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좋았을 때 훈련 내용과 비교하라
경주마의 훈련 상태도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렛츠런파크서울에서 경마 애호가들이 경주에 앞서 말의 상태를 살피는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먼저 훈련의 강도다. 단순히 세게 돌렸거나 약하게 돌렸거나를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 마필의 과거 훈련과 대비해서 분석해야 좀더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늘 속보와 가벼운 구보로 해오던 말이 강약을 잘 조절하며 강도를 올렸다면 일단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반대로 늘 하던 대로 했다면 일단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직전까지 뛴 걸음 정도만 인정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훈련강도와 관련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출전주기와 관련된 것이다. 이 경우는 2~3주 만에 서둘러 나오는 것과 7~8주 혹은 그보다 더 쉬고 나오는 경우다. 경주마는 보통 4~5주 만에 출전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출전 주기다. 이 경우는 훈련도 정상적으로 한다. 그런데 2~3주 만에 나오는 경우는 평소보다 훈련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는 훈련강도가 약해졌다고 부정적으로 판단해선 안되는 것이다.
출전주기가 길어진 경우는 그 반대다. 평소보다 훈련기간을 조금 길게 하면서 훈련 강도도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경주력에 문제가 안 생긴다. 오랜만에 나오는 말이 평소보다 훈련 강도가 오히려 약한 말은 실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경우다. 아주 특수한 경우엔 훈련을 안하고도 입상하기도 한다. 산악구보를 했다든지 휴양지에서 훈련을 꾸준히 해온 말은 새벽 주로훈련을 조금 소홀히 하고도 입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까지 다 고려할 필요는 없다. 경마팬들이 알아낼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다음으로 훈련량이다. 이미 언급한 훈련강도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훈련량도 과거경주에 출전했을 때와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좋다. 성적이 좋았을 때의 훈련량과 훈련 강도를 체크하면 이번의 훈련이 얼마나 적절한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예상지는 최근 보름간의 훈련내용과 훈련일수만 나와 있지만 출전주기가 길어진 말들은 4주치 정도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마사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 말의 훈련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필자는 출전주기가 길어진 말은 반드시 확인한다. 마사회 홈페이지와 연동한 데이터베이스를 따로 관리하면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훈련우수마에 대한 접근요령이다. 사실 이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들마다 시각이 다 다르므로 객관적인 잣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직접 조교동영상을 보는 요령과 마필상태를 판단하는 노하우를 익혀 자기의 눈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얼마 전 대상경주에 출전한 매직댄서의 경우를 한번 보자. 이 마필은 부경에서 뛰던 능력마였다. 대상경주까지 석권했던 강자였지만 하향세로 돌아선 이후 서울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대상경주 출전을 앞두고 54조(조교사 박천서)에서 동반출전하는 피노누아와 함께 병합조교를 했는데 전문가마다 평이 다 달랐다. 훈련 때 피노누아를 압도했다면서 완전히 전성기 때의 기량을 회복했다고 강변하는 전문가들이 많았고,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일부 전문지에서도 비슷한 평을 했다. 그렇지만 필자와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피노누아한테 점수를 더 줬다. 추입마인 피노누아가 선행마인 매직댄서한테 순간스피드는 밀렸지만 결승선 부근에서 경합이 붙자 피노누아가 크게 힘들이지 않고 따라붙는데 반해 매직댄서는 힘겹게 탄력을 이어갔던 것이다. 이런 경우에 누가 더 좋다고 할 수 있을까. 각자의 개인적인 안목과 경마관에 따라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경주에서 피노누아는 자신감이 지나쳐 다른 때와 달리 무리하게 감고 올라오는 추입승부를 한 끝에 4위에 그쳤지만 매직댄서한테는 이겼다.
이처럼 훈련내용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상대와 같이 겨루면서 훈련하는 말도 판단하기 어렵지만 혼자서 강한 구보로 훈련하는 말은 그 스피드감이나 탄력감을 판단해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일반팬들은 훈련우수마를 어느 정도로 인정해야 할까.
필자는 훈련을 중시하는 팬이라면 훈련을 잘 보는 전문가를 찾아내고, 그 전문가의 단평이 실리는 예상지를 구매하라고 권하고 싶다. 개나 소나 다 전문가로 행세하면서부터 ‘썩은 동태눈’으로 훈련을 관찰하는 자칭 전문가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현란한 말솜씨와 자극적인 글에 낚이는 경마팬들의 피해 또한 적지 않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출발이 문제인 말이 있다면 출발훈련 내용이 어떠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지구력이 부족한 말은 지구력 보강 훈련을 얼마나 했는지, 그리고 그 성과는 어떠한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말이 완전히 달라졌다든지 스피드가 폭발했다든지 하는 것처럼 예전과 다른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는 검증된 전문가의 훈련단평이 있다면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경주력에 변화가 없는 훈련은 굳이 자세히 분석 안해도 되는 것이다.
마필상태도 마찬가지다. 직전과 대비해 상태다 더 좋아졌는지 아니면 비슷한 건지, 나빠졌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낫다. 이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마필상태는 상대적인 비교를 하는 것이 아니고 그 말이 가지고 있는 개개의 특징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좋다. 선천적으로 활기를 드러내며 까부는 말이 있고 반대로 점잖게 무표정하게 다니면서 자신의 컨디션을 잘 드러내지 않는 말도 적지 않다. 활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가, 안정감이 얼마나 있는가, 내딛을 때의 발뻗음이 얼마나 좋은가 하는 것들을 살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좀더 성공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훈련내용이나 상태는 베팅의 지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변수 중에 하나일 뿐이므로 미미한 변화는 무시해야 한다는 것. 훈련내용에 너무 집착하면 이 또한 나무를 보고 숲은 못보는 과오를 범하기 쉽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