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창작자들 장기 출국 등 사실상 면제
지난 20일(현지 시간)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조성진이 혼신의 연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아오야기 이즈미코 피아니스트가 페이스북을 통해 조성진의 병역 면제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남기자 국내 네티즌들은 강하게 항의하며 “제6회 모스크바 국제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해 이미 병역특례 요건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 대회는 병역법에서 인정하는 국제음악경연대회가 아니다. 앞서 밝혔듯이 지난 2009년 하마마쓰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군 대체 복무 자격을 갖췄으며 2013년부터 예술요원으로 편입돼 현재 복무 중이다. 또한 이는 ‘군 대체 복무’로 아오야기 이즈미코가 언급한 ‘병역면제’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군 대체 복무’를 ‘병역특례’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병역특례라는 표현은 지난 1996년 병역법 개정 이후 폐지됐다.
병역법에 따라 예술·체육요원은 국위 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로 군 대체 복무 혜택을 부여받는다. 병역법 제68조 제11항에 의거해 국제음악경연대회(29개)와 국제무용경연대회(12개)에서 2위 이상의 성적을 내거나 국내경연대회(7개)에서 우승을 차지해야만 예술요원 편입이 가능하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야에서 5년 이상 전수교육을 받은 경우에도 예술요원으로 편입된다. 예술·체육요원은 2년 10개월의 의무종사기간 동안 병무청장이 지정한 사회기관이나 개별창작활동을 이수해야 한다. 사회기관은 음악(KBS·시립 교양악단, 국립·시립 합창단 등), 무용(국립발레단, 국립·시립 무용단 등), 연극(국립·시립 극단) 등 분야별로 상이하다. 또한 개별창작활동은 개인 발표 및 전시회를 연 1회 이상 또는 공동발표 및 전시회를 연 2회 이상 개최해야 한다.
병무청의 예술·체육요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예술요원 161명(62.4%)과 체육요원 97명(37.6%)이 보충역 편입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술요원의 분야별 현황을 살펴보면 국제무용이 58명(36%), 국악이 45명(28%), 국제음악이 31명(19.3%), 한국무용이 27명(16.7%)으로 나타났다. 체육요원은 올림픽에서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20명(20.6%)과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77명(79.4%)의 선수들이었다. 지난 5년 동안을 놓고 보면 예술요원은 체육요원에 비해 약 1.7배 가량 많다.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워낙 높은 터라 스포츠 선수의 군 대체 복무에 대해선 화제가 집중되곤 했지만 예술계의 군 대체 복무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체육계보다는 예술계가 약 1.7배나 더 많은 군 대체 복무자를 배출해왔다.
체육계의 군 대체 복무를 지적하는 소리도 높았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태극마크를 병역면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거센 비판이 인터넷 여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며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의 경우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보다는 구단별로 군 미필자를 뽑아서 선수단을 꾸려 ‘군 면제 메달’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예술계의 군 대체 복무 제도는 스포츠계처럼 화제를 양산하며 대중의 관심을 끈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지만 역시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을 받기는 했다.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04년 이후 예술분야 병역특례자 중 70% 이상은 개별창작자”라면서 “복무기간 중 해외여행을 가거나 1년 이상 외국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개별창작활동을 하는 예술요원이 군 대체 복무가 사실상 군 면제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예술요원에 대한 복무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8월 국방부가 ‘국민신문고 정책토론’ 코너를 통해 예술·체육요원의 제도 유지 및 개선 방안에 대한 찬반 여론을 수렴한 결과, 100명 중 5명(4.7%)만이 ‘제도 확대 및 현행 유지’를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 필요’(48명, 44.9%)와 ‘제도 축소 및 폐지’(44명, 41.1%)가 85%를 차지해 병무청의 예술·체육요원 복무에 대한 기준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군 대체 복무 자격의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있다. 스포츠계의 경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성적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세계선수권대회 등 권위 있는 대회를 인정하지 않고, 비인기종목과 인기종목 간 불균형으로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예술계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포츠계에 비해 훨씬 다양한 대회를 통해 예술요원 편입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예술 분야 병역 특례 대상 대회로 코리아현대국제무용콩쿠르가 추가된 것을 두고 “다른 비슷한 대회도 많은데 왜 추가가 됐나”라며 “강력한 로비에 의해 생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예술요원으로 군 대체 복무를 하려는 예술 전공자의 경우 비교적 부유층 집안의 자제들이 많은 터라 체육 분야보다 군 대체 복무의 문턱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예술요원으로 인정하는 경연대회의 종목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대회의 경우 음악과 무용 분야에만 국한 돼 있다. 미술 종목의 경우 한국미술협회가 개최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연극 종목의 경우 한국연극협회가 개최하는 전국연극제가 유일하다. 그렇지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수상해 미술 분야 예술요원으로 군 대체 복무를 한 사례는 단 두 명에 불과하며 전국연극제를 통해 연극 분야 예술요원으로 군 대체 복무를 한 사례는 단 한 명도 없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
조성진은 누구? 될성부른 천재, 떡잎부터 알아봤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21)는 6살 때 친구가 다니는 음악 학원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피아노를 배우게 됐다. 조 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예술의전당 영재 아카데미에 입학해 박숙련 순천대학교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이후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2012년부터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조 씨의 첫 공연은 지난 2004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 연주회다. 이후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에서 첫 독주회를, 2006년에도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 및 젊은이의 음악제 연주회를 가졌다. 조 씨는 지금까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해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러시아 내셔널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오케스트라, NHK 심포니오케스트라,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과 협연했다. 조 씨의 수상경력 역시 화려하다. 지난 2004년 음악춘추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그해 중앙대학교 피아노콩쿠르와 경기도 학생예술경연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후 2005년 음연콩쿠르 1위, 2006년 이화경항콩쿠르 1위, 음악세계콩쿠르 전체 대상, 2007년 제11회 음연 겨울음악캠프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8년에는 한국음악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조 씨는 2008년 제6회 모스크바국제청소년쇼팽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이 대회 최연소 수상자였고 그 기록은 2013년 당시 12세의 피아니스트 이혁에 의해 기록이 깨졌다. 이듬해인 2009년 일본에서 열린 제7회 하마마쓰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 최연소 1위이자 아시아인 최초 1위였다. 2011년 제14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부분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는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콩쿠르,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로 불리는 대회다. 또한 2014년에 열린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콩쿠르에서도 3위를 기록했다. 조 씨는 이번 쇼팽콩쿠르를 우승하면서 한국인 최초 우승자가 됐다. 아시아인으로서는 1980년 베트남의 당 타이 손, 2000년 중국의 리윈디에 이어 3번째다. 조 씨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3만 유로(약 3800만 원)를 받는다. 또한 음반회사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이 대회 연주가 음반으로 발매된다. 조 씨는 이번 대회 입상자들과 함께 21일부터 23일까지 바르샤바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가졌다. 이후 2016년 초까지 유럽과 아시아에서 투어 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내년 2월 2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갈라 콘서트를 갖는다. 박형민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