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불신 땐 장기화, 생활밀착 브랜드는 충성도가 변수…“대체 선택지·기업 사후 대응이 관건”

#10년 넘게 이어진 남양의 악몽

이후 남양유업은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사건과 경영권 분쟁 등에 휘말렸다. 특히 2021년에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해 논란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2013년 갑질 논란 직전 100만 원을 웃돌던 남양유업 주가는 장기간 불매운동과 실적 부진이 겹치며 2020년 20만~30만 원대까지 하락했다. 남양유업의 매출은 2012년 1조 3650억 원에서 2020년 9489억 원으로 30% 이상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7억 원 흑자에서 771억 원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결국 남양유업은 오랜 실적 부진과 경영권 분쟁 끝에 2024년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60년 오너 경영 체제를 마감했다.
경영권 교체 이후에도 소비자 신뢰 회복은 과제로 남아 있다. 2025년 5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과거 불매운동의 여파와 시장 경쟁 심화로 실적 회복세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을 단순한 제품 불매가 아닌 ‘기업 불매’의 대표 사례로 본다. 특정 제품이 아니라 기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면서 불매운동이 10년 넘게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노재팬 ‘유니클로’, 어떻게 살아났나

특히 유니클로는 노재팬의 상징과 같은 브랜드였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2018년 1조 3732억 원에서 2020년 6297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994억 원에서 43억 원으로 급감했다. 전국 곳곳에서 유니클로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고, 한때 국내 철수설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노재팬의 영향은 영구적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일본 여행이 다시 늘어나면서 유니클로도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2023년 9938억 원, 2024년 다시 1조 원을 넘어서며 노재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영업이익은 2024년 1500억 원 안팎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되찾았다.
업계에서는 노재팬 사례를 남양유업과 다른 유형의 불매운동으로 본다. 남양유업이 기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장기화된 사례라면, 노재팬은 외교·역사 이슈에 대한 집단적 소비자 행동에 가깝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유니클로가 실적 반등에 성공한 배경으로 브랜드 자체 경쟁력 유지를 꼽는다. 유니클로는 ‘히트텍’ ‘에어리즘’ 등 기능성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온라인 판매를 확대해 왔다. 이후 정치·외교 환경이 변화하면서 소비자들이 다시 유니클로를 찾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SPC와 쿠팡 불매는 왜 오래 못 갔나

2022년 SPC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온라인에서는 SPC 계열 브랜드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2023년에는 또 다른 계열사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 도중 중상을 입은 뒤 사망했고, 2025년 SPC삼립 시화공장에서는 50대 근로자가 작업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SPC 삼립 공장을 직접 찾아 “같은 기업에서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안전관리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불매운동도 재점화됐지만 SPC의 시장 지위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SPC 계열 브랜드가 일상 소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소비자들이 장기간 불매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쿠팡 역시 각종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불매운동이 제기됐지만 성장세를 이어간 사례로 꼽힌다. 2021년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노동환경 논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불거질 때마다 온라인상에서는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특히 2025년 말 3367만 건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회원 탈퇴 인증과 ‘탈쿠팡’ 움직임,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확산되며 역대 가장 강한 소비자 반발이 나타났다. 소비자단체들은 회원 탈퇴와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그러나 소비자 반발이 실제 사업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직후 일부 이용자 이탈이 나타났지만 쿠팡의 시장 지배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026년 3월 3500만 명을 넘어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를 유지했다.
와우 멤버십 역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해지 인증이 잇따랐지만 대규모 회원 이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구축한 배송·배달·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강한 ‘록인(Lock-in) 효과’를 만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스타벅스는 ‘제2의 남양’될까 ‘제2의 쿠팡’될까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과거 불매운동은 기업의 갑질이나 안전사고, 마케팅 등이 계기가 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마케팅 논란에서 시작됐지만 오너의 철학과 가치관 문제로 확산되면서 스타벅스를 넘어 신세계그룹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내 대체재와 상품 경쟁력 등을 고려했을 때 스타벅스가 남양유업처럼 장기 불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불매운동은 결국 해당 상품의 경쟁력과 대체재 존재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며 “(스타벅스의) 매장 수와 접근성, 매장 경험, 앱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완전한 대체재 역할을 하는 브랜드를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도 “일정 수준의 소비 이탈은 나타날 수 있지만 신세계그룹 전체로 확산되거나 남양유업처럼 10년 넘게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불매운동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기업의 사후 대응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종우 교수는 “남양유업은 갑질 논란 이후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변화와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장기간 고착됐다”며 “이번 사태도 정용진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논란에 대한 해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장기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