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에겐 ‘충성’ 부하에겐 ‘감성’ 어필
▲ 최근 예능프로에서 2인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신정환(왼쪽)과 김구라. | ||
인생의 가치를 성공이 아니라 행복에 둔다면, 굳이 1인자가 되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것보다 그저 1인자의 그늘 밑에서 2인자로서 쉬어가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최근 ‘노간지’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1인자에서 위치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수십만 명의 ‘노빠’를 다시 거느리게 되지 않았는가.
물론 사회는 성공한 1인자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그러나 1인자가 그 영광을 누리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개인적인 취미생활보다는 사회적인 자기개발에 힘써야 하고, 밀려드는 일은 사생활마저 빼앗긴다. 부하 직원에게 싫은 소리 하는 악역을 맡는 것도, 정상에 오르자마자 바로 내리막길을 걱정해야 하는 것도 1인자가 앉아야 할 가시방석. 성공을 위한 1인자의 희생을 생각하면 과연 그 삶이 행복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종국에는 때이른 ‘명퇴’가 기다리는 1인자가 되기 위해 가족, 친구 버려가며 아등바등 사느니 2인자로 가늘고 길게 버티는 것이 인생을 ‘엔조이’하면서 사는 지혜가 아닐까.
그런데 2인자가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냐고? 1인자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2인자를 탐하지 않는다면 2인자로서 자리를 굳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2인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탁월한 능력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성이니까.
그러나 조직에서 만년 2인자의 위치를 지켜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 1인자가 바뀌어도 2인자 자리를 고수할 수 있는 필살 노하우를 알아보자.
첫째, 1인자의 오른팔이 되라
2인자가 되고 싶다면 1인자의 오른팔이 되는 것이 첫 걸음.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1인자가 방해하면 2인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1인자의 오른팔이 되려면 능력보다는 충성을 어필하는 것이 효과적. 상사는 능력 있는 부하를 필요로 하지만 능력을 과시하는 부하는 견제하기 마련이다. 언제 자신의 뒤통수를 칠 지 모르는 능력 있는 2인자야말로 1인자의 가장 큰 적이 아니겠는가. 그에 비해 능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1인자를 존경하고 따르는 2인자는 어쩐지 정이 간다. 그렇다고 일부러 능력을 감추지는 말라. 무능력한 부하 직원을 2인자로 앉힐 바보 같은 1인자는 없으니까.
둘째, 후배의 고충을 나눠라
상사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맹세한 2인자는 자칫 무시당하기 쉽다. 하지만 아무리 1인자라도 부하들에게 존경받는 2인자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적 매력을 앞세워야 한다. 일단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그들의 고충에 귀 기울일 것. 잘 안 풀리는 일을 상의했더니 해결은커녕 조언이랍시고 잔소리만 늘어놓는 선배에게 마음을 열 후배는 없다. 때로는 조언하는 선배보다 공감해주는 선배가 더 고마운 법.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그녀가 자기의 생각을 얘기하는 시간이 10분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나머지 시간은 초대 손님과 눈을 마주치고,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데 사용한다.
셋째, 바빠도 여유있게 행동
2인자의 자리를 확고부동하게 유지하려면 1인자와 부하 직원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2인자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2인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인다면? 아무리 1인자라도 업무에 허덕이는 2인자에게 선뜻 추가 업무를 주기도, 업무 상의를 하기도 어렵다. 바로 이 순간, 1인자가 자신의 회사 생활을 도울 다른 2인자를 발견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쌓인 업무로 마음이 바쁘더라도 동료들이 눈치 챌 정도로 서두르는 것은 금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 여유를 보이는 말투와 제스처가 당신 주위에 사람을 불러 모은다.
넷째, 고급 정보요원이 되라
실무자인 2인자에겐 사소한 정보도 관리자인 1인자에게는 고급 정보가 될 수 있다. 거래처 직원의 결혼식처럼 그와 자주 전화를 주고받는 실무자는 당연히 알지만 1인자는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하라. 이뿐인가. 부하직원 개개인의 장점을 어필하고, 팀 내 불만 사항이나 요구 사항을 1인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2인자의 역할. 이때 괜히 소통의 도구가 된답시고 1인자에게 부하 직원의 요구 사항을 직언하거나 부하 직원에게 1인자의 불만 사항을 필터에 거르지 않고 전하는 것은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결정적인 실수다. 1인자와 부하 직원의 서로에게 의견을 전달하되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없다면 차라리 다리 역할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
다섯째, 상사의 약점 보완
1인자의 위기는 2인자의 기회다. 1인자라고 해서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다. 그의 치명적인 약점을 파악하라. 그 취약점을 미리 파악한 2인자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다면 둘 사이에 쉽게 끊어지지 않는 끈끈한 유대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을 것. 이때, 1인자를 어시스트한 공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인자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무능력함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만약 업무능력에서 취약점을 발견할 수 없다면, 그의 사적인 고민을 들어주는 카운슬러가 되어줘라. 술을 잘 못 마시는 상사를 위해 회식이나 거래처 접대 자리에서 흑기사를 외치는 것도 좋은 방법.
여섯째, 1인자 인맥 내 것으로
1인자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다고 해서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 상황에 따라서 1인자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1인자가 바뀌었을 때도 2인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평소 인맥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1인자의 인맥을 자신의 인맥으로 만들 것. ‘끼리끼리’ 문화가 발달한 한국 사회에서 1인자의 친구는 대부분 1인자이기 마련이다. 일단 업무 중심으로 1인자의 네트워크에 발을 들인 다음 다소 귀찮더라도 1인자가 사적인 모임에 함께 가길 청하면 두 말 없이 따라나설 것. 그 자리에서 2인자는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 1인자의 체면을 세워주어야 한다. 이때만큼은 다소 과장된 제스처도 좋다.
에디터 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