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23년 의대 위탁 126명 조사, 외과도 11% 불과…면허 취득 후 조기전역, 가장 많은 사유 ‘심신장애’
#장기군의관의 전공과목 보니…응급의학과 6%, 외과 11%
군 의료 핵심 인력인 군의관은 의무복무기간에 따라 단기군의관과 장기군의관으로 구분된다. 단기군의관은 병역법에 따라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사람 중에서 징집되는 인력으로 통상 의대를 졸업한 전공의들이 선택하는 일반적인 군 복무 형태다.
장기군의관은 군 의료서비스의 질을 올리고 총상·화상·파편상 등의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할 숙련된 의료인을 확보하기 위해 국방부가 국비를 들여 직접 양성하는 인력이다. 단기군의관 위주의 군 의료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간 군에서 일할 의료인력을 직접 길러내는 방식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김지원이 소화한 윤명주 캐릭터가 의대 위탁교육제도를 통한 장기군의관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장기군의관 양성을 위해 현역 장교를 민간 의대에 편입학시켜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의대 위탁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군위탁생으로 선발된 이들은 군 내부 전형 및 각 의대의 면접 등 간소화된 절차만으로 의대에 편입할 수 있다. 위탁교육기간 중 교육비를 전액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것은 물론이고 현역 장교 급여까지 받는다.
그런데 정작 의대 위탁교육제도의 운용 취지에 적합한 외과와 응급의학과를 전공한 장기군의관은 소수에 불과했다. 일요신문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방부로부터 받은 ‘의대 위탁교육 군의관의 전공과 현황’에 따르면 2010~2023년까지 의대 위탁교육 제도를 통해 의대를 졸업한 군의관 126명 가운데 8명(6.35%)만이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를 선택해 졸업한 군의관은 14명으로 역시 전체 졸업생의 11% 수준에 불과했다.
졸업원 구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형외과(17명)가 가장 많았고 △내과(16명) △치과(16명) △정신과(15명) △외과(14명) 순으로 많았다.
다음으로는 △신경외과(10명) △응급의학과(8명) △마취통증의학과(8명) △영상의학과(7명) △재활의학과(4명) △이비인후과(4명) △안과(4명) △흉부외과(3명) △피부과(2명) △산부인과(2명) △예방의학과(2명) △성형외과(1명) △신경과(1명) △비뇨기과 (1명) △직업환경의학과(1명) 순이었다.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는 6명이었다.
군의관이 군 밖에서 인기가 있는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현상은 국회에서도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2011년 주승용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군위탁생 38명이 전공과목을 정했는데 응급의학과가 1명인 반면 피부과는 7명, 치과와 정형외과는 5명이 선택했다”며 “23년 동안 외과 의사가 된 장교는 1명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듬해인 2012년 김광진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국방부가 김 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대 위탁교육제도로 전문의 자격을 딴 50명 가운데 외과 전문의는 1명에 불과했다.
장기군의관의 특정과 쏠림 현상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국방부는 의대 위탁생이 군에 필요한 전공과목을 선택하도록 훈령을 바꾸겠다거나 ‘군 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개선되기도 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거 편중 현상이 심했던 피부과를 전공과목으로 선택한 군위탁생은 2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2011년과 2016년 졸업생 각 1명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다만 정형외과(17명)와 정신과(16명) 치과(15명) 등의 인기 과가 여전히 많은 군위탁생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면허 취득 후 조기전역…가장 많은 사유는 ‘심신장애’
군위탁생으로 선발된 이들은 군 내부 전형 및 각 의대의 면접 등 간소화된 절차만으로 의대에 편입할 수 있다. 위탁교육기간 중 현역 장교 급여뿐 아니라 교육비도 전액 국가로부터 지원 받는다. 교육을 마치면 국방의 의무를 다할 인력이기에 오랜 시간 큰돈을 들여 길러내는 인재인 셈이다.
위탁교육을 받은 위탁생은 군인사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위탁교육에 상당하는 기간을 의무복무기간에 가산해 복무해야 한다. 예컨대 의대 의탁교육생의 경우 민간 의대와 이후 병원에서 받는 교육기간만 9년(의대 4년, 인턴·레지던트5년)이므로 기존 의무복무기간보다 9년을 더 복무해야 전역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의사 면허 취득 후 의무복무를 다 채우지 않고 조기전역하는 사례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거의 매년 발생했다.
가장 많은 사유는 심신장애였다. 2016년에는 일반의 1명(심신장애), 2017년 일반의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2명(심신장애), 2019년 정형외과 전문의 1명(심신장애), 2021년 일반의 1명(현역복무부적합), 2022년에는 외과 전문의 1명(심신장애)이 조기 전역했다. 2023년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이 심신장애를 이유로 의무복무를 미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군의관은 오랜 시간 국비로 길러지는 인재인 만큼 장기군의관에게 심신장애 등 전역 사유에 해당하는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질병의 치유가능성과 장기군의관으로서 향후 복무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에 앞선 위탁생 선발 시에도 마찬가지다.
반면 의무복무를 다 채웠음에도 전역하지 않고 현재 복무 중인 군의관은 기간별로 △3년 미만 2명, △3년 이상~5년 미만 0명, △5년 이상 14명 등 총 16명으로 조사됐다.
‘의대 진학 우회로’ 악용…조기전역 다음날 민간병원 취직
2018년에는 군이 의대 군위탁생 또는 의무복무 중인 장기군의관에 대해 심신장애의 치유가능성과 군의관으로서의 복무 가능성에 관계없이 손쉽게 전역하도록 조치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이 2018년 9월 발표한 ‘군 보건의료체계 운영실태 보고서’ 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1년 이후 의대 군위탁생과 의무복무 중인 장기군의관 6명이 심신장애를 이유로 조기전역을 신청하자 치유가능성이나 군의관으로서의 복무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조기전역을 허가했다.
특히 조기전역자 6명 가운데 2명은 군복무 이전 또는 군복무 중 이미 심신장애를 앓은 경력이 있음에도 의대 위탁생으로 선발됐다. 이들이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해당 질환이 재발했다며 조기전역을 희망하자 이를 그대로 허용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위탁교육을 통해 2017년 2월 의사면허를 취득한 A 씨는 심신장애를 이유로 전역을 신청했고, 전역심사위원회는 심신장애의 발생과 위탁교육의 관련성을 알 수 없음에도 수도병원이 판정한 장애등급과 수술 사실 등만 확인한 채 전역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A 씨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의 학비를 전액 반납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기전역 바로 다음날인 2017년 7월 1일 민간병원에 취업하여 의사로 활동했다. 이듬해 2018년에는 대학병원의 전문의로 수련과정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교육제를 의대 진학의 우회로로 악용한 셈이다.
A 씨를 포함한 6명의 조기전역자 모두 전역 직후 위탁교육 중이던 의대에 복학해 전문의 과정을 마저 수련하거나 병원에 취업했다. 6명의 군위탁생과 장기군의관에게 들어간 국비는 16억 2983만 원이었다.
당시 감사원은 “의대 군위탁생 또는 장기군의관의 심신장애에 대한 공상 여부를 판단할 때 교육·훈련과의 관련성을 철저히 검토하고 향후 치유가능성과 복무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역 여부를 심의할 수 있도록 전역 관련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라”고 통보했다.
응급의학과 필요한데…파견된 군의관은 성형외과 의사
정부는 이번 전공의 이탈 사태로 인한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4년 3월 지역거점국립대병원에 공보의와 군의관을 파견했다. 문제는 병원에 필요한 인력이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과 의사였음에도 파견된 공보의와 군의관 상당수가 성형외과 의사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3월 전남대병원 본원에 파견된 공보의 7명·군의관 1명 가운데 4명이 성형외과 의사였다. 그 외 소아청소년과·영상의학과·신경외과·마취통증과는 각 1명씩 배정됐다. 당시 전남대병원은 전공의 이탈 사태 이후 응급·중증 환자 대상 수술·입원만 하고 있어 성형외과와 비뇨기과 입원실은 아예 폐쇄한 상태였다.
분원인 화순전남대병원에는 공보의 7명·군의관 1명이 파견됐는데 이 가운데 소아청소년과·마취통증의학과·내과 등 3명만 전문의였고, 나머지 5명은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은 일반의였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