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응체계 개편만으로는 진정한 신종 감염병 대응 어려워...중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와 실행 뒤따라야
▲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
의협은 어떤 형태로든 신종 감염병이 분명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지금 준비를 체계적이며 효과적으로 하면 ‘감기 유행’과 같은 수준에서 사태가 진정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안일한 대응으로는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스로 인해 많은 국민이 생명을 잃었고,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무너지는 등 한국은 뼈아픈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와 함께 미흡한 감염병 대응체계,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민간 및 공공 의료기관의 기능 미정립, 정부의 미진한 의사소통체계 및 불투명한 정보공개 등 한국 의료체계의 허점이 가감 없이 드러난 의료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국회,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언론 등 대한민국이 하나같이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감염병 대응체계를 비롯한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개혁할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그러나 메르스가 정점을 지나 완화된 시기인 7월 초순경을 기점으로 5개월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의 법적 근거 마련, 일정 규모의 역학조사관 정규인력 증원과 같은 계획 이외에 구체적으로 실제 의료현장에 실행되고 있는 감염병 개선 과제가 없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또한, 메르스 관련 정부의 대책은 단기 대책에 집중되어 있고 감염병 대응 대책에 국한해서 마련된 측면이 있는 만큼, 의협이 제시한 것처럼 감염병 중장기계획 수립, 보건의료체계 개편과 연계한 국가방역체계 개선 방안 마련, 관련 위원회의 국무총리실 산하 구성 등과 같이 범부처 차원에서 한국의료에 대한 점검을 통한 총체적 개편을 통해 거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의료관련감염대책 협의체’가 단기 대책 논의를 종료하고 지난 11월에 해산한 만큼, 이후 중장기 대책 수립을 위한 ‘국가감염병예방관리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하여 단기 대책 점검은 물론 의협이 제안한 ▲ 국가감염병 중장기계획 수립 ▲ 보건부 독립 및 질병관리청 개편 ▲ (가칭)감염관리기금 조성 ▲ 의료기관감염관리지원사업단 운영 ▲ 보건소 중심 공공보건의료체계 정상화 등의 종합 대책을 포함한 감염병 대응체계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규제 일변도 및 재정절감에 초점을 둔 한국의료는 더 이상의 내실 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만큼 내실화를 기해 미래의료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세계 일류 브랜드로서의 한국의료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플랜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투자와 실행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국회, 정부, 의료계가 상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물론 관련 예산 확보, 감염병 대책을 비롯한 의료체계 개편 방안의 지속적인 시행, 점검 및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기전을 반드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메르스 발생경로 및 원인 파악 등의 역학조사를 맡아주신 공중보건의사를 비롯한 최일선 의료현장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메르스 대응을 위해 헌신해 주신 11만 의사회원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메르스 유행으로 인한 국민의 노고에 경의를 나타내면서 의료계는 보건의료체계 개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제2의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