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필자는 프로야구의 진짜 승부는 8월에 결정 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상대팀 선수보다 무더운 날씨가 더 힘든 상대이고 만약 경기 전날 ‘어문 짓’하다 잠을 설치게 되면 다음날 운동장에서 빌빌거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8월이 시작하자마자 그것도 낙타나 전갈, 지네 같은 동물들만이 숨쉴 수 있을 정도의 폭염 속에서 L팀 선수 몇 명이 화려한 외출을 감행했다.
지방으로 원정을 간 L팀의 주축선수 4명은 경기에 패한 뒤 바로 호텔을 빠져나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분명한 건 남들 잘 때 개인훈련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철인(?)들이 무사히 귀가했다면 조용히 지나갈 수 있는 문제였지만 천만다행(?)으로 적발되고 말았다.
L팀에 K감독이 어떤 사람인가. FM감독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사람이다. 당연히 크게 화냈고 이 4명의 선수들은 다음날 운동장에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K감독은 보따리 싸 가지고 서울로 올라갈 것을 지시했고 결국 ‘철인 4인방’은 덕아웃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먼저 서울로 올라가는 신세가 됐다.
L팀 덕아웃은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고 선수들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이날은 L팀이 패하리라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L팀이 9-1승. 정신력과 파이팅의 승리였다. 곧바로 서울로 올라온 L팀은 삼성과 맞붙게 됐다. 이 날 경기에는 ‘문제아’ 4명의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는데 타자 2명은 공격을 이끌고 투수 2명은 마운드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K감독의 채찍이 효과를 본 셈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홈경기 때이다. 원정 때는 어느 정도 감시망이 가동되지만 홈경기 때는 선수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또 몇 시에 집에 들어가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 정말 선수가 알아서 해야 되고 선수를 믿을 수밖에 없다.
이제 곧 부산아시안게임이 열린다. 그 기간에는 프로야구가 아예 중단이 된다. 그런데 필자는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진데 대표팀이 소집이 되면 종종 음주사고가 일어난다. 술 먹고 싸움질한다는 게 아니고 새벽까지 돌아다니다가 사람들 눈에 띄어서 언론에 공개되고 만약 경기에 지기라도 하면 몽땅 싸잡아서 비난을 받기도 한다. 또 선수들은 술 먹지 않고 중요한 회의를 했느니 주변산책을 했느니 하며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중요한 회의는 가급적 숙소에서 하고 산책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면 그런 오해를 사지 않는다. 굳이 카페에서 회의하고 새벽에 비틀거리며 산책할 일이 뭐 있나.
이번 대표팀은 병역미필자 우선이 아닌 진정 실력위주로 선발이 됐다. 그런 만큼 책임감을 갖고 꼭 우승을 해서 축구에 뺏긴 관중을 되돌아오게 하자.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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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0.27 16: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