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샤롯데를 사랑한 베르테르처럼 롯데를 사랑해왔다. 비단 롯데자이언츠에 열광하는 부산의 열성 야구팬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눈만 돌리면 마주치는 롯데 간판. 과자와 음료, 술을 사고 먹고 마실 때마다 대다수 국민들은 항상 롯데를 가까이 해 왔다. 롯데는 그 사랑을 받고 성장해 재계 5위의 대그룹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사랑이 부질없는 짝사랑이었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배신감마저 느낀다.
롯데그룹은 이제 비난과 조롱거리가 됐다. 경영권 분쟁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된 후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와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지시하고, 다시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뜻이라며 동생 신동빈 회장을 연일 공격하며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일본기업 논란’이 일면서 국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을 개혁하겠다는 방안을 11일 내놓았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 아닌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호텔롯데의 일본 계열사 지분 비율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을 약속했다. 또한 연말까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순환출자 고리를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롯데는 416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의 순환출자 덕분에 그룹 지배구조 자체가 안개처럼 모호한 상태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이 보유한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459개인데 롯데가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런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키고 기업문화 개선위원회도 설치해 구체적인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모든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대략 7조 원 정도의 자금이 투입된다. 국민 대다수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면서 실망스러워 한다. 재계 순위 5위인 그룹이 이처럼 폐쇄적으로 경영해 왔고 골육상쟁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샤롯데를 두고 괴로워하던 베르테르는 자살을 선택했다. 그동안 롯데를 사랑한 우리 국민은 ‘버림’을 선택할 수 있다. 지난 9일 소상공인연합회는 ‘롯데제품 안 받기’, ‘롯데카드 결제 안 받기’등의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괴테가 살던 시절의 사랑은 숭고하고 헌신적이었다. 그 시절 사랑은 한번 시작하면 애절하고 지속적이었으며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현대의 사랑은 다르다. 사랑이 떠나가면 이제는 냉정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사랑을 향해 찾아 떠나가는 시대이다. 샤롯데를 향한 애절한 베르테르는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샤롯데(롯데그룹)를 향한 베르테르(소비자)의 슬픔은 없다. 베르테르의 마음을 잡기 위한 샤롯데의 결단만 남았다. 말로만 `사랑한다`고 외치는 말고 샤롯데의 진심을 담은 사랑을 기대한다.
뉴스워치 이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