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영장 집행 적법” 대법원 판단에 민주 “당연한 귀결”…국힘 일부 의원 관련 특검 수사 부담
윤 전 대통령 측은 “충분한 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며 재판소원을 예고했다. 범여권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남은 내란 재판의 엄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지만 체포영장 집행 당시 관저 앞에 집결했던 소속 의원들에 대한 수사 부담이 커지게 됐다.

대법원 3부는 9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윤 전 대통령과 특검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583일 만에 나온 윤 전 대통령 관련 첫 대법원 판단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었는지, 공수처가 발부받은 체포·수색영장을 대통령 관저에서 집행할 수 있었는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는 헌법상 불소추특권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또 대통령경호처의 관저 출입 통제는 정당한 경호권 행사였고, 공수처의 영장 집행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재직 중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규정일 뿐 수사까지 전면 금지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봤다. 공수처 수사권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혐의를 인지했고, 두 범죄의 사실관계와 증거가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공수처법상 관련 범죄로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장 집행 적법성도 인정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 관저가 군사상·공무상 비밀 장소에 해당하고, 경호처가 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유가 제시되지 않은 만큼, 경호처의 영장 집행 거부는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행위를 정당한 경호권 행사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체포·수색영장 집행 방해 외에도 여러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5년 1월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고, 내란 수사에 대비해 경호처 관계자에게 군 사령관 3명의 비화폰 통신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았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는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국무회의의 외관을 갖추고, 소집되지 않은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계엄 해제 이후 허위 계엄선포문을 작성·폐기한 혐의도 유죄로 확정됐다. 윤 전 대통령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서명)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만들고, 이후 이를 폐기한 혐의를 받았다. 외신을 상대로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헌정질서 파괴 의도는 없었다’ 등 취지의 허위 공보자료(프레스 가이던스)를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뒤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형량은 1심 징역 5년에서 2심 징역 7년으로 늘었고,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특검은 1·2심에서 모두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징역 7년을 최종 형량으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판결 직후 “중대한 헌법적 쟁점에 대해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또 이번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됐어야 할 사안이었다며 대법원 판결의 위헌성을 다투기 위해 재판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당연한 귀결”이라고 평가했다. 부승찬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판결이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윤 전 대통령의 첫 대법원 확정 판결”이라며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과 수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형량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 대변인은 특검이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2심에서 선고된 징역 7년형이 그대로 확정된 데 대해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눈높이에 비춰볼 때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며 “현재 진행 중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심 재판에서도 헌정질서 회복과 내란의 완전한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는 엄정한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명희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관련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두고 “사필귀정의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윤 전 대통령 측이 재판소원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도 “사법 절차의 정당성을 수호해야 하는 사법부의 고충과 피로감이 깊어질 듯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 선고 직후 중앙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이 당 소속 일부 의원에게 수사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2차 종합특검(권창영 특검팀)은 지난 6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 의혹과 관련해 나경원 의원을 입건한 데 이어 김기현·권영진·윤상현 의원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특검은 이들이 당시 한남동 관저 앞에 집결해 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종합특검 관계자는 9일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대법원이 공수처 수사권과 체포·수색영장 집행의 적법성을 최종 확인한 만큼, 당시 영장 집행을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관저 앞에 섰던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형사재판은 7개가 남았다. 이 가운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은 지난 2월 19일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돼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평양 무인기 투입 지시와 위증 혐의 사건을 포함한 3개 재판이 항소심 단계에 있으며 나머지 4개 사건은 아직 1심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