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식 오륜기 입장 장면 | ||
이같이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올림픽의 주요 이벤트는 아무리 정확히 한다고 해도 예정된 시간보다 몇 초 혹은 몇 분씩 늦거나 빠를 수 있다. 그럼 최종 사인은 누가 줄까. 자크 로게 IOC 위원장? 콘스탄티노스 스테파노풀로스 그리스 대통령? 대회 조직위원장?
모두 아니다. 7억9천3백만달러를 지불하고 미국 내 아테네올림픽 독점중계권을 획득한 NBC 방송사의 담당PD가 맡는다. 경우에 따라 그리스의 국영방송사인 엘트(EPT) PD가 할 수도 있다. 올림픽은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특히 방송중계의 경우 IOC의 최대 수입원이다. 그만큼 영향력이 막대하다.
NBC의 경우 워낙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다보니 국제방송센터(IBC) 내에 자체식당이 있을 정도다. 값이 저렴해 개막 전 한산할 때 한국취재진이 여기를 이용하다가 NBC 직원들이 많아지자 최근에는 출입금지 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 이건희 IOC 위원이 남자유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최민호 선수에게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 ||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테러위협으로 올림픽 사상 가장 까다로운 검문검색이 실시되는 가운데서도 웬만한 검색대는 그냥 통과한다. IOC 위원이라서? 아니다.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올림픽파트너(무선통신분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아테네올림픽에 선수단만 파견한 게 아니다. 국영방송 KBS는 양궁경기의 주관중계사로 활약하고, 삼성전자는 10대 올림픽파트너로, 현대·기아차는 아테네올림픽조직위원회(ATHOC)의 공식후원사로 각각 수백 명의 인원을 파견했다. 아테네올림픽 현장을 다니다 보면 종사자들의 휴대폰은 모두 애니콜이고, 차는 현대마크가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스 사람 아무한테나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뭐 있냐”고 물으면 남북 분단, 태권도에 이어 이들 기업체의 이름이 나온다. 이번 올림픽에서 ‘톱10’ 재진입을 목표로 하는 한국.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는 올림픽마케팅, 방송중계 등에서는 이미 세계 10위권에 들어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