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섭 기자의 연예편지 열여덟 번째
그렇지만 요즘은 연예면보다 사회면에서 더 자주 이름을 볼 수 있는 전과 9범의 전직 배우입니다. 주로 음주 관련 사건사고에 휘말리곤 했습니다. 무전취식, 음주 난동, 음주 폭행 등으로 경찰서에 자주 들락거렸고 그때마다 사회면을 통해 그 소식이 보도되곤 했습니다.
젊은 시절 큰 재산을 상속받은 임영규 씨는 호화로운 삶을 즐기며 재산을 탕진했으며 거듭된 사업 실패로 수백 억 원의 자산을 허망하게 날려 버렸다고 합니다. 이후 술에 기대서 살아 왔으며 알코올성 침해를 겪고 있다고 방송에서 고백한 적도 있습니다.
그가 또 다시 경찰서에 가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체포할 수 있도록 결정적 제보를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찰이 체포한 보이스피칭 인출책은 마약까지 투약하고 있던 터라 마약 사범 체포에도 일조한 셈입니다.
사진 제공 : 채널에이
종종 좋지 않은 사건사고로 경찰서를 찾아 안타까운 뉴스의 주인공이 되곤 했던 임영규 씨가 이번엔 미담의 주인공으로, 용감한 시민으로 경찰서를 방문하게 됩니다. 매번 조서를 받는 등 수사 목적으로 임영규 씨를 소환했던 경찰이 이번엔 감사장과 신고포상금 50만 원을 준비해 놓고 임영규 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부터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시작은 임영규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였습니다. 지난 4일 오후 3시 무렵 임영규 씨는 “통장을 제공하면 거래실적을 쌓은 뒤 800만 원을 대출받도록 해 주겠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보이스피칭 업자들이 대포통장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을 빙자해 이런 사기 전화를 건 것입니다.
이에 임영규 씨가 “통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자 전화를 걸어온 이는 “집으로 퀵서비스 배송업자를 보내겠다”고 얘기합니다. 바로 임영규 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먼저 임영규 씨가 제공하기로 한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지 않도록 조치한 뒤 미행과 잠복 수사에 돌입합니다. 임영규 씨의 통장을 받아 간 퀵서비스 배송업자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인출책 문 아무개 씨가 만나 통장을 건네는 과정에서 경찰은 문 씨를 체포됐습니다.
게다가 경찰 체포 당시 부자연스런 모습을 보인 문 씨에게서 마약 투약 흔적을 발견한 경찰은 그의 모발과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필로폰 양성반응까지 얻어냈습니다.
임영규 씨는 단순 제보와 신고가 아닌 자신의 통장을 보이스피칭 인출책에게 넘기는 등 적극적으로 경찰 수사를 도왔습니다. 여기에는 임영규 씨의 아픈 과거가 한 몫 했습니다.
음주 관련 물의로 경찰서를 자주 드나든 임영규 씨는 과거 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도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었다고 합니다. 2년 전 똑같은 수법에 속아 자신의 통장을 보냈지만 약속받은 대출을 받기는커녕 경찰 조사만 받아야 했던 것이죠.
경찰 체포 당시 문 씨는 이미 확보해 둔 대포통장 체크카드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확보한 대포총장 계좌에 남아 있던 돈을 모두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합니다. 임영규 씨의 적극적인 경찰 제보로 인해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으로 날릴 뻔한 돈까지 되찾게 된 셈입니다.
같은 시민의 입장에서 임영규 씨의 행동은 마땅히 칭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연예인들의 다양한 소식을 기사화하는 연예부 기자 입장에서도 매우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실 거듭된 임영규 씨의 물의와 구설수를 기사화하는 것이 기자 입장에선 늘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그의 두 딸인 이유비와 이다인을 언급해야 할 때 더욱 씁쓸한 마음이었습니다. 기자 역시 딸을 둔 아버지인 터라 자신으로 인해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한창 활동하고 있는 두 딸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가 임영규 씨는 얼마나 가슴 아플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연예부 기자라는 직업이 참 그렇습니다. 아니 기자라는 직업이 다 그렇겠지만 연예인과 연예부 기자는 연예계라는 큰 틀 안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연예인의 홍보성 기사를 써주고 연예인에게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때 그런 사실을 기사화하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뭔가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린 연예인의 일도 기사화해야 하는 게 기자의 일입니다. 연예부 기자로 지내며 알고 지내는 연예인도 많아지고 각별히 친분이 생기는 연예인도 있지만 그들 역시 뭔가 안 좋은 일에 휘말리면 그런 내용을 기사화해야 하기도 합니다.
최근 잘 알고 지내는 방송인의 결혼 소식을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카톡으로 결혼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줘 단독 기사를 쓰게 해주지 않았다며 해당 방송인을 타박했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기자의 진정한 속내를 얘기했습니다.
“결혼하면 정말 잘 살아. 나는 자네가 결혼한 뒤에도 여전히 연예부 기자일 테니 나중에 불화설이나 이혼설 같은 슬픈 기사를 쓰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진정으로 자네가 나를 위하는 일이 아닌가 싶어.”
개인적으론 임영규 씨와 일면식도 없지만 거듭해서 그와 관련된 안 좋은 일을 기사화하면서 마음 한켠이 많이 무거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마치 무슨 영화나 드라마의 스토리처럼 기막힌 제보로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체포되고 피해자들의 돈까지 되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뉴스의 주인공으로 임영규 씨의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이처럼 임영규 씨의 좋은 얘기를 기사화하는 상황이 연예부 기자로서 매우 기쁘고 또 고맙습니다.
부디 앞으로는 늘 이렇게 임영규 씨와 관련해서는 늘 기분 좋은 기사만 쓸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빌어 봅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