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이영복 “강해 보이고 싶었다” 진술 공분 불러…모녀·이웃 살인 등 극악무도 범행 줄이어
2024년부터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23년까지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 2에 따른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25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2024년 1월 25일부터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안(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 시행됐다. 굳이 구분하자면 이영복이 마지막 신상 공개 ‘특정강력범죄 피의자’(1월 10일 결정)이며, 김레아가 최초의 신상 공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4월 22일 결정)다.
#‘고양·양주 다방 연쇄살인 사건’ 이영복
2023년 12월 3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다방에서 60대 여주인이 폭행당한 뒤 목 졸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이미 도주해 검거되지 않았다. 일주일가량 지난 2024년 1월 5일에는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의 한 다방에서 60대 여주인이 살해당했다. 이번에도 폭행을 당한 뒤 목 졸려 살해당했다.
홀로 다방을 운영하는 여성 업주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수법의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자 경찰은 용의자로 이영복(57)을 특정해 공개 수배했다. 전과 8범으로 교도소에서 20여년을 복역한 이영복은 2023년 11월 출소했다. 이영복은 도주 과정에서 현금만 사용하고 옷을 수차례 바꿔 입어 경찰 추적을 피했다. CC(폐쇄회로)TV가 없는 개천이나 공원 위주로 걸어 다니는 치밀함도 보였다. 심지어 서울에서 파주까지 이틀 동안 걸어서 이동했을 정도다.
양주에서 두 번째 살인 사건을 저지른 이영복은 의정부, 서울 청량리, 남대문시장, 고속버스터미널, 동서울터미널 등을 거쳐 강원도 태백시로 갔다가 다시 강릉시로 이동했다. 경찰은 강릉에서 이영복을 검거했다. 이영복이 다양한 수법으로 경찰 추적을 따돌렸지만 술에 취하면 나오는 독특한 걸음걸이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영복이 “강해 보이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1심 법원은 이영복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화성 오피스텔 여자친구 살인사건’ 김레아
김레아(26)는 3월 25일 오전 9시 40분 다툼 끝에 동거 중이던 여자친구와 그녀의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피범벅이 된 김레아는 범행 직후 오피스텔 1층을 맨발로 내려와 경비원에게 “112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김레아를 체포했지만 병원으로 후송된 여자친구는 사망했고 여자친구의 어머니도 중상을 입었다. 체포 당시 김레아는 음주나 마약 투약 상태는 아니었으며 검거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이나 도주 시도도 없었다.
그렇지만 경찰은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연인관계인 점을 고려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수원지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김레아는 1월 25일부터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른 첫 신상정보 공개 피의자가 됐다. 김레아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며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치동 오피스텔 모녀 살인 사건’ 박학선
박학선(65)은 5월 30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 6층 사무실에서 60대 여성 A 씨와 A 씨의 30대 딸 B 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박학선과 약 6개월 정도 교제하던 사이인 A 씨는 그에게 그만 만나자는 뜻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그렇게 사무실에서 딸과 함께 박학선을 만났다가 변을 당하고 말았다. 흉기에 찔린 모녀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범행 직후 도주한 박학선은 13시간 뒤인 5월 31일 오전 7시 45분쯤 서초구 남태령역 인근 길가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추적을 피하려 휴대전화를 끄고 현금만을 사용해 대중교통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박학선이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해 관할서 경찰을 출동시켰고, 결국 경찰은 하차했을 것으로 추정된 정류장 인근에서 박학선을 발견해 추격전을 펼친 끝에 검거했다. 흉기는 사건 현장에서 2km가량 떨어진 한 아파트 공원에서 발견됐다.
박학선은 현장에 있던 흉기를 휘두른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중랑구 아파트 이웃주민 살인사건’ 최성우
8월 20일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흡연장에서 최성우(28)는 우연히 마주친 70대 남성의 얼굴과 머리 등을 주먹으로 수십 차례 때리고 조경석에 머리를 내리찍는 등 피해자의 급소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피해자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시간여 만에 숨졌다.
최성우와 피해자는 모두 같은 아파트 이웃 주민이었고 최성우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쌓인 게 많았다”고 진술했다. 그렇지만 조사 결과 최성우는 피해자가 자신과 어머니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도 경찰 수사 과정에선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찰이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이 규정한 특정중대범죄에 해당된다며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후 논란은 7월 29일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 망상 때문에 이웃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살해한 점에서 매우 유사한 사건이지만 ‘일본도 살인사건’의 피의자 백 아무개 씨(37)는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이 검찰과 법원에 거듭 피의자 신상공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순천 묻지마 살인사건’ 박대성
박대성(30)은 9월 26일 오전 0시 44분께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주차장 앞 인도에서 귀가 중이던 18세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피해 여성의 비명을 듣고 한 시민이 다가오자 박대성은 바로 도주했다. 급히 병원으로 후송된 피해 여성은 6시간 만에 숨졌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박대성의 사건 전후 행보가 알려지자 더욱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박대성은 자신이 운영하는 찜닭집에서 홀로 소주를 마신 뒤 흉기를 챙겨 나와 거리를 배회하다 피해 여성을 본 뒤 몰래 따라가 범행을 저질렀다.
도주한 박대성이 순천의 한 골목을 걸어가는 범행 13분여 뒤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는데 맨발 상태의 그는 놀랍게도 웃고 있었다. 골목을 배회하던 박대성은 인근 호프집에 들어가 맥주 반 병가량을 마신 뒤 호프집을 나섰다. 당시 그는 호프집 사장에게 결혼할 여자친구와 크게 싸워 화가 나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노래방을 찾았는데 여전히 맨발이었다. 그렇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냥 나왔다. 놀랍게도 이때까지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추가 범행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셈이다.
이후 사건 장소에서 500m가량 떨어진 원룸 주차장에 흉기를 버린 박대성은 가게로 돌아와 신발을 신고 나와 다시 일대를 활보했다. 그러다 길거리에서 행인들과 시비가 붙어 다툼을 벌이다 새벽 3시께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박대성이 A 양 사건의 피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 실제 동일인이었다.
#‘화천군 북한강 토막살인 사건’ 양광준
11월 2일 오후 2시 45분 강원 화천군 화천읍 화천체육관 앞 북한강에서 시신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은 3일 오후 7시 무렵 서울 강남 일원역 지하차도에서 용의자를 긴급체포했다.
용의자는 중령 진급을 앞둔 현역 군 장교 양광준(38)으로 아내와 아이 둘을 둔 유부남이다. 피해자는 임기제 군무원인 30대 미혼 여성이다. 양광준은 10월 25일 오전 자신의 차량으로 피해 여성과 카풀로 이동하던 중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목 졸라 살해했다.
자신의 차량 안에 있는 피해여성의 시신을 옷가지로 덮어두고 정상 근무를 한 양광준은 밤 9시께 부대 인근 공사장으로 이동해 시신을 훼손했다. 그리고는 이를 비닐봉지에 담아 26일 밤 9시 41분께 자신이 10여 년 전에 근무했던 부대 인근인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했다. 이동 과정에서 CCTV 추적을 막기 위해 양광준은 A4용지에 인쇄한 위조 차량번호판을 자신의 차량번호판에 덧씌웠다.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 시행 이후 현역 장교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은 양광준이 처음이다. 양광준은 춘천지방법원에 신상공개 집행정지 가처분과 함께 본안소송인 신상정보 공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해 신상공개가 보류되기도 했지만 법원이 기각해 결국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구미 스토킹 살인사건’ 서동하
11월 8일 낮 12시께 경상북도 구미시 임은동 소재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서동하(34)가 휘두른 흉기에 30대 여성이 사망했고, 60대 여성은 크게 다쳤다. 범행 직후 서동하는 스스로 112로 전화해 경찰에 자신의 범행을 직접 신고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구미 소재의 한 미용실에서 실장으로 근무 중이던 서동하는 아파트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피해 여성과 4개월가량 사귀었지만 이후 관계가 나빠져 결별했다. 결별 이후 서동하는 꾸준히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고 피해 여성은 7월과 8월에 한 번씩 그리고 11월 1일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7월 첫 신고를 받았을 때 제지 수준에서 그쳤으나, 8월에 두 번째 신고를 접한 뒤 서동하에게 전문 상담 기관이 운영하는 교정 프로그램을 주 1회씩 5회에 걸쳐 받게 했다. 당시 상담 기관은 서동하를 재범 위험 수준 단계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로 평가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스토킹은 계속됐다.
11월 세 번째 신고 이후 경찰은 순찰 강화와 보호 장비 제공 등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시작했다. 법원도 서동하에게 접근금지 및 통신금지 등의 잠정 조치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사망을 막지 못했다.
#‘서산 주차장 강도살인 사건’ 김명현
2024년 11월 8일 오후 9시 40분경 김명현(43)은 충남 서산시 동문동의 한 주차장에서 주차돼 있는 고급 승용차의 문을 열었다. 차량 뒷자리에 탑승하고 있던 피해자는 인근 식당에서 술자리를 가진 뒤 차량에 탑승해 대리기사를 부르려 하고 있었다. 김명현은 피해자 옆구리에 흉기를 들이대며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는데 피해자가 저항하자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ㅓ.
이후 김명현은 피해자를 태우고 차량을 운전해 2km가량 떨어진 도로변에 피해자를 유기했다. 피해자 지갑에서 12만 원을 훔친 뒤 다시 1.3km 더 운전해 야산 공터로 간 뒤 차량 안에 불붙인 휴지를 넣어 불태웠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김명현을 용의자로 특정해 범행 이틀 뒤에 검거했다. 김명현은 월급 400만 원 안팎 받는 자동차부품 제조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그렇지만 아내와 이혼한 뒤 매달 양육비 270만 원을 지급해왔으며 인터넷 도박으로 1억 1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도박 빚과 생활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김명현이 범행 이후 가장 먼저 한 행동은 훔친 돈 12만 원 가운데 6만 3000원어치 ‘로또’ 복권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김천 오피스텔 살인 사건’ 양정렬
양정렬(31)은 11월 12일 경북 김천시 한 오피스텔에서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도주 1주일 만에 김천의 한 모텔 주차장에서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양정렬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강도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정렬은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살인 이후 시신 유기까지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범행을 시도했다. 오피스텔에서 이동할 때에도 CCTV가 없는 계단을 이용했다.
피해자를 살해한 뒤 양정렬은 피해자의 신분증과 현금카드를 훔쳐 편의점, 택시, 숙박업소 등에서 수백만 원을 결제했다. 게다가 사망한 피해자의 지문으로 6000만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