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땅히 쉴 곳을 못찾아 어린이 놀이터에 삼삼오오 모여든 한국 대표선수들 | ||
선수촌 휴게소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우리나라 역도 대표선수가 눈에 띄었다. 휴게소 안이 이미 외국인 선수들로 가득 차 있어 할 수 없이 밖에서 후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때마침 휴게소에서 나온 한 탁구 대표 선수는 선수촌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한국 선수들은 완전히 찬밥이다. 휴게소에서도 외국 선수가 들어오면 ‘만만한’ 우리들한테만 자리 양보를 부탁한다. 똑같은 선수들인데 왜 우리가 모두 양보를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선수들과의 눈에 띄는 차별 대우도 성토 대상이다.
그들의 참가 자체는 무척 뜻깊고 역사적인 의의를 갖지만 그로 인해 남측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 북한 선수단엔 숙소마다 TV와 냉장고가 지급된다.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는 필요할 경우 돈을 지급하고 따로 구입해야 한다.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시원한 물은 그림의 떡. 물이 준비되지 않아 약을 먹을 때도 1층에 있는 정수기까지 물을 받으러 내려가야 한다.
음식은 경기를 앞둔 선수들이 먹기에는 함량 미달. 60여 가지 이상의 음식이 뷔페식으로 준비되지만 한국 식단은 거의 없고 서양 음식이 대부분이다. 여러 문화적 배경 때문에 다양한 음식이 나오고 있지만, 시합을 앞둔 선수들에게 처음 접해 보는 음식들은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수송 문제 또한 심각하다. 선수촌 앞에는 달랑 버스 표지판 하나만 서 있어 나가고 들어오는 선수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한국측 선수들은 아예 자신의 차를 이용하거나 밖에서 차를 렌트 해오고 있는 지경.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수들이 휴식 시간에 애용하는 곳은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삼삼오오 놀이터에 모여 시소나 그네를 타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한 선수는 “초등학생도 아니고 갈데 없어 맨날 시소만 타고 있다”며 “이제는 외국선수들까지 놀이터로 몰려와 또 양보를 해줘야 할 것 같다”는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한 구기종목 선수는 “우리는 나라를 대표해서 뛰지만 개개인으로서는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 선수”라며 조직위에 화살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