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 - 12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된 금동반가사유상. 현재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사진출처=도쿄국립박물관
<조선왕조실록>에 불상도둑이 등장한다. 불교문화재 도굴과 도난, 밀반출, 불법 거래는 조선시대에도 근심거리였다. 전문가들은 불교문화재 절반 이상이 이런 형태로 ‘제자리를 떠났다’고 보고 있다. 사찰이 비어있는 틈을 타거나, 승려나 불교신자와 공모하거나, 도굴되거나, 오랫동안 노천에 방치되어 있다가 사라지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불교문화재는 사라졌다. 특히 고려말 왜구의 침략 시기나,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에 많은 불상과 도자기, 회화, 고문서 등이 약탈되어 일본으로 유출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전국의 무덤을 파헤쳤다. 사찰등지에서 강제로 빼앗기도 했다. 이렇게 약탈된 불교 문화재들은 당시 유행하던 고미술상을 통하여 일본뿐 아니라 미국, 유럽등지로 팔려 나갔다. 특히 일제는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를 열어 전국 각지의 사찰에 있는 불상과 불탑 등 조각품들을 거둬들였다. 공진회가 끝난 후에는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았다. 총독부박물관에 소장하거나 총독이름으로 일본 유지들에게 선물하기도 하였다.
조선총독부가 조선고적조사사업을 진행한 후 한국문화재의 대표작들을 집대성한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에는 금동반가사유상(金銅半跏思惟像)이 실려 있다. 충남 공주부근 산성의 탑 가운데서 발견되었다. 일차 매수자에게서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1870~1964)가 매입하였고 오구라 사후 기증되어 현재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중이다. 유명한 오구라컬렉션 중 하나이다. 오구라컬렉션은 도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문화재의 절반이 넘는다. 도쿄국립박물관 동양관 제10실은 한국문화재만을 전시하지만 다른 나라의 박물관처럼 ‘한국’이라는 이름은 붙이지 않았다. ‘오구라컬렉션’이라는 점만을 강조한다.
금동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출가 전에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을 재현하였다. 이것이 점차 변화하여 아직 부처가 아닌 보살의 모습으로 먼 훗날 이 땅의 중생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명상에 잠긴 미륵보살의 반가사유상이 되었다.
한국 불교조각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국보 78호,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왼쪽부터).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인 6~7세기에 크게 유행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우리나라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이 있다. 이 두 국보는 석굴암 조각과 더불어 한국 불교조각 가운데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가된다. 일본의 아스카(飛鳥), 하쿠호(白鳳)시대의 반가사유상 제작에도 영향을 끼쳤다. 도쿄박물관의 금동반가사유상은 전체적인 양식이 국보 78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金銅彌勒菩薩半跏思惟像)과 유사하다.
도난물건이나 불법적으로 유통된 물건들은 여러 단계를 거치다보면 출처가 모호해져서 찾는다고 하더라도 돌려받기가 상당히 어렵다. 도난문화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구매한 경우 ‘선의의 취득’으로 보아서 소유권을 인정하는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는 도난문화재를 합법화시키는 곳으로 여겨진다. 이런 곳에서 ‘문화재세탁’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도쿄박물관에 있는 ‘금동반가사유상’을 찾아오기 힘든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다.
<약탈문화재는 누구의 것인가>의 저자 아라이 신이치는 문화재 환수문제가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결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일본의 식민지통치에 대한 한일 간의 대립된 해석을 그대로 둔 채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식민주의 청산이 애매하게 처리되었고 그 영향으로 문화재 문제 해결도 어렵고 복잡해졌다는 주장이다.
지난 9월 4일 ‘불교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이 발족되었다. 2004년부터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를 통해 문화재반환운동을 벌여온 혜문 스님과 국제협력기구 ‘하얀코끼리’와 고산문화재단 등을 이끌어온 영담 스님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도난·유출된 불교문화재를 찾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불교계의 노력이다. 환지본처(還至本處).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
참고문헌 오구라컬렉션 :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국외소재문화재재단편, 2014),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혜문, 금강초롱 2015), 약탈문화재는 누구의 것인가(아라이 신이치, 태학사 2014), 잃어버린 불상을 찾아서(이숙희, 미진사 2015), 국립중앙박물관 (www.museum.go.kr), 네이버 지식백과:금동미륵보살반가상 (도쿄국립박물관) [金銅彌勒菩薩半跏像] (일본에 가 있는 한국의 불상, 2003. 9. 9., 학연문화사), 최고의 걸작 78·83호 반가사유상 한자리에 (세계일보 20150924), 뉴욕으로 날아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한국경제 2015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