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 시급
▲ 한명희 서울시의원
한국의 정신장애인 복지체계는 강제입원·장기입원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의사와 무관한 강제입원은 전체의 73.5%에 달한다. 이는 강제입원 비율이 3~30%에 그치고 있는 유럽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평균입원 기간도 OECD 국가들의 평균입원일수 10~35일을 훌쩍 뛰어넘는 176일로 한국의 정신장애인들은 감금과 격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2014 서울 정신보건 지표).
한 의원은 “장기입원 환자 중 35%는 의학적 이유로 입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원체계의 부족으로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퇴원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지역사회 속에서 평범함 일상을 살아가길 원하고 있지만,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서 입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의 정신장애인 지원체계는 해외 전문가들로 부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OECD 수석정책분석가 수잔 오코너(Susan O’ Connor) 박사는 “한국의 정신장애 장기입원 기간은 ‘충격’적이다”라고 말하며, 미흡한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수잔 박사는 이 같은 경향에 대해 ‘인권 침해’의 소지를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한의원은 서울시 역시 정신장애 지원에 있어서 ‘입원치료’ 중심의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예외가 아님을 지적했다. 2013년 서울시의 ‘정신질환 의료급여액’은 1,000억원에 달하고 있으나, ‘지역정신보건사업’은 300여억원에 불과한 실정으로 결국 서울시 역시 지원체계의 중심을 지역사회가 아닌, 병원·시설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날 시정 질문에서는 서울시 정신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지원을 위한 정책과제가 제시됐다. ‘불필요한 시설 수용이나 감금 억제’,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와 인프라 확대’, ‘정신병원 및 정신요양시설의 운영구조와 서비스 개선’ 등의 핵심과제를 축으로 정신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 지원을 하는 것이 주요골자다. 덧붙여 “서울시립병원, 서울시 정신요양시설 등이 선제적으로 지역사회의 주거 · 생활지원시스템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정신장애인들이 받는 대우는 그 사회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말하며, 지역사회로부터 고립된 정신장애인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더불어 박원순 시장에게는 서울시가 한국의 정신장애인 지원체계를 선도해 줄 것을 당부하며 시정 질문을 마무리했다.
김정훈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