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뻥뻥’ 가을 잔칫상에 찬물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때 kt 장성우 전 여친과 kt 장시환 전 여친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사생활 폭로글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 지난해 3월,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시범경기가 한창인 가운데 유명 프로야구선수의 성관계 사진이 페이스북을 통해 유포되면서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사진이 공개된 곳은 놀랍게도 야구선수 A의 개인 페이스북. 한 여성과 침대에서 성관계를 맺는 장면과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이 담겨 있는데다 해당 선수의 사진은 물론, 여성의 얼굴도 고스란히 노출됐었다. 이후 사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지만 이를 캡처한 네티즌들로 인해 온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퍼진 일이 있었다.
#2. kt 위즈 장성우 여자친구의 폭로 글에 이어 장성우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kt 장시환의 전 여자친구가 폭로 글을 올려 또 한 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장시환은 자신에게 결혼할 사이라고 했지만 외모가 눈에 띄는 팬이나 치어리더 등과 계속 염문을 이어왔고, 선수들끼리 여자 야구팬을 만났느냐고 확인하며 여성의 외모를 비하했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장성우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 여자 치어리더 사건은 진짠데 어느 누가 내가 얘랑 잤소 할 사람이 누가 있냐며 웃던 니네가 사람 우습게 보고 정말 얼마나 잘 되는지 보자’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다시금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글은 삭제되었다.
임태훈
#4.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프로야구 선수 B에 대한 C 씨의 폭로를 놓고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B의 소속팀 연고지를 필명으로 사용한 C 씨는 B 선수와 친분을 쌓으면서 금전적인 도움을 줬지만 B의 아내로 인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C 씨의 주장에 B 선수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C 씨는 2차 폭로에서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B 선수의 유흥업소 출입과 치어리더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주장했고, B의 아내가 자신의 집에서 물건을 훔쳐간 일로 인해 재판을 받았다며 관련 사건의 판결문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C 씨는 “처벌을 각오하고 있다”며 또 다른 폭로를 예고하기도 했다.
굳이 시간을 많이 거슬러 갈 필요도 없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프로야구 선수 사생활 관련해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사연들만 정리해봤다. 대부분 여자 문제가 주를 이뤘고,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여자친구가 배신감에 전 남자친구인 야구선수의 은밀한 부분을 까발리면서 일파만파로 파문이 커졌다. B 선수처럼 사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아내의 치부까지 공개된 일도 있었다. 관련 선수의 소속팀에선 그런 글을 올린 사람에게 명예훼손을 들이댔지만, C 씨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박용진 전 LG 2군 감독은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공부나 인성 교육을 등한시하고 운동에만 집중했던 부분이 인격적인 장애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수근, 노장진.
“이전에는 지도자들이 ‘선수’보다는 ‘사람’ 교육에 더 집중했었다. 선수 이전에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프로화가 되고, 선수들 몸값이 상승되면서 스타플레이어들이 연예인 대우를 받는 세상이 펼쳐졌다. 마음만 먹으면 놀 수 있는 문화가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 컨트롤을 못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계의 ‘문제아’로 꼽혔던 정수근, 노장진 등은 하드웨어가 굉장히 훌륭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선수 생활을 짧게 하고 은퇴했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나 대우 받는 세상이다. 유니폼의 가치와 존엄성을 잊고 행동하는 바람에 일련의 좋지 않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 전 감독은 자신이 경험했던 선수를 예로 들며 운동선수의 사생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고등학교에서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가 있었다. 하드웨어가 좋아서 구단에 강력히 스카우트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더라. 2군에서 직접 훈련을 시켰는데 일주일이 지나면 어떤 방법으로든 숙소를 도망쳤다.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면 네 앞에 돈과 명예가 쌓일 거라고 타이르고 야단도 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팀에서 방출됐다. 야구밖에 안한 선수가 야구를 안 하면 그의 인생은 어찌 되겠나. 실패자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창호 심리학 박사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생활 문제와 관련해 “예방주사를 제대로 맞지 못해 자기 조절 능력이 상실됐다”고 분석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해온 선수들은 사회적인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태에서 이성을 만나면 일반인들처럼 감정 조절면에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도박도 마찬가지다. 승부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 불안감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박에 빠지는데 조절 능력 장애로 헤어 나오질 못하는 것이다. 운동선수로만 살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통해 희로애락을 느끼는 ‘예방주사’를 맞지 못했다. 그 부분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본다.”
최창호 박사는 “한 마디로 이들을 가리켜 ‘늦바람이 났다’라고 할 수 있다”면서 “비시즌에는 운동을 쉬고 구단 차원의 인성교육 강화를 통해 스스로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게끔 도와주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생활 문제로 야구판이 시끄러운 가운데 한 네티즌이 관련 기사에 올린 댓글이 눈에 띄었다. ‘야구팬들한테 비싼 돈 내고 야구장 와서 경기 보라고 할 시간에 야구판 수준이나 좀 올리길. 선수들 몸값이 올라가는 대신, 야구실력과 인성 수준은 점점 바닥을 친다는 걸 명심하시길.’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