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 땐 좀비처럼 미행 땐 재벌처럼
▲ 박상아 | ||
이렇듯 요즘 연예 미디어는 수많은 인터넷 연예 전문 매체와 연예 전문 케이블 프로그램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경쟁적으로 연예인의 사생활 보도에 뛰어들고 있다. 연예인이 감추고 싶어하는 영역을 보도하려는 미디어와 연예인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 앞에선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 에피소드들을 살펴본다.
‘지구 끝까지 따라갈 테야’
2008년 연예계는 현영과 김종민의 열애설로 시작했다. 1월 1일 오전에 한 인터넷 매체에 의해 기사화된 두 사람의 열애설 기사에는 김종민의 집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안에서 둘이 데이트 하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열애 사실을 인정하면서 2008년에 탄생한 최초의 연예계 공식커플이 됐다.
몇 달 뒤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현영은 김종민이 먼저 도망가 홀로 카메라가 둘러쌓였던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조금이라도 (연예인이) 살 공간은 만들어줘야 하지 않냐”고 얘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한 당시 취재 중이던 기자들을 “좀비 같았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영의 표현과는 달리 연예계에선 그들이 모두 ‘재벌 2세들’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나돌았다. 그 이유는 현영 김종민 커플 열애설 취재 당시 기자들이 고급 승용차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성능 좋은 외제 승용차를 이용하는 만큼 이들을 미행할 수 있는 좋은 차량을 확보해 밀착 취재에 돌입한 것. 부모의 차를 가져온 기자도 있었고 지인의 차량을 빌려온 기자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외국 승용차부터 국산 고급 승용차까지 다채롭게 준비됐던 것.
연예인 데이트 현장 사진을 공개한 내용 가운데 가장 폭발적인 반응, 또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기사는 역시 그 인터넷 매체에서 보도한 이효리와 재벌 2세 최 아무개 씨의 열애설이다. 특히 호텔 수영장 데이트 장면이 포착된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할리우드 파파라치들의 사진에 버금가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예상 외로 밀착취재에선 행운이 취재의 성패를 가늠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역시 마찬가지. 이효리가 최 씨와 만나는 장면을 발견한 취재진이 미행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이들을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다른 취재를 하고 있던 그 매체의 연예부 기자가 우연히 이효리의 차량을 발견한 것. 이들을 뒤따라가 도착한 곳이 바로 문제의 호텔이었다. 그들이 수영장으로 향하는 것을 목격한 뒤 취재진은 수영장이 보이는 방이 남아있는지 확인했는데 다행히 딱 하나의 방이 남아 있었다. 문제는 가격이 무려 40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방이었다는 것. 울며겨자먹기로 그 방을 빌렸는데 다행히 수영장이 가장 잘 보이는 방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효리와 최 씨가 하필이면 그 넓은 수영장 가운데 그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서 데이트를 즐겼던 것.
수영장에 투입된 기자들도 있었다. 호텔이라 상당히 고가인 수영복을 구입해 수영장에 들어간 것. 수영복 차림의 취재기자들이 이효리와 최 씨 가까운 거리에서 그들의 데이트를 취재하고 사진기자는 40만 원짜리 수영장이 잘 보이는 방에서 셔터를 눌러 취재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