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불똥 튈라…’ 합죽이 된 연예계
트와이스 대만인 멤버 쯔위가 지난해 11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흔들어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아래는 논란을 더욱 확산시킨 사과 동영상. 쯔위 사태가 중국 한류 열풍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쯔위는 정치적 제물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만에서는 지난 16일 치러진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주석인 차이잉원이 압승하며 105년 만에 첫 여성 총통이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대만기를 흔든 쯔위의 행동이 친중 정책을 반대하는 민진당의 주요 이슈로 활용됐다. 지난해 11월 벌어진 일이 두 달이 지난 지금 크게 불거진 것은 결국은 ‘정치적인 이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쯔위 사태 이후 트와이스의 중국 활동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는 갓세븐과 2PM 등의 중국어권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고의성이 없었던 쯔위 사태에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지나치게 허리를 숙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이런 반응에 제 목소리를 내는 관계자는 사실상 없다. 현 한류 업계에서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류는 일본의 눈치를 봤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내 한류를 촉발시킨 후 엄청난 붐이 일어났지만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독도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한 한류스타는 드물다. 일본 우익들의 역풍을 맞으면 일본 활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눈치 보기는 이제 중국으로 넘어왔다. 중국과 대만, 양안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 동북공정 등은 중국에 터를 잡고 활동하는 한류스타들에게 금기어다.
특히 쯔위 사태의 뿌리인 양안 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국내 아이돌 그룹 중에는 중국인 멤버를 보유한 그룹들이 적잖다. 그들이 바라보는 양안 문제는 우리의 시각과 또 다르다. “대만인인 쯔위가 대만기를 흔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은 그들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
한 연예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한 중국인 연습생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물어봤다가 흥분하며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놀랐다”며 “중국인 입장에서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인데, 대만기를 흔드는 것은 중국으로 분리해 독립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쯔위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건물 전경. 일요신문 DB
결국 대만기를 흔든 쯔위의 행동은 정당했다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영역이 아니다. 첨예한 정치적 문제인 만큼 그들의 숙제로 남겨뒀어야 했다. 대신 쯔위의 행동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정치와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쯔위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공개 사과하며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쯔위 사태를 키운 건 사실상 JYP엔터테인먼트였다. 지난해 11월 처음 지적이 나왔을 때는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이라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정작 문제가 커지기 전 미리 소속사 입장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면 대만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쯔위에게 사과 동영상에 출연하도록 한 것도 패착이었다. JYP는 미성년자인 쯔위가 정치적 의사를 갖고 대만기를 흔든 것이 아니라고 보호하려 했지만, 정작 그들은 미성년자인 쯔위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뉘앙스를 보여줬다. 박진영은 직접 사과문을 냈지만 “쯔위는 지난 며칠 동안 많은 걸 느끼고 깨닫고 반성했습니다”라는 문구는 쯔위의 행동이 잘못됐고, 그로 인해 이번 일이 불거졌다는 말로 읽힌다. 사과하는 쯔위의 동영상은 마치 IS가 포로에게 성명을 읽게 하는 듯하다는 끔찍한 비유가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돌파구를 만들려하면서 JYP엔터테인먼트는 대만에서도 인심을 잃었다. 중국의 공격을 받는 쯔위를 보호하지 못할망정 책임을 지우려 했다는 점 때문에 대만인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한국다문화센터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쯔위의 인권을 유린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소속사 측은 “쯔위의 부모님과 상의 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한국다문화센터 측은 “객관적인 기관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은 숨죽이고 있다. 괜한 불똥이 튈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금 또 다른 이슈에 휘말려 한데 묶이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연예기획사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는 SNS 사용을 당분한 자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한 중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멤버들과 따로 면담하고 그들의 고충과 애로 사항을 접수하고 이번 사태에 동요되지 않도록 다독이고 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일본 한류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어권에서도 인심을 잃으면 해외 활동 기반 자체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소나기는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지금은 최대한 침묵을 지키고 이번 사태가 잦아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