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로 구겨진 자존심 쏘나타로 ‘쫙’
현대차의 최근 나온 모델들은 대부분 좋은 등급을 받았지만 2012년 출시한 싼타페는 한계 등급을 받았다. 왼쪽은 쏘나타. 오른쪽은 싼타페 스몰 오버랩 프런트 테스트 장면.
현대차는 2013년 말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부터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초고장력강판을 51% 이상 차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신형 쏘나타는 초고장력강판 51% 적용 두 번째 차량이었다. 신형 제네시스는 디자인에서 확연하게 변신이 이뤄졌고, 전방 충돌 방지장치 등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기 때문에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신형 쏘나타는 초고장력강판으로 차체를 새롭게 만들었음에도 외관상의 차이는 기존 모델(YF)과 크지 않았다. 후드가 짧고 루프 라인이 반달형인 보디라인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엔진과 변속기는 그대로라 새로 어필할 부분도 많지 않았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차체의 단단함을 어필하고 싶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외양과 스펙상의 성능만을 보지 안전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따라서 충돌실험을 통해 동급에서는 가장 안전하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다 보니 비공개 행사를 가진 것이다.
연구소의 풍동시험장, 전파시험장, 소음시험장 등을 견학한 후 마침내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충돌실험장으로 기자단이 이동했다. 대부분 이 실험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설렘과 기대를 갖고 달려올 차를 기다렸다. 모두들 숨죽인 가운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나고 저 멀리서 자동차가 달려왔다. 실험에서는 엔진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케이블을 모터에 달아서 차를 끈다.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류(油類) 때문에 불이 나면 물리적 손상을 확인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동영상으로 많이 본 충돌실험이지만, 실제의 실험은 스피커 최고 출력을 훌쩍 넘어서는 엄청난 굉음이 공포감을 줄 정도라는 점이 달랐다. 또한 슬로모션과 달리 1초도 안 돼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자동차가 처참하게 구겨진 모습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만이 남는다.
이 때 실행한 테스트는 미국 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서 실시하는 5가지 테스트 중의 하나인 ‘스몰 오버랩 프런트(Small Overlap Front)’ 테스트였다. 기존의 전면충돌 테스트는 ‘마더리트 오버랩 프런트(Moderate Overlap Front)’로 차량의 좌측 40%를 시속 40마일(60㎞/h)의 속도로 고정된 장애물과 부딪히는 것이었다.
IIHS는 2012년부터 스몰 오버랩 프런트 테스트를 도입했는데, 이는 운전석 방향의 차체 25%를 고정된 장애물과 부딪히는 것이다. 기존 마더리트 오버랩 프런트 테스트의 경우는 차체의 주요 뼈대가 되는 ‘메인 멤버스’가 지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손상부위가 비교적 적었다. 이에 비해 스몰 오버랩 프런트 테스트는 오로지 측면 펜더, 바퀴, 도어 접합부위만으로 버텨야 하기 때문에 더욱 가혹한 실험이다. 이 테스트가 처음 도입됐을 때 이름난 명차들도 낙제점수를 면치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세계 명차들이 벌벌 떠는 ‘IIHS’ 정체 미국 3대 보험사가 출자…사고율 ‘뚝’ 보험금 ‘뚝’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벌벌 떠는 미국 IIHS(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는 공공기관이 아닌 보험사들이 출자한 비영리 민간기관이다. IIHS 홈페이지(www.iihs.org)에 따르면, 1959년 미국 자동차보험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메이저 3사가 출자해 만들었다. 당시에는 고속도로에서의 안전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10년 뒤에는 독립연구단체로 탈바꿈했다. 1969년 범퍼 테스트를 통해 최초의 미 연방 범퍼 기준을 만들었다. 이후 각종 충돌 테스트를 통해 자동차의 안전 기준을 확립해 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1979년부터는 인구와 자동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도로상에서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IIHS가 자동차보험사들이 출자한 기관이라는 점에서 보험금 감소라는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2012년 스몰 오버랩 프런트 테스트 도입 당시 많은 자동차들이 대거 낙제점을 받았지만 이는 IIHS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1995년 전면 충돌 테스트(Moderate Overlap Front) 도입 당시 절반 이상의 차들이 M 또는 P 등급을 받은 바 있다. [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