는 연예인일 수밖에 없다. 톱스타 영입이 곧 주가 급등으로 연결되는 분위기에서 연예인에게 이에 상응하는 대가가 건네지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소속사를 옮긴 몇몇 톱스타들은 수십억 원의 돈이나 주식, 또는 고가의 외제 승용차 등을 받았다는 소문에 휘말리곤 했다.
최근 전 소속사와의 소송에 휘말린 영화배우 이정재의 경우에도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이정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팬텀은 이정재가 우회상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가 차액의 일부를 자신에게 지급하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 것. 물론 이는 팬텀 측의 주장으로 정확한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최근 재벌닷컴이 공개한 코스닥 연예인 주식부호 리스트에 의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평가액이 100억 원대 이상인 이들이 3명, 10억 원대가 2명, 1억 원 이상은 28명이나 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