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양도 당했다는데 이래도 사귈래?”
‘10대 초중반의 나이부터 연습생을 시작해 오랜 기간 가수의 꿈을 키워 온 여성 연습생 A. 그는 비로소 데뷔의 기회를 잡았다. 소속사에서 데뷔를 준비 중인 걸그룹 프로젝트팀에 선발된 것. 이미 오랜 기간 열심히 준비해온 터라 큰 이변이 없는 이상 해당 팀의 멤버로 가수 데뷔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연습생 시절 사귄 한 남성과 찍은 몰카가 화근이었다. 재미 삼아, 내지는 뜨거운 사랑의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찍은 성관계 동영상의 존재를 해당 가요기획사 측이 파악하게 된 것이다. A는 자신은 전 남자친구가 그런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었음을 미처 몰랐으며 따라서 성관계 동영상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 A의 주장대로라면 이는 전형적인 성관계 몰카다. 그렇지만 소속사에선 그에게 더 이상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데뷔 이후 드러날 경우 A는 물론이고 같은 걸그룹의 멤버들까지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수 데뷔가 불가능해진 A는 해당 가요기획사를 떠나 아예 연예인의 꿈을 포기했다.’
과연 이 소문의 실체는 무엇일까. 취재 결과 문제의 소문은 가요 매니저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으며 그 내용이 연예기획사에서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연습생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한다. 문제의 가요 기획사는 어디일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연습생들은 하나 같이 매니저들에게 “거기 있잖아, 큰 회사”라고만 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괴소문의 실체는 엉뚱하게도 다른 데 있었다. 연습생 A를 둘러싼 괴소문은 사실 전혀 실체가 없는 헛소문이었다. 가요기획사의 일부 매니저들이 연습생들에게 몰카와 성관계 동영상의 무서움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이런 얘길 해주곤 했다는 것. 결국 A는 누군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지만 누구든 이런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몰카로 찍히게 될 경우 정말 A처럼 연예인 데뷔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게 해당 괴소문의 실체였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제로 A가 존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한다. 한 대형 가요기획사 매니저의 얘기다.
“저도 그 소문을 들었는데 소문 속 A처럼 몰카로 데뷔가 무산된 케이스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지만 연습생 애들 가운데 그런 성관계 동영상에 발목을 잡혀 스스로 연습생의 길을 포기하고 이 바닥을 떠난 친구들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연습생은 정말 힘겹고 외로운 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성교제를 통해 연인의 응원에 힘입어 힘든 시절을 잘 이겨내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또 데뷔한 뒤에는 연애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연습생 시절에 많은 이성을 만나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다들 예쁘고 잘 생겼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그런 동영상을 촬영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게 문제예요. 게다가 조심을 안 한 것인지, 헤어지고 일부러 흘린 것인지 그런 게 인터넷에 마구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이런 분위기로 인해 가요기획사들에선 연습생들에게 성관계 동영상이나 몰카의 무서움을 계속 인지시키고 있다고 한다. 10대 20대 시절을 모두 바친 연예인 데뷔의 꿈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연습생 A의 괴소문까지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이런 부담감이 가요계만의 것은 아니다. 배우들 역시 데뷔 이전에 그런 동영상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배우 지망생과 계약을 체결하는 연예기획사에서도 과거 이성 교제에 대한 내용과 행여 이런 동영상이 존재할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신인 배우들을 여럿 보유한 한 중견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말이다.
“나름 연예인 데뷔를 준비 중이었던 애들이 많고 어렴풋이 이쪽에 관심이 있었던 애들이라 연인과 사랑을 나눌 때에도 그런 동영상을 찍는 것을 조심해온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문제는 상대방에서 몰래 촬영을 하는 것까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요즘 유행은 남녀가 합의 하에 찍은 성관계 동영상인데 유독 연예계에서만 성관계 몰카가 더 골치인 까닭이 바로 이것입니다. 게다가 애인이 연예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그런 몰카를 촬영해 놓는 나쁜 놈들도 있다고 하니 참 안타깝죠. 나중에는 실제 그렇게 찍어 놓은 몰카를 갖고 연예인으로 데뷔해 스타가 된 옛 연인을 협박하는 사건도 분명 벌어질 겁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