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저감장치 ‘삼형제’ 선택 아닌 필수
디젤차의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9월부터 유로6에 맞춰 강화된다. 사진은 BMW X1의 엔진룸.
디젤차가 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꼽는 첫 번째 이유는 경제성이다. 가솔린 대비 85%의 가격과 같은 리터 대비 연비가 앞서는 것이다. 힘(마력 토크) 또한 앞선다.
다만 떨림이나 소음 등 디젤차 특유의 승차감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디젤차의 장점으로 이 정도의 불편은 눈 감아 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인터넷에는 디젤 차량이 많이 팔린다는 소식에 공기 오염에 대해 걱정하는 댓글들이 보인다. 디젤차는 가솔린 차에 비해 더 많은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은 유로5 기준까지는 어느 정도 맞다. 하지만 9월 1일부터 시행되는 유로6 기준에 따르면 일부만 맞는 말이다.
유로6 기준에 따라 가솔린 차량과 디젤차의 오염 물질 규제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단위 g/㎞). 우선 일산화탄소(CO) 규제는 디젤이 0.5, 가솔린이 1.0으로 디젤의 배출 기준이 더 적다. 질소화합물(NOx)은 디젤 0.08, 가솔린 0.06으로 가솔린의 기준이 더 엄격하다. 디젤 기준 0.08은 2006년에 시행된 가솔린 유로4 수준이다. PM이라 불리는 매연입자는 디젤 가솔린 모두 0.005로 같다.
따라서 유로6 기준으로는 디젤차와 가솔린차의 배출가스 규제 정도는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이 정도의 노력으로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는 부족하다. 하지만 유로6 기준의 디젤차는 유로5 기준보다 매연입자(PM)는 50%, 질소산화물(NOx)은 80%가량 줄여야 한다.
디젤차의 유해 배출가스를 가솔린차와 비슷한 기준까지 끌어올린 기술은 무엇일까. 디젤차에 부착되는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등의 배기가스 저감 장치가 핵심이다.
DPF란 말 그대로 디젤 분진 필터다. 가장 대표적인 디젤 매연 저감 장치로 장착시 50~80%의 매연을 줄일 수 있다. DPF의 원리는 불완전 연소된 디젤에서 생기는 탄화수소 찌꺼기 등의 유해물질을 필터로 걸러낸 뒤, 550℃ 정도의 높은 온도로 다시 태워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이다. 2005년부터 디젤차에 의무 부착됐다.
DPF에 매연입자(PM)가 ‘어느 정도’ 쌓이면 배기가스를 다시 태운다. 문제는 ‘어느 정도’다. DPF는 일정 조건이 되지 않으면 DPF에 찌꺼기가 쌓여도 연소하지 않는다. 매연 찌꺼기가 일정량 이상 쌓이면 경고등이 들어온다. 이때는 찌꺼기를 태워줘야 한다. 방치하면 엔진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시동 꺼짐 등 각종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찌꺼기를 태워주는 방법은 쉽다. ‘어느 정도’ 더 달려 찌꺼기를 더 만들면 된다. 자동차 회사마다 차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RPM 1500~2500으로 60㎞ 이상, 20~30분 정도 달리면 된다.
만약 이렇게 했음에도 경고등이 사라지지 않으면 큰일이다. DPF 고장은 비용이 많이 든다. 200만~400만 원이나 한다. 하지만 방치할 수는 없다. DPF가 제 기능을 못하면 엔진 같은 주요 부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DPF는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통상 1년에 한 번씩 필터를 교체하거나 청소해야 한다. 종종 높은 RPM으로 고속 주행해 막힌 DPF를 뚫어주고, 카본 분진이 잘 쌓이는 인젝터를 클리닝해 주는 것이 좋다.
요즘 주유소에 가면 ‘요소수’ 판매라는 광고 글을 볼 수 있다. SCR은 바로 ‘요소수’를 사용한 질소 산화물 저감 기술인 선택적 촉매 환원 설비다. 원리는 요소수라 불리는 우레아(암모니아 수용액)를 분사시킨 후 질소산화물을 정화시키는 것이다. SCR에 사용되는 요소수는 질소산화물은 물론 가솔린 엔진에서 다량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까지 저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SCR시스템은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효과가 좋고 연비 개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현재 벤츠, BMW 등 독일산 수입 디젤 차량이나 대형트럭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운전자에게는 요소수를 넣어야 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EGR은 질소산화물(NOx) 발생 억제법의 일종으로 배기가스의 일부를 연소용 공기에 혼합시킴으로써 산소농도를 감소시키고, 급격한 화염온도의 상승을 방지하여 NOx의 생성을 억제하는 장치다. EGR은 디젤 엔진의 연소 효율이 낮아지면 질소산화물 발생이 감소하는 원리를 응용해 배기가스를 흡기다기관에 공급해 연소실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을 줄인다. 현재 국내 상용차업체 가운데 현대, 볼보트럭 등이 EGR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EGR라인과 흡기관이 막히기 시작하면 시끄러운 진동과 연비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대략 5만㎞에서 10만㎞ 정도 주행 후 점검 및 흡기클리닝을 하는 것이 좋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