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병 들고 허리띠 풀고 ‘얼큰한 밤’
▲ 지난 9일 ‘해운대의 밤’ 행사에서. 박중훈(오른쪽)이 맥주병을 들고 ‘비와 당신’을 열창하자 윤제균 감독은 허리띠 색소폰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
부산국제영화제에 수많은 스타들이 운집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해운대가 그들에겐 일종의 해방구가 되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늦은 밤과 새벽녘 해운대 인근 술집을 메우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영화팬과 영화관계자, 그리고 매스컴 종사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술 마시는 스타들을 연신 훔쳐보거나 사진을 찍어대거나 또는 사인을 요구하는 이들이 거의 없어 스타들도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다. 때문에 이 시간대에는 해운대 일대의 술집들, 또는 포장마차에서 손쉽게 스타들을 접할 수 있다. 올해 부산에서도 김윤석 하정우 강예원 임주환 김동욱 정유미 박희순 이선균 서우 박솔미 등의 유명 스타들이 동료 배우 혹은 영화계 지인들과 함께 포장마차 등에서 술 마시는 장면을 손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영화제 이틀째인 지난 9일 밤 11시 경 비공식 일정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영화 <해운대> 제작진이 마련한 ‘해운대의 밤’ 행사였는데 호프집을 하나 빌려 <해운대> 제작진과 배우, 그리고 영화 담당기자 등이 모여 술자리를 갖는 시간이었다. 이날의 백미는 박중훈의 ‘맥주병 열창’.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박중훈이 연기한 최곤의 히트곡 ‘비와 당신’ 음악이 나오자 박중훈이 일어서 맥주병을 들고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며 영화 속 최곤의 모습을 재연한 것. 새벽 두 시를 넘긴 시간 호프집 안에 있던 이들 대부분이 거나하게 취한 상황에서 박중훈의 깜짝 퍼포먼스는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바로 앞자리에 앉은 김윤진은 박장대소까지 할 정도였다. 더욱 눈길을 끈 주인공은 <해운대>의 연출을 맡은 윤제균 감독. 그는 허리띠를 풀러 손에 들고 색소폰 부는 모습을 연출하며 박중훈의 옆자리를 지켰다. 윤 감독은 술자리에서 이런 이색 퍼포먼스를 잘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해운대> 개봉을 앞두고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윤 감독이 이색 퍼포먼스를 보여준 바 있는데 이로 인해 <국가대표> 홍보팀이 김용화 감독에게 ‘뭔가 (퍼포먼스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압박했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별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았다.
박중훈은 새벽 네 시 무렵 모든 술자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윤 감독과 함께 인근 해장국 집까지 동행하며 의리를 과시했다. 이렇게 술자리 마지막까지 동행한 또 한 명의 스타는 김윤진이다. <해운대> 출연 배우는 아니지만 그는 <해운대> 제작사 JK필름의 차기작 <하모니>의 주인공 자격으로 이 자리에 동석했다. 공식 행사를 마치고 곧바로 온 까닭에 불편한 드레스 차림인데다 이틀 뒤 다시 <로스트> 촬영을 위해 하와이로 가야 하는 바쁜 일정이었고, 게다가 술도 잘 마시지도 못하지만 김윤진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가장 코믹한 모습을 보인 스타는 설경구였다. 술자리에서 다른 영화제 관계자가 참석을 부탁하자 확답을 피한 채 호프집 이곳저곳으로 도망을 다니기 시작한 것. 마치 영화 속 익살스러운 ‘강철중’처럼 보였다. 계속된 설득에 결국 그는 “90%는 참석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는데 “지금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촬영 등으로 인해 못 가게 될지도 몰라 100% 확약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약속 하나에도 신경 쓰는 그의 완벽주의는 술자리에서도 그대로였다. 몇몇 기자들이 부인 송윤아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지만 설경구는 자세한 답변을 꺼렸다. 이에 내년엔 두 배우가 각각 출연한 영화가 모두 1000만 관객을 넘겨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함께 부산에 오면 좋겠다고 얘기하자 설경구는 “그러면 정말 좋겠지만 말이 쉽지 1000만 관객이라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어디서 보니 1000만 관객 영화에 두 번 출연한 배우는 조·단역을 포함해 내가 유일하다더라”는 말로 두 편의 1000만 관객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피력했다.
그렇지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닌 경우 톱스타들이 일반 술집에서 여유롭게 술자리를 갖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 보니 룸살롱과 같은 밀폐된 공간이 확보된 곳에서 종종 술자리가 벌어지는데 그런 곳에 드나드는 모습이 남의 눈에 띌까 부담스러운 이들은 집으로 지인들을 불러 술을 마시곤 한다. 부산에서 만난 한 매니저는 얼마 전 우연히 한 여성 디자이너를 알게 됐는데 그가 톱스타 A의 술친구라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남성 연예인 가운데 몇 안 되는 신비주의 스타인 A, 그가 집에서 편하게 술을 마실 때에는 어떤 모습일까. 이 여성 디자이너는 친구들 두셋과 함께 A의 집을 찾곤 하는데 A 역시 동료 연예인 B와 절친한 후배 스타 C 등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시곤 한단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30대 중후반인 A가 술자리에서 게임을 즐긴다는 것. 요즘 한창 ‘있다 없다 게임’에 빠져 술자리마다 그 게임을 하곤 하는데 때론 ‘옷 벗기’ 벌칙으로 분위기를 달군다는 후문이다. 다만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선 노코멘트를 했다.
연예인 술자리와 관련된 내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최근 인기 개그맨 다섯 명이 전·현직 에로배우 다섯 명과 미팅을 겸한 술자리를 가진 이야기를 접했다. 인기 개그맨 두 명이 술집에서 우연히 옆 자리에 앉은 여성 두 명과 합석했는데 그들은 유명 전직 에로배우였다. 그렇게 인연을 맺어 일주일 뒤 개그맨 다섯 명과 전·현직 에로배우 다섯 명이 만나는 술자리가 만들어진 것. 하지만 2차에 성공한 파트너는 단 한 쌍! 남자들 대부분이 강남에 빌딩이 있다고 알려진 E한테만 관심을 기울이는 바람에 다른 에로배우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