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그도 피해자 취재 덕분에 오해 풀려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수미는 “내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다. 너무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본인 역시 사기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고소인 역시 이런 김수미의 주장을 받아들여 고소를 취하했다. 도대체 김수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지난 4월 중순 즈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한 건의 사기 피소사건 고소장이 접수됐다. 고소장에는 세 명의 피고소인 이름이 기재됐는데 놀랍게도 탤런트 김수미와 그의 친아들 정 아무개 씨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그리고 김수미의 동업자로 기재된 김 아무개 씨의 이름도 보였다.
이번 사건은 16부작으로 기획된 프로그램 <엄마의 도시락> 제작과 관련된 사안이다. 김수미가 메인 MC를 맡고 송승헌 이영애 장동건 등 한류스타 16명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 일본 중국 등에 수출할 계획이었다. 지난 2007년 10월 즈음 <엄마의 도시락> 프로그램 촬영이 시작됐고 이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 제작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공동 제작을 맡기로 해 3억 5000여만 원을 투자한 P 업체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결국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한국의 어머니상’을 대표하는 김수미와 방송제작자인 친아들 정 씨 모자가 사기죄로 피소됐다는 사안은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다. 게다가 송승헌 이영애 장동건 등 한류스타 16명이 출연하기로 했다는 부분도 놀랍지만 확인 결과 이들 한류스타는 출연을 약속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P 업체가 사기죄로 고소한 까닭 역시 마치 한류스타들의 섭외가 완료된 것처럼 말하며 제작비 등의 명목으로 투자금을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2007년 당시 <엄마의 도시락> 제작에 관여한 관계자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하나같이 자신들도 큰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엄마의 도시락>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촬영이 진행됐었다고 한다. 한류스타 출연의 경우 애초 기획안에 포함된 내용이긴 했지만 실제 촬영에 돌입할 즈음에는 이런 기획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한다. 그 후 촬영이 중단되면서 프로그램 제작 자체가 요원해졌다.
김수미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수미는 “피소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나도 2000만여 원을 사기당한 피해자인데 내가 고소당하다니 너무 황당하다”며 분개했다.
김수미가 밝힌 이번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고소장에 김수미의 동업자로 기재된 김 씨는 연예계에서 잘 알려진 연예관계자로 예전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고 한다. 방송 제작과 관련된 일을 하는 김수미의 아들 정 씨 역시 김 씨와 친분이 있는 사이였는데 김 씨가 정 씨에게 <엄마의 도시락>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김수미와 정 씨, 김 씨 등 세 사람이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어 구체적인 얘기를 주고받은 뒤 김수미의 출연이 결정됐다. 그런데 프로그램 제작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김수미는 출연료 미지급금에 각종 경비 등으로 2000여만 원의 손해를 봤다.
김수미는 “고소한 P 업체 대표와 얘기해봤더니 오해가 있었다고 곧 취하하겠다고 하더라”며 “이런 지저분한 일에 이름이 거론됐다는 게 너무 기분 나쁘고 황당하다”고 얘기한다. 김수미 측 역시 이 일의 해결을 위해 김 씨와 접촉하려 했지만 6~7개월 전부터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고소인인 P 업체 윤 아무개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애초 김 씨와 공동제작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김수미 씨와 아들 정 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들어 함께 고소한 것인데 조사과정에서 모든 오해가 풀렸다”는 입장을 보였다. 황당한 일을 겪은 김수미 측은 명예훼손 등의 법적 대응까지 고민했으나 관대히 용서하기로 했다.
결국 김수미와 아들 정 씨에 대한 고소사건은 <일요신문>의 취재 과정에서 오해가 풀려 지난 5월 8일 취하됐다. 아찔한 사기피소 사건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것. 하지만 김수미는 금전적 정신적 충격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연예 관계자들은 이처럼 인기 연예인의 유명세를 이용해 투자금을 끌어 모은 뒤 횡령하는 사기 사건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연예인이 먼저 이런 움직임에 조심해야 하겠지만 투자자 역시 연예인의 이름만 믿고 투자하려 해선 안 된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