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중 10명은 새누리당 및 친 정권 인사...별 역할 없는 ‘꽃보직’서 다음 선거 준비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과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지만 국립대병원 감사 자리를 ‘낙하산 전유물’로 활용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반복하는 셈이다.
공공기관 감사 자리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투입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박혜자 의원이 전국 13개 국립대 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상임감사 임명 현황’을 분석한 결과, 13명의 상임감사 중 무려 12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이 가운데 10명은 새누리당을 비롯한 친 정권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대병원 상임감사 직에서 의료계출신은 오히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립대 병원 13명의 상임감사 중 충북대・충남대・전남대・전북대・강원대・경북대・경상대・제주대 병원과 부산대 치과병원 상임감사는 모두 새누리당 출신 인사였다.
부산대 병원은 이명박 정부 사회통합위원 출신이 차지했다. 또 서울대 병원과 강릉원주대 치과병원 상임감사는 교육부 관료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온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공공기관 개혁의 실체가 ‘친여・친정권 인사 자리 찾기’였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면 정치권 인사들이 공공기관 감사 자리를 탐내는 이유가 뭘까. 우선 감사직이 업무를 직접 집행하는 자리가 아니고 기관장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정치인들은 감사 자리를 고액 연봉에 전용 승용차까지 제공받으면서도 별다른 역할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할 수 있는 ‘꽃보직’으로 여겨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대병원 감사 연봉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감사는 해당 기관에서 내부적으로 뽑다 보니 인선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점도 낙하산 인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혜자 의원은 “억대 연봉을 받을 만큼 국립대 병원이 공적 기능을 잘 수행하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임감사 직위가 전문성과 관계없이 친 정부 낙하산 인사의 집합소로 전락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공기업 개혁의 가장 기본이 인사 문제인데 여기서부터 일이 틀어지니 제대로 된 공기업 개혁이 되겠느냐”며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얘기했는데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립대병원 감사에 정치권 인사들을 위로·배려 차원에서 앉히는 비정상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자 의원은 “국립대병원 상임감사 임명권을 가진 교육부의 ‘청와대 코드 맞추기’에 대해 이번 10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