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선 ‘떵떵’ 저쪽선 ‘뻥뻥’ 시한폭탄 따로 없네
박근혜 대통령 친인척 중에는 범죄를 저질러 박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시한폭탄 사촌도 몇몇 있다. 일요신문 DB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방문해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조기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오색케이블카는 설악산 오색리에서 대청봉 인근 끝청까지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양양군이 제출한 사업계획은 이미 2012년과 2013년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 환경 훼손 우려 때문이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 때문이었을까.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올해 양양군은 환경성을 보전해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최근 강원지역의 여당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오색케이블카 사업 해결을 건의했다. 야당 소속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호의적이다. 지난 28일 국립공원위원회는 결국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 오색케이블카 사업에서 박 대통령 친인척이 거론되고 있다. ㈜설악케이블카 한태현 대표이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다. 한태현 대표의 아버지는 박 대통령의 이복언니 박재옥 씨와 결혼한 한병기 전 의원. 그는 8대 국회의원(민주공화당)과 유엔대사를 지냈고 1998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방송개혁위원회 위원도 맡았다. 한병기 전 의원은 한국정경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이자 대한민국헌정회의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설악케이블카는 매년 수십억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44년 동안의 수익이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 한국관광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설악케이블카의 2011~2013년 평균 영업이익은 46억 8000만 원에 달했다. 지난 3월 설악케이블카는 이용요금을 인상해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그런데도 설악케이블카는 환경보전을 위한 기금을 단 한푼도 낸 적이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9년 사위 한병기 전 의원에게 케이블카에 대한 사업권을 줬다. 1971년부터 지금까지 한병기 일가는 외설악 정상 권금성을 왕복하는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 운영하고 있다. 한병기 전 의원의 아들 태준·태현 형제가 현재 설악케이블카의 대주주로, 둘은 지분 88%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한병기-박재옥 부부 슬하에는 딸 한유진 씨도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설악산 산장과 대피소에 4성급 관광호텔 수준의 숙박시설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설악산 개발을 연계한 발상이다. 박 대통령의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 지시, 대통령 조카가 독점 운영 중인 케이블카, 전경련 설악산 개발계획을 보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맨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하다.
“자산 규모 1조 4300억 원, 전체 매출액 1조 2300억 원.”
대유그룹의 지난해 성적표다. 대유그룹의 오너는 박 대통령의 조카 한유진 씨와 결혼한 조카사위 박영우 회장이다. 박 회장은 2004년부터 박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박 회장 일가는 지주회사 동강홀딩스를 통해 대유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대유그룹은 자동차 시트를 제조하는 대유에이텍이 중심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2004년 대유에이택의 매출은 100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5600억여 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단 10여 년 만에 55배 성장을 이룬 것. 대유에이택은 지난해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대유위니아(옛 위니아만도)를 인수했다. 특히 2010년 인수 당시 특혜 논란이 일었던 스마트저축은행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스마트저축은행의 지난해 매출은 432억 4000만 원, 영업이익 40억 8500만 원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20.6%, 150.7% 상승했다.
드라마나 영화 사극의 배경으로 익숙한 한국민속촌의 주인도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이다. 한국민속촌을 경영하는 조원관광진흥의 정영삼 회장은 박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다. 육영수 여사의 큰언니 육인순 씨의 셋째 딸 홍지자 씨가 정 회장의 부인이다. 홍 씨의 아들 정원석 회장이 한국민속촌의 대표이사다. 정영삼 회장은 조원관광진흥의 사내이사, 홍 씨는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대통령 이복언니 박재옥 씨 일가는 외설악 정상 권금성을 왕복하는 케이블카 사업을 44년째 독점 운영하고 있다. 최근 큰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민속촌의 주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인 정영삼 회장이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한국민속촌은 2012년 대선 당시 매출액 254억 원, 당기순이익 23억여 원에 불과했지만 2014년 매출액은 424억 원, 당기순이익 54억여 원으로 큰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벤처투자회사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지난해 870억 원대의 정부 모태펀드에 선정돼 논란의 대상이 됐다.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8월 19일 구속된 박 대통령의 이종사촌 형부 윤석민 씨. 연합뉴스
육인순 씨는 홍순일 씨와 결혼해 3남 5녀를 두었다. 장남은 홍세표 전 외환은행장이다. 현재 법무부 산하 한국준법통제원의 명예회장으로 있는 홍세표 전 행장은 한미은행장과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등을 지냈다. 차남 홍국표 씨는 미국에 살고 있다고 한다. 삼남 홍민표 씨는 혜원여중과 혜원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혜원학원 이사장이다. 정영삼 회장의 부인 홍지자 씨도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홍세표 전 행장도 혜원학원 이사장을 지냈다.
장녀 홍은표 씨는 ‘고시 3과’에 최초로 합격한 수재, 장덕진 전 농림수산부 장관과 결혼했다.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를 지낸 차녀 홍소자 씨의 남편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다. 홍정자 씨의 남편 유연상 씨는 영남투자 회장을 지냈고 영남대 상임감사를 맡았다. 구속된 윤석민 씨가 장덕진 전 장관, 한승수 전 총리, 정영삼 회장, 유연상 전 회장과 동서지간이다.
25년 동안 세금 25억 원을 체납해 국세청 고액체납자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대통령 외사촌도 있다. 육해화 씨와 남편 이석훈 전 일신산업 대표가 그 장본인. 육 씨는 육영수 여사의 오빠 육인수 전 의원의 딸이다. 이 씨는 일신산업 창업주이자 홍익학원을 설립한 고 이도영 회장의 차남. 이 전 회장은 청주문화방송, 충청일보사를 잇따라 창립하거나 인수한 지역 재벌이었다. 이 씨도 충청일보 사장과 청주MBC 사장을 지냈다(<일요신문> 1213호 보도).
어머니를 상대로 존속상해를 범한 사촌도 있었다. 지난 4일 서울고법은 존속상해 혐의로 기소된 아들 조 아무개 씨(54)에 대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조 씨의 어머니는 육영수 여사의 친동생 육예수 씨로 박근혜 대통령의 막내이모다. 육 씨는 서울MBC와 부산MBC 이사,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 고 조태호 씨와 결혼했다. 그의 아들 조 씨는 박 대통령의 외사촌으로, 2013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중 모친의 핀잔을 듣고 격분해 육 씨에게 흉기를 수차례 휘둘렀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어머니 육 씨가 자신의 부친을 죽이고 자신의 상속 재산까지 빼앗으려고 여러 차례 살해를 시도했다”는 망상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오빠 박준홍 전 의원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공천 대가로 돈을 받았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형과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박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 박상희 씨의 아들이다. 김종필 전 총리 부인 박영옥 여사가 박 전 의원의 누나다.
박 전 의원은 당시 박근혜 후보와 사촌관계인 점을 내세워 친박연합이라는 정당을 급조한 뒤 “비례대표 1순위 공천을 주겠다”며 주 아무개 대구시의원과 신 아무개 구의원으로부터 각각 3000만 원과 500만 원을 챙겼다. 2012년 석방된 박 전 의원은 자신이 만든 사단법인 녹색전국연합을 이끌며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 녹색전국연합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연보호 정신을 승계하는 전국조직이다. 환경부에 등록돼 정부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당시 사조직 논란이 일었다.
육인수 전 의원의 아들 육동건 씨는 박 대통령의 이종사촌이다. 육 씨는 수원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해 문제가 됐다. 당시 건축공학과 교수 지원 자격인 한국건축사 전공도 아니었는데도 석사학위만 가진 채 채용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육 씨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말까지 10년여 동안 수원대에 재직했다. 2009년 강의 평가와 관련된 문제로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