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 가교 역할로 소외계층 복지 향상 위해 노력할 터”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차흥봉 회장
[일요신문] “우리나라 사회복지 수준은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한다면 7부 능선까지 올라가 있다고 본다. 1970년 후반부터 경제 발전과 함께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가 본격 시작됐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제도이다. 하지만 제도가 구축됐다고 사회복지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되는데 혜택이 선진국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부족한 점이 아직도 많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차흥봉 회장은 24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사회의 복지수준에 대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는 내실화가 안됐고 성숙도가 떨어진다. 복지혜택이 국민들에게 완전히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괜찮다’ 정도는 돼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복지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 회장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복지소외계층의 상시 발굴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민간자원을 체계적으로 활용해 소외된 우리 이웃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복지 체감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572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이 활동한 봉사활동 실적정보를 한 눈에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마일리지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차흥봉 회장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에 대해 소개하면.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1952년 창립됐다. 역사가 무려 63년이다. 처음에는 민간기관으로 출발했다. 출범 당시 정부는 복지를 다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아원, 양로원 등 민간기관이 모여서 사회복지시설연합회를 만들게 됐다.
그러던 중 정부가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복지를 다루게 됐다. 이에 국가와 민간 사이에 가교 역할을 담당할 기구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서비스 네트워크(SSN)를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 관련 기관 및 단체 간의 연계, 협력, 조정을 하고 사회복지 소외계층 발굴 및 민간 사회복지 자원과의 연계 협력 등을 통해 정부와 민간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항은.
올해가 광복 70년이다. 정부는 ‘위대한 여정과 새로운 도약’을 슬로건으로 기념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도 광복 70년을 맞아 위대한 여정을 걸어왔다고 본다. 그래서 9월 7일 사회복지의 날을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로 치렀다.
현재 서울역에서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발전사를 담은 전시회를 열고 있다. 과거 70년 동안 사회복지발전에 기여한 인사 40명을 선발해 특별공로상을 수여했으며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도 의미 있게 개최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복지소외계층이 많다. 그래서 올해는 복지소외계층을 찾고 도와주는 ‘좋은이웃들 사업’을 100개 지역으로 확대해 시행 중이다. 복지소외계층의 상시 발굴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민간자원을 체계적으로 활용해 소외된 우리 이웃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복지 체감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한 572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이용하는 자원봉사실적관리시스템에 마일리지 시스템을 추가해 보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두 곳에서 전개하고 있다. 자신이 활동한 봉사활동 실적정보를 한 눈에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마일리지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차흥봉 회장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나눔 문화 조성을 위한 사업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 자원봉사활동 육성지원을 비롯해 푸드뱅크와 푸드마켓 등을 통한 기부식품제공사업, 기업의 사회공헌실천을 위한 사회공헌정보센터, 멘토링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는 휴먼네트워크사업을 비롯해 새생명지원사업, 사랑나눔실천운동, 디딤씨앗지원사업, 기업지정기탁사업 등 소외된 이웃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나눔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이같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신규 나눔 사업 등에 따른 협의회의 예산이 대폭 확대됐고 사업의 획기적 발전 등으로 나눔 사업이 확충된 점에 나름 보람을 느낀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수준은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선진국과 비교하면 7부 능선까지 올라가 있다고 본다. 1970년 후반부터 경제가 어느 정도 발달되자 우리나라는 사회복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제도이다. 건강보험제도는 1976년에 만들어져 현재 40년이 됐다.
건강보험제도가 국가 복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굉장히 가파르게 성장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노인요양보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장애인복지제도, 노인복지제도 등 수많은 복지제도들이 40년 동안에 만들어졌다. 그전에는 없었다. 이 기간에 선진국이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제도의 틀은 거의 다 구축됐다. 하지만 제도가 구축됐다고 사회복지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되는데 혜택이 선진국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부족한 점이 아직도 많다.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에서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는 내실화가 안됐고 성숙도가 떨어진다. 복지혜택이 국민들에게 완전히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괜찮다’ 정도는 돼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복지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연금제도를 도입한지 130년이 됐다. 우리나라의 40년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경제성장에 맞추어 복지를 하다 보니 순서적으로 사회복지가 늦어진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이다.
건강보험을 예를 들면, 선진국은 국가 재정이 넉넉하다 보니까 보장성을 100% 가깝게 시작을 해지만 우리는 그렇게 실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선진국을 따라 잡기 위해 어떻게 속도를 내고 방향을 잡을 것이냐가 중요하다.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과 사회복지가 균형 발전할 수 있도록 선순환적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 복지가 경제성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같이 가야 한다. 개개인의 노력을 저해해서도 안 된다. 개개인이 열심히 일하고 이를 받쳐주는 복지가 돼야 한다.
또한 복지 서비스를 전달하는 인력과 조직체계를 체계화해야 한다. 현재 연계성과 통합성이 부족한 상태다. 복지정책을 효율적, 합리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전달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차흥봉 회장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는 선진복지국가를 빨리 달성할 수 있도록 복지정책의 내실화와 성숙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간은 나눔 문화 확산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