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했는데 ‘대박’ 났어요~
[일요신문] 경남 킹스톤커피가 ‘2015 내셔널리그 정규리그’ 우승컵을 안았다. 킹스톤커피는 9월 6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최종 11라운드에서 전남 순천만정원 팀을 5 대 0으로 몰아쳐 11전9승2패를 기록, 지난 4월에 막을 올려 6개월 동안 이어진 페넌트레이스의 대미를 장식했다. 경남 킹스톤커피는 올해 신장개업한 팀. 작년까지는 경남 함양군 팀이었다. 2012년 내셔널리그 출범 때부터 출전했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강팀이라는 소리는 못 들었고, 2012년에는 12팀 중 바닥권이었다. 그랬는데 2013년에는 9위로 10위권에 들어왔고, 지난해에는 껑충 3위로 일대 도약, 포스트 시즌을 즐겼다. 그리고 올해 킹스톤커피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정상을 차지했다. 시즌 초만 해도 킹스톤커피는 전력이 상위권이라는 평가는 받았으나 강력한 우승후보는 아니었다. 서울 건화, 서울 천일해운, 충청북도, 대구 덕영치과 등 지난 3년 동안 우승을 다투던 팀들을 하루아침에 따라잡기는 만만치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리그 중반에 이르러서도 중위권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는데, 종반에 접어들어 힘을 내기 시작하면서 3위권에 진입했고, 막판 스퍼트로 역전극을 이루어낸 것.
올해 내셔널리그에서 흥미진진한 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을 거머쥔 경남 킹스톤커피 팀(아래 왼쪽사진). 오른쪽은 23전 무패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한 최호철 선수.
킹스톤커피 우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시니어부의 최호철 선수. 11전 전승이다. 12라운드를 치른 지난해 12전 전승을 합하면 23전 전승의 눈부신 기록, 가공할 무패행진이다. 우리 팀이 한 판은 이기고 들어간다는 신뢰감이 팀 사기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다. 시니어 개인 성적 부문에서 공동 2위에 오른 서울 건화의 심우섭, 서울 천일해운의 김세현 조민수 선수가 8승3패인 것을 보면 8승3패도 대단한 것인데, 최호철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거기다 여자부의 류승희 선수가 9승2패, 주니어부의 김치우 선수가 7승4패로 최호철 선수의 뒤를 받쳤다. 류승희는 여자 부문 개인 성적 1위, 김치우는 주니어 부문 개인 성적 3위. 류승희는 2012~13년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으나 작년부터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치우는 평년작. 아무튼 똑똑한 세 명이 우승을 합작한 셈이다.
시니어의 조민수와 김세현, 원투 펀치를 장착하고 있어 리그 개막 전부터 우승후보로 꼽혔던 서울 천일해운은 개막 후 줄곧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인천 SRC에 덜미를 잡히며 8승3패, 2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또 천일해운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였던 서울의 라이벌 팀 건화가 6위로 내려앉고, 매년 빠짐없이 우승후보로 꼽히는 대구 덕영치과가 7위에 머무르며 동반 추락한 것은 이변이었다. 서울 건화는 심우섭 선수의 고군분투가 안타까웠다. 리그 관계자들은 “심우섭은 시니어임에도 불구하고 리그가 거듭될수록 기량이 향상되고 있다. 아주 특이한 선수”라고 말한다. 대구 덕영치과는 시니어의 박강수 박영진, 주니어의 송홍석 우원제 선수에 최근까지 여자 최강으로 공인되던 김수영 선수까지, 남부럽지 않은 화려한 면면이어서 다소 충격적이다. 그나마 서울 건화는 6위에 턱걸이해 포스트 시즌에는 나갈 수 있게 되었는데 말이다.
이에 비해 화성시가 당당 4위에 오른 것은 괄목할 만하다. 화성시는 인구 60만이 조금 안 되는 중소 지자체인데, 바둑에 대한 투자는 국내 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팀, 아마팀이 다 있는 데다가 바로 며칠 전에는 ‘바둑의 전당(가칭)’을 설립해 한국기원을 유치하겠다고 나섰고, 한국기원과 MOU를 체결한 도시. 바둑에 대한 열정은 국내 제일을 넘어 가히 세계 제일이다. 성적도 열정에 맞게 어디까지 올라갈지 지켜볼 일이다. 이번 시즌에는 주니어의 위태웅(8승3패), 여자부의 이선아(9승2패) 선수가 팀을 이끌었다. 위태웅 선수는 해당 부문 3위. 작년, 재작년 시즌 명성(?)에 걸맞지 않게 부진했던 이선아 선수는 올해 그야말로 심기일전, 류승희 선수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심기일전의 동력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올해 새로 들어온 경북 포항 영일만 팀은 5위에 입상, 창단 첫해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짭짤한 전과를 거두었다. 포항시도 바둑을 위해 뭔가를 투자하려고 모색하고 있는 지자체. 바둑 활동의 연조나 뿌리에서는 화성시보다 훨씬 앞선 곳이다.
이광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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