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반을 배정받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자기소개로 아이의 ‘첫 발표’가 시작된다. 이때 적지 않은 아이들이 우물쭈물한다. 공간도 낯선데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입학 전 아이의 발표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영유아기 때 많이 듣고, 말하고, 누군가와 말다툼을 하기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3~4세는 무엇이든 많이 듣고, 5~6세는 말하기에 즐거움을 느껴야 논리적으로 생각이 정리되는 7세 때 비로소 ‘내 말’을 할 수 있다.
발표력은 왜 중요할까?
어릴 때부터 발표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자연스레 논리적인 사고력과 자신감이 길러진다. 어릴 때부터 다진 발표 실력은 훗날 대학교나 직장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빛을 발한다. 직장인들은 프레젠테이션으로 업무 능력을 평가받는다. 대학교에서의 평가도 서면 제출보다 많은 학생들 앞에서 자신이 준비한 것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 중고등학교의 수행평가에서도 ‘발표’ 항목이 필수. 또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PPT를 만드는 수업을 하고, 아침마다 1분 스피치를 하는 학교도 많다. 초등학교 교실의 책상 배열을 보면 토론하기 좋은 모둠 형태가 대부분. 그 안에서 각자의 생각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므로 초등학교 입학 전 발표 연습을 해두면 도움이 된다.
STEP 1. 기질 파악하기
01.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는 대개 첫째거나 외동인 경우가 많다. 첫째인 경우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을 가능성이 높은데, 틀리거나 못할까 봐 걱정하고 타인에게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속으로 ‘저 사람이 날 쳐다보고 있어’, ‘선생님이 날 보고 무언가 말을 하라고 하는 데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Solution 과정을 칭찬하기
지속적인 관심으로 자신감을 갖게 해줄 것. 아이가 발표 준비를 하거나 숙제를 할 때 ‘과정’을 칭찬해 준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안녕하세요’라고 연습하고 있다면 “○○이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더 커졌네? 아까는 한 귀로만 들렸는데 지금은 두 귀로 들었어” 또는 “설거지 소리에 듣지 못했는데, 지금은 설거지하는 소리에도 잘 들리네”라고 말해준다.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게 요령. 그래야 스스로도 더 잘하기 위해서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단, 무조건적인 칭찬은 좋지 않다. 아이의 별것 아닌 행동까지 폭풍 리액션을 한다면 속으로 엄마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잘해야겠구나’라고 부담을 가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02. 발표 준비가 덜 된 아이
자신이 말해야 할 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면 남들 앞에서도 잘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당연히 말이 어설프다. 이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기 바쁘고 임기응변에 약할 수밖에 없다. 콘텐츠가 부족해 발표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준비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면 된다.
Solution 마인드맵 그리기
발표 준비가 덜 된 아이에게는 콘텐츠를 만들고 정리하는 ‘마인드맵’을 적용하면 된다. 아이가 편안하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커다란 종이와 두꺼운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준비한다.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연결가지로 이어진 3개의 동그라미를 더 그린다. 가령 유치원에서 식물에 대해 발표해야 한다면 한가운데 동그라미에는 좋아하는 식물을 그리게 한다. 그 다음 엄마는 나머지 동그라미에 이 식물의 씨앗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자라는지, 열매는 어떻게 생겼는지 등을 그릴 수 있도록 질문을 해줄 것. 아이가 마인드맵을 완성하면 벽에 붙이고 자신이 그린 것에 대한 발표 연습을 시켜본다.
03. 자존감이 낮은 아이
자신감도 부족하고 자존감이 낮으면 알고 있는 내용이라 해도 혹시 자기가 말한 게 틀렸을까 봐, 또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발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Solution 인정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기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자신이 겪는 모든 상황에 대해 ‘예전에 했는데 잘 안 됐어’, ‘해봤는데 실패했어’, ‘해봤자 어려울 거야’ 등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이런 경우 신체적·심리적·놀이적·언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신체적 접근의 경우 아이를 치켜세워주는 가라사대 놀이를 추천한다. 먼저 ‘가라사대’일 때 실행하고, ‘말하길~’이라고 한 경우에는 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정할 것. ‘○○○ 가라사대~ 엄마가 벽에 붙어요!’, ‘○○○ 가라사대~ 아빠가 엄마를 업어요’ 등 아이가 한 말을 엄마 아빠가 수행하면 자신의 말이 영향력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STEP 2. 발표력 기르기 기초편
01. 큰 목소리 만들기
‘목소리 공’을 꺼내 던지는 연습을 하면서 목소리를 키워주자. 아이들의 경우 실제로 보지 않으면 이해를 잘하지 못하므로 실제로 ‘목소리 공’이라고 이름 붙일 물건이 필요하다. 신문지를 동그랗게 뭉쳐 접착테이프로 감싼다든지, 풍선을 분다든지 어떤 것이든 좋다. 그다음 목소리 공을 ‘○○으로 던져’, ‘벽에 맞혀’, ‘선생님 다리에 던져’ 등 미션을 주어 놀게끔 한다. 가까운 곳에 던질 때는 목소리를 작게, 먼 곳에 던질 때는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포인트.
02. 정확히 발음하기
7세 때는 ‘ㅏ, ㅓ, ㅗ, ㅜ, ㅡ, ㅣ’ 6개의 모음 발음 정도만 알면 된다. 아이가 입술을 크게 벌리며 발음하게 할 것. 큰 종이에 모음 발음을 하는 정확한 입 모양을 그려 준비한다. 그다음 아이 입술에 립글로스를 발라주고 모음 발음을 하면서 해당 모음의 입 모양 아래 찍게 할 것. 그러면 자신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바른 입 모양에 가까워지기 위해 애써 발음하고, 찍힌 입술의 모양을 보면서 발음할 때 어떻게 입 모양을 해야 하는지 기억하게 된다.
03. 바른 자세로 서 있기
6~7세의 경우 가만히 서 있는 걸 잘 못한다. 쑥스럽기 때문에 앞뒤로 흔들고, 다리를 꼬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 이때는 엄마와 ‘얼음땡’ 게임을 하면 좋다. 3초, 5초, 10초, 1분 등 조금씩 시간을 늘리면 가만히 서 있는 데 점점 익숙해진다. 단, 극도로 긴장했다가 몸이 풀리면 스트레스를 받으니 방을 한 바퀴 돌면서 몸을 풀어줘야 한다.
STEP 3. 발표력 기르기 실천편
01. 단상에 올라가 자기소개 하기
자신감 있게 자기소개를 하려면 방바닥이 아닌 소파나 식탁의자 등에 올라가는 게 좋다. 발표 연습에도 청중이 필요하니 엄마 아빠가 앞에 앉아 들어줄 것. 사람이 많을수록 좋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인형을 활용해보자. 아이 입장에서는 인형의 눈을 보는 것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02. 카메라로 발표하는 모습 촬영하기
자신이 발표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는 것도 발표력을 기르기 좋은 방법이다. 촬영을 시작할 때 “준비됐나요? 촬영 시작합니다. 액션~”이라는 멘트를 해주면 아이도 더 긴장하게 된다. 촬영된 영상을 함께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혼자 볼 경우 발표 내용이나 자세보다는 자신의 외모부터 보기 때문에 엄마가 먼저 “촬영하고 보니 연습 때보다 목소리가 커지고 웃는 것도 자연스럽네”, “어쩜 이렇게 카메라를 잘 쳐다보니?” 등 긍정적인 칭찬을 해주자. 두 번째로 영상을 볼 때는 아이 스스로 “여기서는 이런 말을 할걸”, “다음에는 이 얘기를 해야지” 느끼게 된다. 이때 엄마 아빠보다 친척이나 이웃이 피드백을 해주면 더 효과적이다.
03. 큰 소리로 또박또박 책 낭독하기
글이 많으면 아이가 부담을 느끼므로 글이 적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택해 낭독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낭독이 끝난 뒤에는 이야기를 구성해보자. 처음에는 단어 하나를 가리고 어떤 말이 어울릴지 아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다음은 문장, 대사, 페이지를 가리고 마지막에는 책을 덮고 이야기를 끌어가게끔 한다. 이런 연습을 많이 해 본 아이는 나중에 책이 없어도 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 느낀다.
04. 사물 마인드맵으로 스토리 만들기
여러 가지 사물을 모아놓고 아이에게 선택하게 하거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에 연관된 사물 3개를 가져오게 한다. 가령 휴대전화, 연필, 종이를 가져왔다면 “오늘 휴대전화로 터닝메카드를 봤어요. 그래서 종이에다 연필로 터닝메카드 그림을 그려봤어요”라고 말하는 식. 자신이 물건을 선택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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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원지 기자 / 사진 성나영 / 모델 엘레인(7세) / 도움말 이지은(키즈스피치 마루지 대표), 하우석(한국영상대학교 이벤트연출학과 교수) /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 헤어·메이크업 박성미 / 의상협찬 닥터마틴·토니스콧(02-514-9006), 유니클로(02-3442-3012), 자라키즈(02-5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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