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이 봉? 언론 악용해 되레 ‘갑질’
세입자와 분쟁을 겪은 비(왼쪽)와 힙합 듀오 리쌍.
지난 1일 개막했던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제 메인 숙소인 그랜드호텔의 맞으면 포장마차촌에는 밤늦은 시간 여러 영화인들이 몰렸고 연예인들의 모습도 간간히 포착됐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포장마차촌을 찾은 연예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다른 장소에서 술을 한 잔을 걸친 후 포장마차촌으로 온 배우 A는 지인들과 편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때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남성이 다가와 사진을 함께 찍어줄 것을 요구했다. A와 함께 있던 지인들은 “술을 마신 상태라 사진 촬영은 곤란하고 사인을 해주겠다”고 에둘러 말했다. 하지만 거듭 사진 촬영을 요구하던 이 남성을 “에이 되게 비싸게 구네”라며 거친 말을 한 마디 내뱉고 자리를 떴다.
지인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대거리를 했다면 큰소리가 났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에게 불똥이 튈 것을 예상한 일행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 자리에 있던 A의 지인은 “이 남성은 이날의 상황을 자기 식대로 말하며 A의 험담을 늘어놓을 것”이라며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라면 당연히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명백한 ‘을의 횡포’”라고 토로했다.
요즘 연예인들은 ‘신흥 귀족’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중적 인기는 곧 높은 수입으로 이어져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장소에서 좋은 대접도 받으니 현대판 귀족이라 불릴 만도 하다.
이렇게 번 돈으로 안정적 재테크를 위해 건물을 사들였던 연예인들 중 여러 명이 요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세입자와의 마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건물주와 세입자간 명도소송을 통해 조용히 해결될 문제지만, 건물주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세간에 분쟁이 알려져 구설에 오르곤 한다.
가수 겸 배우 비의 경우 박 아무개 디자이너와 6년째 악연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당시 비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건물의 임차인이었던 박씨는 “건물 벽에서 흘러내린 물 때문에 작품이 망가졌다”며 임대료를 내지 않고 버텼다. 이 건물을 재건축하려던 비는 결국 소송까지 벌여 승소해 박 씨를 내보냈다.
하지만 박 씨는 비가 위조한 계약서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며 고소하는 등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비의 건물 앞에 그에 대한 비방을 담은 대자보를 붙이거나 현수막을 내걸고 피켓 시위도 벌였다. 그러나 소송은 번번이 비의 승소로 끝났고 박 씨는 무고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미 같은 혐의로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박 씨의 무리한 법적 소송은 전형적인 ‘을의 횡포’라 할 수 있다.
힙합 듀오 리쌍 역시 2013년 세입자와 분쟁을 겪었다. 리쌍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자신들의 건물 1층의 막창집 주인 서 씨를 상대로 가게를 비워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전 건물주와 2010년 11월 5년간 이 자리에서 장사하기로 구두 약속 후 4억 원 넘게 들여 만든 가게인데 2012년 5월 리쌍이 건물주가 되면서 재건축을 이유로 임대 계약 기간 연장이 어렵다고 하자 양측의 다툼이 법적 싸움으로 번졌다. 이를 두고 일방적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한 리쌍의 ‘갑질’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리쌍이 합의금까지 제시하며 원만히 해결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을의 횡포’라는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결국 1심에서 법원은 리쌍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서 씨 측이 항소했으나 양측이 합의하면서 2심 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싸이가 서울 이태원의 건물을 인수한 후 역시 세입자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입자 측이 소송에서 패하고도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세입자 측은 또 다른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운영진 3명 중 2명은 소송에서 이겼고 나머지 1명은 부분 패소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처음에는 싸이의 유명세를 이용해 세입자 측이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쏠렸지만 최근 세입자들이 또 다른 언론사들을 통해 조목조목 싸이의 입장을 반박하며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같은 사안이라도 연예인과 연관되면 여파가 커진다”며 “언론을 통해 확대되는 경향도 있고, 상대방이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공론화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을의 횡포’를 부추기는 요소다. 요즘 대중과 가까이서 접촉해야 하는 행사장에 가면 스마트폰을 든 채 접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단순한 촬영을 넘어 일부러 도발적인 언행을 던져 연예인들의 거친 반응을 이끌어내 녹화하기 위해서다. 평상시 개인적인 일을 볼 때도 마주치자마자 스마트폰부터 먼저 꺼내드는 이들을 보며 연예인들은 고통을 호소한다.
이 관계자는 “일단 영상이 찍히면 얼마든지 악의적 편집이 가능하다. 특정 장면을 캡처해 이미지를 해치는 일도 빈번하다”며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웃음만 짓고 부당한 행위에 대응도 못하는 사이 정신적 피폐는 심각해진다”고 토로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