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시장
◇제물포시장
거대한 범죄 조직에 얽힌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누아르 영화 `신세계`. 경찰에서 조직의 3인자로 성장한 주인공(이정재)가 그의 조직과 접선하며 혼돈에 빠지는 장면은 인천 제물포시장에서 촬영했다. 1972년 문을 연 제물포시장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활기가 넘쳤다. 수봉산 자락에 주택가와 학교가 몰려 있어 늘 사람들로 붐볐으나 지금은 모두 빠져나가고 터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1997년 재개발 사업 지구로 지정됐으나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이곳이 세상의 관심을 받은 건 2011년 작 `써니`를 촬영하면서부터다. 남구가 주 배경이었던 이 영화에서 여고생 써니파와 소녀시대파가 여기서 ‘욕 배틀’을 하며 관객에게 웃음을 안겼다. 이후 `신세계`, 드라마 `황금의 제국`,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 9`의 오프닝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이달 영화 `아수라`도 촬영할 예정이다. 위치는 인천 남구 숭의동 27-50(경인로 142번길)이고 수봉공원과 제물포역 사이에 있다.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벽화마을
북한에서 남파된 최정예 간첩이 달동네 바보 백수로 위장해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김수현 주연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주 무대는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벽화마을이다. 이 마을은 1960년대 말 동구 만석동과 주안, 서울에서 오갈 데 없던 사람들이 밀려와 터를 이룬 산동네다.
이곳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 뿐만 아니라 `나쁜 녀석들`, `가면`, `악의 연대기`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 작품을 촬영했다. 마을 안 골목골목을 걷다보면 스크린과 TV화면에서 보던 낯익은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동구(김수현)가 머무르던 석이슈퍼는 지금 사라졌지만 그 앞에 드라마 `가면`의 촬영 세트장이 생겨나 아쉬움을 달랜다. 또 2002년 젊은 예술가들로부터 시작된 ‘열우물길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 담벼락과 계단을 수놓은 꽃, 나비, 무지개를 비롯한 갖가지 소박한 풍경의 그림들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위치는 인천 부평구 상정로 50 일대(십정동 열우물길벽화마을)이며 지하철 백운역 2번 출구에서 상정초등학교 방향으로 약 700m 거리에 있다.
송월시장
◇중구 송월시장
중구 송월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동화마을이다. 그 곳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간이 멈춘 듯 스산한 기운을 잔뜩 안고 서 있는 육중한 건물이 있다. 송월시장이다. 송월시장은 영화 `숨바꼭질`의 촬영지다. 영화는 고급 아파트에 사는 한 남자가 실종된 형이 살던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1937년 생긴 송월시장은 가축을 사고팔아 흔히 ‘돼지 장터’라고 불리며 번성했으나 만석동으로 넘어가는 육교가 생기고 철로 변에 담이 높이 쳐지면서 급격히 쇠락했다. 지금은 재난위험시설(D급)로 지정돼 대부분 텅 비어 있는 상태다. 그 황량하고 적막한 풍경은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에 제격인 ‘있는 그대로’ 세트장이다.
2013년 개봉해 흥행을 거둔 영화 `변호인`에 나왔던 돼지국밥집도 송월시장에서 촬영했으며 가수 싸이의 `행오버` 뮤직비디오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또한 올해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진 ‘일영’이와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엄마(김혜수) 일행이 머무는 곳으로 나오는 미가 사진관은 송월시장 앞 은하수 사진관에서 촬영했다. 위치는 인천 중구 송월동 1가 14-1(참외전로 13번길)이며 인천역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다. 재난위험시설(D급)이므로 둘러볼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도관
◇전도관, 우각로문화마을
남구 숭의동 109번지 언덕에는 전도관이 우뚝 솟아 있다. 전도관은 한 종교단체의 예배 시설로 오랜 세월 사용하다 지금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이 안에는 화제를 모으며 방영 중인 김태희 주연의 SBS 드라마 `용팔이`의 세트장이 있다. 또 2층에는 뱀파이어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드라마 `블러드`의 세트장이 남아있다. 노년의 아름다운 로맨스를 다룬 이순재·윤소정 주연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숭의동 109번지에서 촬영했다. 이밖에도 영화 `신의 한수`, `맨홀`,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드라마 `오만과 편견`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전도관 아랫동네라고 하던 숭의동 109번지는 도심에서 산으로 떠밀려 온 사람들이 언덕을 따라 다닥다닥 집을 짓고 붙어살던 소외된 동네였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예술가들이 비어 있던 집에 색을 입히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우각로문화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났다. 이제 이곳 우각로문화마을은 영화 세트장이자 환상의 세상이 됐다. 위치는 인천 남구 숭의동 109(수봉로 21길)이며 경인전철 도원역 뒤편에 있다. 전도관은 개인 소유이므로 들어가려면 문 앞에 있는 전화번호로 문의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